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반도체법 투자의향서 400개 육박…전부 지원금 주지는 못해"

▲미국 상무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반도체 소재‧장비 보조금 지급 규정.
▲미국 상무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반도체 소재‧장비 보조금 지급 규정.

 

미국 정부가 3억 달러(3930억 원) 이상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시설을 자국내 투자하고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된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 보조금 지급 규정에 이어 소재‧장비 분야까지 확대한 두 번째 조치로, 당시 보조금 지급 기준과 동일한 내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3일(한국시간) 반도체법에 의거, 3억달러 이상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시설 및 웨이퍼 제조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 세부 지원계획을 공고했다.

이번 반도체 소재‧장비 보조금 세부 지원 규정 또한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후속 조치다. 반도체법에 따라 상무부에서 운영하는 재정 인센티브는 ▲반도체 제조시설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시설 ▲R&D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추가 보조금 규정외에 3억 달러 미만의 소규모 소재‧장비 제조시설 및 R&D 시설에 대한 지원기준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규정에 따라 3억달러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시설 투자 기업 가운데 보조금 수혜 기업은 투자액의 5~15%를 지원받게 된다. 반도체 소재‧장비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일본‧유럽 기업들이 대부분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2월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 기업 보조금 지원 규정처럼 미국으로부터 3억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을 낼 경우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또 중국과 공동 연구 또는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고, 공장 직원과 건설 노동자에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포함된다. 단 보조금 수령 규모가 1억5천만 달러 미만인 경우에는 초과이익 공유와 보육프로그램 마련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지원금을 수령할 의향이 있는 소재·장비 기업(웨이퍼 제조기업 포함)은 오는 9월1일부터 지원금 수령을 위한 사전 신청이 가능하다. 10월23일부터 본 신청을 거쳐 재정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을 미국 정부와 협의하게 된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시설에 대한 지원금 지급 여부를 심사할 때 해당 프로젝트가 반도체 공급망의 지리적 집중도와 병목 현상을 얼마나 완화하는지를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소재·장비 시설이 반도체 제조시설과 클러스터를 이뤄 생산적이고 자생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미국의 경제 안보와 혁신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들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미국 듀폰사의 웨이퍼 사업부(현 SK실트론CSS)를 인수한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소재·장비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이고 미국 투자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반도체 제조설비와 달리 국내 소재·장비 기업들의 대미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업계와 긴밀히 논의해 미국 정부와의 협의 등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상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국무부 외신센터가 주최한 화상브리핑에서 “지난 2월 반도체법 지원금 신청 절차 안내이후 거의 400개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관심이 엄청나다”고 밝혔다. 따라서 투자 의향서 제출 기업 가운데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예산을 어디에 쓸지 매우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관심 수준을 고려하면 분명히 모든 신청자가 지원금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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