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가격 급락, 캐시코스트 이하로
D램 처럼 과점화 과정 일어날 것

“낸드플래시 가격이 매분기 큰 폭으로 빠지면서 내년에 캐시코스트 이하로 하락할 것입니다. 이 떄문에 기업간 M&A(인수합병)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수겸 IDC 부사장은 27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EMI 회원사의 날’ 발표에서 낸드플래시 시장의 추가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내년에 낸드플래시 가격이 평균 25%, 내후년에도 24%가량 빠지면서 캐시코스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캐시코스트는 제조원가에서 고정비와 감가상각비를 뺀 개념이다. 제조원가가 캐시코스트 이하로 내려간다는 건, 만들어 팔수록 매출 이상으로 손실이 커진다는 뜻이다. 한번 가동하면 가동률 조정이 거의 불가능한 메모리 라인임을 감안하면, 내년과 내후년 감수해야 할 손실폭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솔리다임이 생산한 SSD. /사진=솔리다임
솔리다임이 생산한 SSD. /사진=솔리다임

김 부사장은 “D램은 주요 플레이어가 3개(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밖에 없지만 낸드플래시는 7개나 된다”며 “기업 수가 많으면 재고 밀어내기 등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는 조치들이 나올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처럼 다른 사업부 수익이 있거나, SK하이닉스처럼 D램 사업에서 수익을 보전해주지 못하는 회사는 내년에 재무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일본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이 분사된 키옥시아가 대표적이다. 

키옥시아는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출하량 2위를 지키고 있지만, 재무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낸드플래시를 제외하면 실적을 뒷받침할 다른 사업도 없다. 2020년 IPO(기업공개)에 성공했다면 자금조달이라도 수월했을텐데 이제는 그 기회도 놓쳤다. 한때 기업가치 360억달러(약 51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증시 하락과 낸드플래시 가격 낙폭을 감안하면 IPO가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중국 YMTC 역시 낸드플래시 사업만 영위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키옥시아 대비 위기감은 덜하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를 인수한 것 처럼, 내년에 관련 분야에서 다시 한 번 M&A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D램 역시 2010년 이전 예닐곱개에 달했던 공급사가 두 차례 ‘치킨게임’을 거쳐 지금의 3개 플레이어로 정리됐다. 

기존 낸드플래시 공급사들이 중국 자본이나 YMTC 등에 합병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결국 한미일 주요 업체들 사이에서 M&A가 일어나게 되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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