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1.2조엔 확약 받아
도시바, 이사회 논의 착수…수용 여부 결정

그동안 심각한 경영난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던 일본 도시바 인수전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국내 대기업 연합 사모펀드가 유력한 최종 후보여서 일본내에서는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일은 피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성명을 통해 “회사는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며 “목요일(9일)에 방금 전달된 제안을 평가하고 주주와 기타 이해 관계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도 도시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연합 사모펀드(PEF) JIP가 9일 최종 인수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년 가까이 진행돼 온 도시바 인수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도시바는 발전설비와 교통시스템, 엘리베이터, 하드디스크(HDD), 반도체 메모리 등의 사업을 영위하던 일본 대표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5년~2016년 분식회계 사태, 원전 계열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파산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사업을 매각하고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JIP는 일본 주요 은행들로부터 1조 2000억엔(약 11조 5100억원) 규모 대출에 대한 보증을 확약받고 이날 도시바에 최종 인수안을 전달했다.

앞서 JIP는 지난해 11월 2조 2000억엔(약 21조 1000억원)에 도시바 주식 전량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고, 오릭스‧중부전력 등 일본 기업 20여 곳으로부터 1조엔(약 9조 5000억원)을 확보했다.

나머지 자금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충당하고 지난해 말까지 인수를 끝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융자 보증에 대한 확약을 받지 못해 논의가 해를 넘겨 지속됐다.

마침내 이날 새벽 은행단 대출을 총괄하는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대출을 확약하는 ‘커밋먼트 레터(commitment letter)’를 JIP에 보내면서 인수 자금 전액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대출 거래가 완료되는 데 몇 달이 걸렸고 JIP와 지분 파트너, 은행이 인수 후 구조 조정 계획에 대한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입찰 제출이 지연됐다”라며 “은행들은 인수가 완료된 후 수익이 악화될 경우 실적이 저조한 기업의 매각을 약속할 것을 도시바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기관 융자에는 미쓰이스미모토 은행과 미즈호 은행이 각각 5150억엔과 4600억엔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도시바가 운영자금을 활용해 2000억엔을 대출 받기로 했다.

도시바는 우선 7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JIP가 제시한 인수안을 검토했으며, 최종 수용 여부는 12명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즉각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도시바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더 좋은 인수 조건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 추세여서 대출 부담이 늘어난 것도 이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JIP가 인수를 추진하기 이전인 2021년 4월에는 유럽에 거점을 둔 투자펀드인 CVC캐피털파트너스가 도시바 인수를 제안했지만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이로써 거의 2년 만에 도시바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가 해외 자본 손에 넘어가는 일은 피하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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