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시장에서 보폭 넓힐 계기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걸림돌 될 수도

▲아이로봇의 최신 로봇 청소기 ‘룸바  j7+’
▲아이로봇의 최신 로봇 청소기 ‘룸바 j7+’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로봇 청소기를 선보이며, 가정용 로봇 청소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던 ‘아이로봇’을 인수한다. 스마트홈 시장을 겨냥한 아마존의 행보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아이로봇을 17억달러(약 2조2100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는 주당 61달러로 전날 아이로봇의 종가(49.99달러)에 22%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데이브 림프 아마존 수석 부사장은 “수년간 아이로봇은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제품으로 청소법을 재발견하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소비자의 생활을 더 쉽고 즐겁게 하는 아이로봇팀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이로봇은 지난 199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로봇 공학자들이 세운 회사다. 아이로봇은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로봇 청소기 ‘룸바’를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판매된 룸바 대수는 4000만대가 넘을 정도로 가정용 소비자 로못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무선 로봇 청소기 룸바는 청소 구역을 지도로 그려 구역별로 스스로 청소하는 진공청소기다. 아마존의 최대 할인행사인 프라임데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높은 품목 가운데 하나다. 아마존 온라인의 주요 상품 전시 코너에 8년 연속 등장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아이로봇은 룸바 외에도 잔디깎이 로봇 테라 등 다양한 가정용 로봇을 만든다. 아이로봇은 가정용 로봇 개발을 통해 자율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ROS(로봇운영체제) 2’ 기반의 교육용 로봇 플랫폼 ‘크리에이트’를 내놓고 교육용 로봇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아이로봇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룸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수혜가 끝난 뒤 최근 달러 강세와 공급망 차질 여파로 북미‧유럽 등의 주문이 급감하며 실적이 추락했다. 아이로봇의 지난 2분기 매출은 2억5440만달러(약 331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순손실은 4340만달러로 1년 전(280만달러)보다 15배 넘게 늘어났다. 이같은 어려움 탓에 아이로봇은 전체 인력의 10%인 140여명을 감축하는 한편, 올해 최대 1000만달러 비용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으로서는 이번 인수가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137억달러), 할리우드 영화사 MGM(84억5000만달러), 1차 의료기관 운영업체 원메디컬(39억달러)의 뒤를 잇는다.

아이로봇을 사들이면서 아마존은 이른바 스마트홈 시장에서 가정용 로봇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를 공개하면서 로봇 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비서 역할을 하는 아스트로 로봇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가 탑재됐다. 바퀴달린 몸체 위에 회전하는 모니터가 달린 아스트로는 주인과 눈을 맞추고, 뒤를 따라다닐 수 있는 애완 로봇이다. 아마존의 스마트홈 도구 가운데 하나인 ‘링’과 결합해 주인이 집을 비운 동안 집도 지킨다. 창문 깨지는 소리나 화재를 감지하고, 침입자에게는 경고도 보낸다. 애초 1000달러로 출시된 아스트로는 현재 1500달러로 가격이 올랐다.

한편 아마존의 이번 아이로봇 인수는 주주들과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반독점 규제가 이번 인수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룸바는 미국내 시장 점유율이 75%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외신인 블룸버그는 이번 거래가 반독점 금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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