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충전단자 의무화 법안’ 가결…‘애플 직격탄, 여타 제조사도 영향 가능성’

▲애플 아이폰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애플 스토어 캡처
▲애플 아이폰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애플 스토어 캡처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휴대 전자기기를 판매하려면 오는 2024년까지 현재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대체로 채택하고 있는 ‘USB-C’ 타입으로 충전단자 표준을 통일해야 한다. 애플의 고유 충전단자인 ‘라이트닝 케이블’은 퇴출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외에 모든 휴대기기가 대상인만큼 삼성전자‧화웨이 등 여타 제조사들도 일부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는 지난 4일(현지시간) 본회의 표결을 통해 오는 2024년말까지 유럽연합(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와 태블릿, 카메라 등에 대한 충전단자 표준을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가결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표결 결과는 찬성 602표, 반대 13표, 기권 8표로 압도적이었다. 휴대기기 충전단자를 단일화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유럽의회는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휴대형 게임기, 휴대형 스피커, 전자책 리더기,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휴대형 내비게이션도 2024년 말부터는 같은 충전 규격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의회는 오는 2026년부터는 충전단자 의무화 적용 대상을 노트북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당초 충전기 표준화 법안은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지난해 9월 제안했다. 당시 EC는 USB-C타입을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표준 방식으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는 지난 4월 모바일 충전기 표준화 법안을 43대 2로 가결했고, 이어 6월에는 EU 회원국들이 이 법안에 합의했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EU 회원국 내에서 휴대 기기를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모든 휴대용 기기에 USB-C타입을 적용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디지털카메라, 무선이어폰 등 모든 휴대 전자기기가 대상이어서, 삼성과 화웨이 등 여타 제조사들도 일부 제품의 충전포트를 바꿔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번 조처는 전자기기 관련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지속가능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의회는 설명했다. 약 10년 전부터 EU가 해당 법안 도입을 추진해왔던 배경이다. EU 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유럽에서 5억 대 이상 충전기가 출시되고 있고, 전자 폐기물 규모는 최대 1만3천 톤이다. 마그레테 베스테거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각 기기마다 다른 충전기를 살 필요가 없어 소비자들이 1년에 2억5천만 유로(3천500억원)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EU의 계획에 따라 인구 4억5000만 명의 거대 단일 시장인 유럽이 USB-C타입 충전기를 표준으로 삼으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유럽 단일 시장의 30개 국가에서 판매되는 전자 제품에만 적용되지만 EU의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 규정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국제표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의회가 이번에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애플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애플은 앞서 EU의 충전단자 단일화 추진 소식에 혁신을 방해하고 많은 양의 전자 폐기물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출시한 ‘아이폰5’에 처음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한 이후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신 맥북과 아이패드의 경우 C타입 충전 단자로 전환했지만, 아이폰만큼은 10년간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해왔다. 그 사이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많은 기기들은 USB-C 타입을 채택하면서 사실상 충전 표준이 됐다. EU뿐만 아니라 브라질, 인도 등도 전자제품 충전 포트를 통일하는 법안을 발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법안이 EU 의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법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이사회 승인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유럽 주요 국가들이 충전기 표준 작업 필요성에 의견 일치를 본 만큼 이사회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애플도 결국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23년 출시될 ‘아이폰15’에 USB-C 충전방식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삼성으로, 전체 점유율의 35%를 차지했다. 이어 애플이 25%로 2위다.

한편 EU의 이번 법안은 적용일 이전에 출시되는 제품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새 법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각 회원국의 규정 변경 기간 12개월, 전환 기간 12개월 뒤인 2024년말부터 본격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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