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서 ‘브랜드사업부 분사’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사업)를 병행하던 DB하이텍이 비주력인 팹리스를 자회사로 떼어내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순수(Pure Play)파운드리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DB하이텍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이사회는 이날 반도체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을 부의했다. 최근 IT 시장 침체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 파운드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DB하이텍은 분사방식으로 물적분할을 택한 배경에 대해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받게 돼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으며, 오히려 기존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신설법인도 반도체 사업경험이 풍부하고 업계 최고의 파운드리 역량을 갖춘 DB하이텍을 모회사로 둠으로써 안정적인 파운드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은 팹리스 시장에 안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작년 9월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분사작업 검토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 6개월 만에 물적분할을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은 작년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되는 등 이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판단에서다.

DB하이텍은 이번 분사 추진을 계기로 주주친화 정책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우선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며,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할 목적이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으며, 과거 핵심 사업 물적분할 후 곧바로 상장해 일반주주들의 권익 훼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DB하이텍은 지난 달 이사회를 통해 1주당 배당금을 작년보다 3배 가량인 1,300원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오늘은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되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DB 팹리스(가칭)’이며,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이 안건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DB 팹리스(가칭)’는 파운드리 사업 중심의 DB하이텍에서 분사함으로써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전문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범용제품인 LCD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 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다.

DB하이텍은 작년 5월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후 같은 해 말 브랜드사업부 CEO로 내정하고,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대표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번 분사를 통해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사업부를 법적으로도 완전하게 분리하게 된다.

또 최근 설계 R&D 및 마케팅 인재 확보 등을 위해 사무실을 고객사와 협력사들이 밀집해 있는 판교로 이전하는 등 브랜드사업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황규철 DB 팹리스(가칭)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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