인플레이션 탓 현지 공사비 증가
투자 타당성 재검토 작업 들어간 듯

시종일관 공격적인 증설 기조를 유지해온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으로 기존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역별 생산라인의 투자 타당성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서다. 

우선 고객과의 공동투자가 아닌 단독으로 진출한 해외 공장들이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 해외 공장 현황. /자료=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해외 공장 현황. /자료=LG에너지솔루션

29일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애니조나에 짓기로 한 원통형 공장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3월에 투자하기로 한 원통형 셀 라인이다. 2170(지름 21㎜, 높이 70㎜) 규격 생산부터 시작해 향후 4680(지름 46㎜, 높이 80㎜) 규격으로 생산품목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당초 예정된 착공 시기는 2분기 중, 양산은 2024년 하반기다. 

문제는 투자를 결정한 지난 1분기 대비 2분기들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가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면서 현지 건설 비용도 급증했다. 업계는 애리조나 공장 건설비가 원래 계획했던 1조7000억원을 훌쩍 넘겨 2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사 얼티엄셀즈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사 얼티엄셀즈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공장 투자 결정 당시 잠재 고객사를 전동공구⋅모빌리티 등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상 미국 내 전기차 업체가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네바다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가 가장 유력한 후보 고객사다.

만약 현재의 인플레이션 사태가 2024년 이후까지 파급된다면 애리조나 공장 프로젝트를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외에 짓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도 검토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GM과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라인이나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라인은 이미 고객사 공급 물량이 정해져 있기에 투자가 번복될 여지는 적다. 

미시건주 홀랜드에 증설키로 한 물량(현 5GWh에서 2025년까지 25GWh)은 재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홀랜드 공장은 애리조나 공장과 마찬가지로 LG에너지솔루션이 100% 지분으로 투자한 곳이다. 

홀랜드⋅애리조나 공장은 고객사 물량 보장 없이 짓고 있다는 점에서 완공 시점에 양산이 가능한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의 경제 불확실성이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는 전기차의 시장 침투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두달 안에 애리조나 공장 건설 프로젝트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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