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 강화에 발전용 석탄사용 증가로 사상 최고치
친환경 기술 투자 활성화 기대 vs 제조업 비용증가 우려

▲EU 탄소배출권 가격 추이(t당 유로) 출처: FT, 리피니티브
▲EU 탄소배출권 가격 추이(t당 유로) 출처: FT, 리피니티브

유럽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t(톤)당 100유로를 돌파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탄소배출권의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내 친환경 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동시에 제조업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합의돼 현재 각국의 비준절차를 밟고 있는 EU의 새 환경규정은 2039년까지 EU의 탄소중립, 이른바 ‘넷제로’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EU 배출권거래시스템(EU ETS)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EUA) 표준 가격이 전일대비 2% 상승한 t당 101유로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가다. 이에 따라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100유로 장벽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EUA는 공장이나 발전소, 항공사 등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비용을 물리도록 하는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서 일종의 통화 기능을 한다. 이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늘고 이에 따라 저탄소 배출 기술이나 저공해 연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현재 EU내 가스·석탄 화력발전소, 제조업체들은 의무적으로 탄소배출권을 일정 규모 이상 사야 한다. 탄소배출권 1개를 사면 탄소 1t을 배출할 수 있다.

앞서 EU의 ETS는 지난 2005년 출범했으나 탄소배출 허가증의 과잉 공급으로 2007년 무렵에는 EUA 가격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추락했다. 그러다가 EU가 과잉 공급된 허가증을 시장에서 제거하기로 합의한 지난 2018년부터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 2021년 EU가 제도를 다시 손질하면서 이 해에만 무려 150%나 급등했다. 최근에는 EU가 더욱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천연가스 대신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 발전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빨라졌고, 100유로 저항선마저 넘어선 것이다. 여기다 최근 가격 상승은 지난해 배출한 탄소에 대해 충분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제출하는 마감 시한인 4월을 앞두고 투기성 수요까지 몰리기도 했다. 결국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최근 3년 사이 무려 5배나 폭등한 셈이 됐다.

이번에 사상 처음 돌파한 t당 100유로의 가격은 기후 온난화 대응에 필요한 친환경 기술 수요를 촉진시킬 수준으로 시장에서 거론돼 왔다. 100유로 이상의 가격이 유지되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탄소배출 없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술 투자가 경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해왔다. 또 경제적으로 탄소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비싼 값에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등 기업들이 친환경 전환에 보다 적극 나설 수 있는 신호로도 여겨져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다시 100유로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U가 이날 탄소배출권 경매 물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그 이유중 하나다. 로이터는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EU 역내에서 정치적인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며 탄소 배출이 많은 일부 국가는 가격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EU 개입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당수 회원국은 기후 온난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이 불가결하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편 EU는 현재 철강, 시멘트 등 업체가 받는 공짜 탄소배출권 허가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나갈 계획이다. 또 수입품에 탄소 국경세를 물려 외국 기업도 탄소배출에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도입을 세계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파이브에코(FIVE ECO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EU #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