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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통행료' 관행에 몸살LGD⋅BOE, 관계사 통한 간접발주...사실상 일감 몰아주기

[키뉴스 안석현 기자] # 지난해 6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인베니아는 LG전자와 ‘OLED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19억원. 2015년 연간 매출액(895억원) 대비 35%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였다. 그런데 이 장비는 정작 계약 당사자인 LG전자 공장에 설치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에 최종 공급됐다. 인베니아가 공급한 장비가 OLED 제조 전(前) 공정에 쓰이는 건식식각장비(드라이에처)였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제조가 끝난 OLED로 TV를 만들 뿐, OLED 자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LG전자는 왜 직접 사용하지도 않는 장비를 LG디스플레이를 위해 발주했을까.

LG그룹 사옥 트윈타워.(사진=LG그룹)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통행료’ 관행에 몸살을 앓고 있다. 패널 업체가 직접 장비를 발주하지 않고, 모회사나 자회사를 통해 간접 발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직접 관련 없는, 일종의 중개상이 끼면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마진을 손해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은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그룹내 전자 계열사 장비 발주전에서 장비 공급을 중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대규모 OLED 설비투자가 단행되고, 전자 계열사가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관련 프로젝트를 턴키로 수주해 대신 발주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비업체가 전자 계열사에 직접 납품했던 장비까지 LG전자를 거쳐서 공급되고 있다. 마치 LG그룹 서브원이 그룹 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을 독점하듯, LG전자 PRI가 장비⋅설비 구매를 대행하는 셈이다. 사실상의 일감 몰아주기다.

인베니아가 LG전자를 통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한 드라이에처.(사진=인베니아 홈페이지 캡처)

이런 사례는 인베니아 뿐만이 아니다. 디스플레이용 스퍼터 장비 업체 아바코도 지난해 9~11월 LG전자 PRI와 4건의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4건 모두 실제 수요처는 LG전자가 아닌 LG디스플레이다. 공급된 제품은 스퍼터 등 LCD 및 OLED 전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설비로, 원래 LG디스플레이에 직납하던 장비다.

이외에도 검사⋅물류이송⋅레이저 장비 중 일부도 PRI를 통해 LG디스플레이로 공급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이저결정화(ELA)⋅박막봉지장비⋅파인메탈마스크증착 등은 아예 자체 개발해 사업화에 나서면서 국내외 업체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RI는 장기적으로 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장비⋅설비 일감을 자체 소화하는 게 목표”라며 “향후 분사 후 삼성전자 세메스처럼 독립법인화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세메스의 누적 매출 규모는 5587억원이다. PRI 매출 규모는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소재생산기술원장은 지난 2015년 연말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발탁 승진한 홍순국 사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협력회사에서 먼저 요청이 와서 함께 진행했던 상생 프로젝트로, PRI가 국내 장비업체의 품질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한 성과가 크고, 협력업체의 매출 또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별도 회사를 통해 장비를 간접 수급하는 관행은 중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신이화(欣奕華, Sineva) 역시 BOE 장비 수급의 창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신이화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자회사다. 직접 개발해 BOE에 공급하는 장비 외에, 해외 업체로부터의 장비 구매대행도 겸하고 있다. 해외 장비 업체 입장에서는 BOE에 장비를 직납할 때보다 앉아서 1~2% 마진을 손해볼 수 밖에 없다.

신이화의 최종 목표는 디스플레이용 소재⋅장비 국산화다. 이 과정에서 해외 협력사에 불리한 제휴를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 신이화는 최근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A사(社)에 BOE 공급권을 주는 조건으로, 기술제휴를 제안했다.

사실상 BOE 공급권을 지렛대로 기술이전을 요청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중소⋅중견 기업이라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 기자  ahngija@ki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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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디스플레이#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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