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냐 공익이냐' 딜레마 빠진 보편요금제 힘겨루기
'시장이냐 공익이냐' 딜레마 빠진 보편요금제 힘겨루기
  • 백연식 기자
  • 승인 2018.04.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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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과될 때까지 추진" vs 이통사 "시장경제 질서 어긋나"

[키뉴스 백연식 기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보편 요금제'를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을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로부터 수조원대의 주파수를 할당 받아 사업을 하고 있는 민간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자본주의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과도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딜레마에 빠진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해 '정부 대 시장'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의 통신비 경감을 위한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의 법안 발의와 달리 정부가 만든 법안의 경우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규개위의 심사를 넘지 못할지라도 통과될 때 까지 계속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노인 계층의 통신 기본료 감면의 경우 작년 규개위 심사에서 계속 심사로 결정돼 통신비정책협의회의 논의를 거친 끝에 최근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한 적이 있다. 만약 보편요금제가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보편요금제 도입 등 이동통신 요금 인하방안을 논의하는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 회의 장면.

이통사, 정부가 직접 설계한 보편요금제...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나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입법예고를 마쳤고, 이미 규개위에 개정안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27일 심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편 요금제란 월 2만원대에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하는 것으로, 과기정통부가 요금을 직접 설계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보편 요금제 출시를 통해 기존 데이터 요금제가 모두 연쇄 인하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보편 요금제의 경우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시장 경제 논리상 SK텔레콤이 출시할 경우 KT나 LG유플러스 역시 나중에 따라서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통3사는 정부가 직접 가격을 정해서 요금제를 출시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경제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보편 요금제 도입시 이통3사의 영업이익 감소가 연간 약 1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규개위의 규제 심사를 받기 위해서 ‘비용 편익 분석’을 작성해 제출한다. 법안을 통해 새로운 정책이 실현될 때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보다 소비자가 얻는 편익이 최소한 같거나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비용 편익 분석 보고서다.

법안을 반대하는 기업의 경우, 정부가 작성하는 비용 편익 분석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또한 기업의 부담하는 비용이나 규제가 정부가 생각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할 경우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 기대효과 (이미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 "저가 요금제 개선해야" vs 이통사 "3만원대 요금제는 음성 기반 요금제다"

정부가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는 이유는 3만원대의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다른 고가 요금제의 혜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3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2890원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6.5GB를 제공하는 5만6100원의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이 2만3210원 차이난다.

하지만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6GB 이상이다. 1MB당 3만원대 요금제는 109.6원, 5만원대 요금제는 8.42원으로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KT나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예전에 열린 통신비 정책 협의회에서 “우리나라의 데이터 요금제는 3만원대 저가 요금제와 6만원대 고가요금제의 갭(차이)이 크다”며 “정부가 일부 시장 개입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규제권을 가지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요금 인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3만원대 초반의 저가 요금제의 경우 원래 데이터 요금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음성만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였지만, 정부의 요청으로 추후에 300MB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3만원대의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1MB당 가격으로 계산해 다른 고가 요금제의 데이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얘기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원래 3만원대 초반의 저가 요금제는 음성만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였지만 이용자가 수신 등의 이유로 데이터를 조금이나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데이터인 300MB를 제공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3만원대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와 5만원대 고가요금제 데이터를 1MB 당 가격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데이터 비교 기준에서 3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규개위 심사에서 보편 요금제가 통과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보편 요금제가 이번에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정부는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규개위의 심사를 넘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보편 요금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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