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판매 부진에 한국 비롯해 아태 시장서 전기차 가격 잇따라 인하

▲현대차 아이오닉6/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6/현대차 제공

지난해 미국의 전체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한 가운데서도 전기차 판매량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와 포드에 이어 3위를 기록, 비미국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선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테슬라는 비록 선두는 유지했지만 당초 목표치에 못 미치는 판매량으로 부진해 최근 전세계 시장에서 잇따라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2022년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전년보다 3분의 2가량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8% 감소한 가운데 나온 전기차 성장세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80만7180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였다. 전년 3.2%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65%를 차지해 여전히 선두를 달렸지만, 점유율로는 전년도 72%보다 줄어들었다. 뒤를 이어 포드는 지난해 미 전기차 시장에서 7.6%의 점유율 차지해 2위에 올라섰고,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7.1%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GM은 화재 사고에 따른 배터리셀 결함 문제로 쉐보레 볼트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면서 순위에서 뒤쳐졌고, 폭스바겐과 닛산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전기 픽업트럭 업체인 리비안은 작년 2만332대를 팔아 2.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도입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 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WSJ은 북미에서 조립되지 않았더라도 리스 차량의 경우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IRA 세부 지침이 현대차에 수혜를 줄 것으로 예상한 반면 일부 모델이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포드와 테슬라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드의 머스탱 마하-E와 테슬라의 모델Y 일부 버전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아닌 승용차로 분류돼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SUV는 가격이 8만 달러를 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승용차는 그 상한선이 5만5000달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급 속도가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높은 가격 때문이다. 리튬을 비롯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차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JD파워에 따르면 미 전기차 평균 가격은 2021년 약 5만1000달러에서 지난해 여름 6만6000달러로 올라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지난해 전체 차량 인도량이 자체 목표는 물론 시장 전망치에도 미달해 경기 불황 여파와 더불어 테슬라의 독주가 꺽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자체 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인도량은 40만5278대로, 분기 기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가 예상치(42만~43만대)에는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테슬라는 지난해 총 131만대의 차량을 인도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40% 늘어난 수치지만, 테슬라가 당초 제시했던 50% 증가 목표치에는 미달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중국 코로나19 관련 생산 중단, 공급망 문제 및 수요 감소 우려가 있어도 50%(140만대 인도)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테슬라는 지난해말부터 재고가 쌓이면서 최근 잇따라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모델3, 모델Y에 7500달러(951만원)의 할인을 제공한 뒤 이를 고가 차량인 모델S와 모델X로도 확대하고 있다.

또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지난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우선 중국에서 세단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Y 판매가격을 6∼13.5% 할인했다. 통신은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에 또 가격을 내린 것이라며 지난해 9월 판매가와 비교하면 13∼24% 인하됐다고 밝혔다. 특히 모델Y는 미국 판매가보다 43%나 저렴해져 두 나라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 차이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크게 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생산한 신차 인도량이 11월보다 44%, 전년 동기보다 21% 줄어든 5만5796대에 그쳤다.

한국 시장에서도 주요 모델 가격을 12%가량 인하했다.

모델3(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RWD) 가격은 작년말 대비 600만 내린 6434만원으로, 모델Y(롱레인지)는 1165만원 인하된 8499만9000원으로 인하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작년 국내에서 1만4571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이와 함께 테슬라는 일본 시장에서 2021년 이후 처음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 내렸고 호주에서도 이 두 모델의 가격을 인하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판매 부진에 따라 중국과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것”이라며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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