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비 50% 높은 팹 건설비용
"연중 가동률 70~80% 유지해야 수지타산"
삼성전자 ⋅인텔 사정도 비슷할 듯

/사진=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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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설이 당초 대비 높아진 비용 탓에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 비용 자체도 대만 현지보다 비싼데다 향후 양산에 들어갔을때 소요되는 인건비 역시 미국이 훨씬 높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가 건설 중인 애리조나 팹이 현지 인력 부족 탓에 스케줄이 지연되고 있으며,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춰 2025년 상업생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13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내내 지속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3%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일손이 부족한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로 더 많은 비용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양산 후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디지타임스는 같은 5/4nm(나노미터) 팹이라도 미국에서의 건설 비용이 대만 대비 50%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지난해 초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은 반도체 제조와 관련해 우수 인력이 부족하고 팹 제조비용도 터무니 없이 비싸다”며 “미국 내 파운드리 건설은 낭비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

사실상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첨단 제조업 유치)’ 정책 추진과 미국⋅대만 정부 간 외교관계가 아니면 현지 팹 건설 타당성은 ‘제로(0)’라는 의미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TSMC 공장. /사진=TSMC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TSMC 공장. /사진=TSMC

따라서 애리조나 팹이 상업생산에 들어간 후 전사 이익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중 70~80% 정도의 가동률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디지타임스는 강조했다. 지난 2020년 하반기 이후 파운드리 초호황기에는 90%, 심지어 100% 넘는 가동률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일부 최선단 공정을 제외하면 나머지 라인들 가동률은 70~80%를 넘기가 힘겨웠다. 작년 하반기 이후 IT 업황이 내려오자 중국⋅대만 내 ‘세컨티어’ 파운드리들 가동률은 최저 50% 전후까지 떨어졌다. 

파운드리는 시장 가격이 빠져도 가동률을 유지해 재고를 축적했다가 업사이클에 팔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르다. 고객사인 팹리스가 발주를 줄이면 그 즉시 가동률이 빠진다. 

TSMC는 현재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5/4nm 팹과 그 옆의 3nm 팹(2026년 양산)을 합쳐 총 40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는 TSMC가 계획대로 3nm 팹까지 양산하기 위해서는 당초 상정했던 금액 대비 최소 20~30% 이상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본다. 

파운드리 건설 및 운용 노하우가 가장 깊은 TSMC가 이 정도라면, 역시 미국 내 파운드리 확장을 추진하는 삼성전자⋅인텔 역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결국 칩 생산 단가에 전가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모든 IT 업계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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