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7 투자 보류에 이은 보수적 기조
최태원 회장, 미국에 메모리 패키지 공장 짓기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D램 시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도 설비투자 금액을 상당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승인 예정이던 신규 반도체 공장(가칭 M17) 건설건도 보류한 바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27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 시설투자는 조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당히 큰 폭으로 줄이는 방안도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7조380억원을 설비투자에 지출한 이래 2019년 12조7470억원, 2020년 9조8000억원으로 점차 금액을 줄여왔다. 그러다 지난해 13조4000억원으로 설비투자를 늘렸는데, 내년에는 다시금 감액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는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축소가 반도체 출하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현실화 됐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를 거치며 사내 재고 수준이 1주일치 정도 증가했고, 서버⋅PC 제조사 등 고객사 보유 재고 수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노 사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객사들이 신규로 반도체를 주문해서 사용하기 보다 기존 누적 재고분을 우선적으로 소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시황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4분기 성수기를 거치면서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10%대 초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향후 내실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232단 낸드플래시 최초 양산을 발표했는데, 최초 보다는 수익성 기반으로 라인을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노 사장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라인은 176단 제품 비중이 70%에 달할 만큼 원가 측면에서는 산업 내 최고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238단 제품은 연내 개발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영업이익은 56%씩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2분기 매출은 SK하이닉스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솔리다임) 매출이 합산된데다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매출에서는 약 5000억원, 영업이익에서는 약 4000억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22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발표한 70억달러 투자 계획과는 별개로, 둘을 합쳐 30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절반인 150억달러는 반도체 R&D(연구개발)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파이브에코(FIVE ECO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