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 선두권 업체들 연합으로 TSMC, 2나노 이하 기술 주도권 기선

대만 TSMC가 엔비디아·시놉시스·ASML와 협력을 통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인 2나노 이하 양산 기술 확보의 기선을 잡게 됐다. 반도체 설계에서 소프트웨어(SW), 장비를 아우르는 각 분야 선두권 업체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세 공정 기술 경쟁에서 TSMC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엔비디아·시놉시스·ASML 등은 2나노 이하 리소그래피(반도체 기판에 집적회로를 만드는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시놉시스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이고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칩 기술 선두 주자다. 네덜란드 ASML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을 위한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전세계 유일한 장비 업체다.

특히 4사간 이번 협력에서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기술이 주목된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TSMC, ASML, 시놉시스와 공동 참여하는 2나노 기술 지원 소식을 밝혔다. 컬리소(cuLitho)라는 라이브러리 기술을 통해 기존 리소그래피보다 최대 40배 가량 성능을 높여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엔비디아는 강조했다.

칩 미세공정이 진행될수록 리소그래피 과정에서 복잡한 연산 작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반도체 리소그래피 기술이 물리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이번 협력으로 반도체 제조 공장(팹)은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2나노 이하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신해 리소그래피 기술의 속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개발은 반도체의 지속적인 소형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시보는 전했다.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도 “GPU, cuLitho에 대한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컴퓨팅 리소그래피와 반도체 확장에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특히 고나노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시대에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놉시스 회장 겸 CEO인 아트 드 제우스는 “컴퓨팅 리소그래피, 특히 OPC(optical proximity correction)는 최첨단 칩의 컴퓨팅 워크로드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면서 “엔빋디아와 협력해 cuLitho 플랫폼에서 시놉시스 OPC 소프트웨어를 실행함으로써 성능을 몇 주에서 며칠로 엄청나게 가속화했다”고 강조했다.

4사간 협력 발표 직후 TSMC는 2나노 양산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도 착수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TSMC는 대만 신주에 2나노 공정 기반의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나노 공장 1곳을 짓는 데만 최소 2조엔(약 20조 원)이 소요된다. TSMC는 이같은 규모의 신공장을 4곳 건설하기로 했다. 최소 80조 원이 투자되는데, 이는 TSMC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빠르면 오는 2025년 양산을 시작한다.

앞서 TSMC는 지난해말부터 3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갔고, 이후 2나노 양산에 이어 이르면 2026년에 1나노 공장을 북부 타오위안 룽탄 과학단지에 착공한뒤 2027년 시범 생산, 2028년 양산에 착수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TSMC와 치열하게 미세공정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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