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가상화폐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김효정 기자
  • 승인 2018.01.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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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는 기술이라면 억지로 막을 수 없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왔다.'

2018년 1월 30일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작됐다.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폰지 사기'이자 과거 도박게임 '바다이야기'에 비교하며 투기 그 자체로 규정했던 가상화폐다. 거래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제도권에 들어온 가상화폐 시장은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게 됐다.

영어로 가상화폐는 'virtual currency'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암호화폐는 'crypto currency'다. 사전적 의미는 지폐 같은 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 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혹은 통화다. 혹자는 가상화폐는 화폐의 기능이 없는 사기라고 말한다. 또 혹자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쓰이는 극히 일부의 서비스일 뿐 그 자체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최근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위메프가 12종의 가상화폐 결제시스템 개발 소식을 알려왔다. 이에 앞서 미국의 대표적인 송금업체인 머니그램과 영국의 국제환전서비스 업체인 머큐리FX가 가상화폐 리플을 도입키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사례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가상화폐가 지금의 실물화폐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현재의 경제/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측은 일종의 기득권 지키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경제와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본능에 가깝다. 심지어 가상화폐 도입초기에 나타나고 있는 투기현상은 그 명분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과거 화폐의 탄생 역사를 보면, 가상화폐로의 진화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래 전 인류에게는 지금의 지폐나 동전 같은 화폐는 없었다. 물물교환이 거래의 전부였고, 이를 좀더 쉽게 하기 위해 금속화폐와 지폐가 생겨났다. 그리고 현재는 실물화폐인 돈이 온라인화 되어 지갑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신용화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의 달러이든 한국의 원화든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실물화폐는 전체 보유액 대비 얼마 되지 않는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화폐 역시 디지털화폐로 가치가 인정될 뿐 실물로 유통되는 비중은 10~20% 안팎이다. 일견 지금의 실물화폐 또한 가상화폐와 그 형태 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기저의 화폐 시스템이 상반될 뿐이다.

가상화폐는 기존의 중앙집권형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 현재의 전세계에서 채택하고 있는 중앙집권형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은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리먼브라더스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미국정부가 이러한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돈(사실상 세금)을 찍어내 구제금융으로 투입했고, 이 돈은 금융회사의 배만 불리고 국민들의 피해는 외면 당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미국 달러가 전세계 국가의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력, 이에 따른 위기의 악순환 등을 고려한다면 가상화폐를 활용해 기존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다. 혁명을 하듯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뒤엎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불안한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통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양적완화를 실시했던 일본에서는 화폐의 가치가 요동쳤던 경험이 있다. 일본이 가상화폐를 적절한 규제 하에서 제도권에 도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물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 정부와 이를 옹호하는 일부 정치인 및 경제학자의 주장과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해도 새로운 미래가치의 잠재력을 갖춘 가상화폐 시장을 정부가 강제 폐쇄한다는 정책기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상화폐의 위험요소를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산업적 경제적 요소를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가상화폐의 일종인 리플이 송금업체 등 금융권과 연계하는 등 서비스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부흥이 필요한 시기다. (이미지=픽사베이)

적절한 비교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참조할 만한 사례가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전세계 서버 시장은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가 이끌었다. 크고 비싼 대신 퍼포먼스와 가용성, 신뢰성 등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눅스 기반의 작고 값싸고 성능까지 우수한 오픈소스 환경의 x86 서버가 시장의 90% 이상을 뺐었다. x86 등장 당시에는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그 당시 기득권 업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새 기술(소스를 오픈해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을 철저히 배척한 바 있다. 다행히도 시장에서 먼저 반응해 도입이 확산됐다. 만약 당시 정부가 x86의 안정성을 문제 삼아, 이 시스템 도입을 규제했다면 인류가 누리는 지금의 인터넷 비즈니스환경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뚜렷한 문제점이 보인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투기 문제다. 경제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선민의식이나 정치적인 관점에 치우친 '규제를 위한 규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살리고 가상화폐는 죽인다'는 선택적 규제도 이율배반적이다. 블록체인은 산업적 관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은 금융적인 관점으로 구분해서 정책을 펼쳐갈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논란이 여전하지만 가상화폐는 이미 글로벌 시장이 형성돼 있다. 만약 가상화폐가 혁신성이 없는 기술(혹은 상품)이라면 시장에서 자연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일부 문제점을 강조해 시장 자체를 폐쇄로 몰아가는 '공권력'을 남발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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