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ICO 필수'…韓 현실은 해외로 엑소더스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ICO 필수'…韓 현실은 해외로 엑소더스
  • 김태림 기자
  • 승인 2018.03.04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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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완전정복 (2)

말도 많도 탈도 많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 시장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이슈들은 관련 산업과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가상화폐 시장이 어떻게 발전해 갈 지, 그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떠한 혁신적 서비스들을 만들어 갈 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키뉴스에서는 연중 기획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완전정복' 시리즈를 통해 IT전문기자 입장에서 산업과 시장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키뉴스 김태림 기자] 최근 블록체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공개(ICO) 투자규모가 비(非)ICO 투자규모를 넘어섰다. 그 차이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ICO를 금지하고 있어, 국내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 씩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은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선택적으로 ICO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ICO는 어떤 것이고, 규제 개선이 필요한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토큰/코인 발행 통해 투자금 모아”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기업들과 개발자들이 자사의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토큰 또는 코인’을 투자자들에게 발행해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를 통해서만 이들이 발행한 ‘토큰 또는 코인’을 구매한다. 기업 및 개발자들은 토큰/코인 판매수익을 투자금으로 사용한다.

토큰과 코인의 발행에는 발행사의 기술력 차이가 있다. 토큰은 발행사의 자체 기술력이 아닌 이더리움, 퀀텀 등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반면 코인은 발행사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발행사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를 내세웠다면 ERC20 기반 토큰을 발행한다. ERC20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는 토큰 표준 사양이다. ERC20 기반 토큰은 이더리움과 교환된다. 만약 토큰이 자체 플랫폼, 자신만의 지갑 등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코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을 메인넷(Main Network)라고하며, 시작을 알리는 발표를 ‘메인넷 릴리즈(Main Network Release)’라고 한다.

ICO를 생각하는 기업들은 백서(White Paper)를 필수적으로 발행해야 한다. 백서는 투자자들이 ICO에 대해 판단하는 중요 지침서다. ▲프로젝트 종류 ▲프로젝트 충족 요건 ▲프로젝트 필요 기금 ▲ICO 기간 ▲투자 가능한 가상화폐 ▲기업의 토큰 보유량 ▲투자자들의 토큰 보유량 등 ICO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ICO는 ▲프라이빗세일 ▲프리세일 ▲메인세일(크라우드세일) 3단계로 나뉜다. 프라이빗세일은 일반인이 참가할 수 없는 비공개 토큰판매 단계다. 자본금, 거래규모 등 일정 수준 이상 충족해야 참가 가능하다. 주로 파트너 기업, 벤처 투자자, 직원, 가족 등이 참여한다. 시간적으로 앞선 투자는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토큰 구매에 높은 보너스(보상토큰)를 받는다.

프리세일은 선판매, 얼리버드세일로도 불린다.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토큰을 미리 판매하는 기간이다. 개인캡(개인투자할당)이 높아 공동구매를 통해 들어간다. 프리세일도 보너스가 주어진다. 다만 프라이빗세일과 프리세일에서 보너스로 받는 토큰에는 ‘토큰락’이 걸린다. 거래소 상장 시 보너스 물량으로 인한 덤핑(코인의 가치가 낮아진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프리세일 단계가 지나면 일반 투자자도 참가할 수 있는 메인세일 구간으로 돌입한다. 본격적인 투자모금단계이며, 토큰의 최종 판매 기간이다. 다만 프리세일에서 토큰이 모두 소진되면 메인세일 진행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ICO는 투자목표치(Cap)를 정한다. 투자목표치는 ▲하드캡 ▲소프트캡 ▲히든캡 등이 있다. 하드캡은 투자 모집금액의 최대 도달 액을 의미한다. 이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ICO가 종료된다. 반면 소프트캡은 최소 도달치를 뜻한다. 모집금액의 최소목표를 넘지 못하면 투자금액의 환불이 이뤄진다. 히든캡은 투자금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다가 ICO 중간 시점이나 마감 후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거래소 상장은 ICO 이전에 공표하거나 토큰과 코인이 배분된 후 진행한다. 다만 모든 ICO가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 최고경영자(CEO) 백그라운드 등 각각의 거래소에서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상장여부가 결정된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는다면 개인 간(P2P) 거래만을 통해 토큰‧코인을 매매할 수 있다.

(자료=CB인사이트, KISDI)

ICO 투자규모↑…“부분적 허용 필요”

최근 블록체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ICO 투자규모가 비(非)ICO 투자규모를 넘어섰다. 벤처캐피털(VC) 등 비ICO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보다 ICO를 통해 자금조달 받는 것이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VC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준수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ICO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고,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투자금이 조달되기 때문에 자금 확보도 용이하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ICO 투자규모는 VC 투자를 포함한 비ICO 투자규모 보다 커졌다. 특히 초기단계의 비ICO 투자규모는 지난해 3분기에 감소했다.

커져가는 ICO 시장규모와 달리 한국은 지난해 9월 29일 ICO를 전면 금지했다. 이날 ‘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TF’ 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 등으로 소비자 피해 확대가 우려돼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당국의 제재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ICO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하지만 ICO 금지는 자금조달은 물론 신생 블록체인 기업의 출현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투자자 위험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이해가 되지만, 기업이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게 되면 고용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는 관리감독 시스템 등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ICO 금지는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의 ‘ICO 엑소더스’를 부추긴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중소기업과 달리 초기자금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중견기업은 충분한 자금과 투자금 확보를 위한 다양한 창구가 있고, 프라이빗·컨소시움 블록체인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 반면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네트워크 참여자를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에 주력, 이 과정에서 ICO를 통해 초기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식 규제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 과정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토큰을 증권으로 인정해 기업공개(IPO)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한다. SEC는 ICO 중 해킹 사고가 발생한 ‘DAO 케이스’를 조사하다 투자계약으로 간주, 증권법을 적용했다. 일본은 ICO에 대한 규제를 ‘자금결제법’에 도입, 심사를 통해 ICO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안찬식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ICO에 대한 법 규제는 불가피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전면금지 방침은 이와 역행하는 태도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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