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주 최씨 vs 장씨, 두 일가 지분격차 현재 4% 수준 추정
내년 초 주총 앞두고 경쟁 더욱 치열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13일 창업자의 3세인 최윤범 대표이사가 그룹 내 유일한 회장으로 올라선 가운데 고려아연 지배권을 두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와 최윤범 회장 일가의 지분 경쟁이 날로 격화하는 모습니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그동안 ㈜영풍·코리아써키트‧영풍전자 등 전자 계열사를 비롯한 영풍문고는 장 창업주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 창업주 일가가 운영해 왔지만 이제 결별하는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내년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진 교체 등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서도 양측은 지분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신임 최윤범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영풍그룹 총수인 장형진 회장 일가(장씨 일가)와 최 회장 일가(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지배권을 두고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꾸준히 우호 지분을 확보했고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특수관계인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는 지난 8월 29일부터 12월 13일 기간 고려아연 주식 총 13만5093주를 장내매수 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0.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 씨 일가 측은 테라닉스(4만9728주)와 코라아써키트(5만2941주), 에이치씨(1만1000주) 등 그룹 계열사를 활용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지분 추가로 현재 장 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1.96%로 추정된다.

반면 최 씨 일가 측은 법인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친인척을 동원해 지분을 사들였다. 최 씨 일가 지분이 많은 영풍정밀(1만7611주)과 박 씨(1150주) 등이 총 2만1424주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현재 최 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27.90%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장 씨와 최 씨 일가 지분율 격차는 기존 3.60%에서 4.06%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고려아연 우호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영풍그룹과 계열 분리를 준비해왔다.

지난달 23일 고려아연은 지분율 6.02%의 자사주 119만5760주를 사업 제휴 강화 및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이유로 모두 처분했다. 제휴 관계였던 LG화학, 한화와 각각 2576억원, 1568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했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다른 기업(제3자)에 넘기면 의결권이 생겨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아직은 지분율 측면에서 영풍에 밀리는 만큼 최 회장 측이 추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응해 장씨 일가도 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씨 일가 지분이 많은 영풍정밀(고려아연 지분 1.49% 보유) 지분을 장씨 일가가 매입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로 최 명예회장을 비롯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사회는 최 씨 일가 측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상법상 회계연도 결산에 따라 주주명부폐쇄일(12월 31일)을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다.

향후 양측 모두 고려아연 지배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분율이 다소 우위에 있는 영풍그룹 입장에서는 알짜배기 회사인 고려아연이 만에 하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다면 당장 눈 앞의 손실이 뻔하다. 고려아연이 ㈜영풍에 지급한 지난해 배당액만 1000억원을 웃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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