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IT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하여
위로의 IT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하여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8.05.1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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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작은 화면 안에서는 안전하니까요”
[리뷰] 게임 '플로렌스' '저니'

[키뉴스 석대건 기자] 직장인 유수민(가명) 씨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밤 8시 30분. 서울에 살며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지만 출퇴근은 항상 고됐다. 국가교통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시민의 출퇴근 소요 시간은 평균 96.4분이다. 평균이 중간값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자마자 침대로 쓰러진 그녀는 그래도 일찍 도착했다며 만족했다.

요즘 유수민 씨는 다시 만화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즐겨보던 그녀는 직장 생활에 치여 한동안 멀리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만 해선 안 되겠다 싶어 만화를 위한 아이패드를 샀다. 비싼 가격 탓에 고민 끝에 구입한 아이패드였기에 더욱 애착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웠다. 녹초가 된 몸으로 취미를 즐긴다는 건 한계가 있었다. 출퇴근 시간 만큼도 쓰지 못했다.

그러다 발견한 앱이 ‘플로렌스’였다. 플로렌스는 호주의 크래프트 게임 스튜디오 마운틴스에서 제작한 인터렉티브(대화형) 게임이다.

플로렌스는 퍼즐 맞추기 등 플레이어의 단순한 조작으로 진행된다. (사진=마운틴스)

플로렌스는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 앱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 ‘플로렌스 여(Florence Yeoh)’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직 일과 잠, SNS뿐인 생활을 하던 25살 플로렌스가 크리시(Krish)라는 첼로 연주자를 만나 사랑하는 구성이다.

특이한 점은 플로렌스는 미션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매일 피로한 유수민 씨가 그나마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플로렌스는 플레이어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그저 플레이어는 화살표를 눌러 진행하거나, 단계마다 손가락만 조금 움직이면 된다. 말풍선 조각 퍼즐을 맞추고 가려진 부분을 긁어 없애는 식이다. 역설적이지만 플로렌스는 그 귀찮음을 통해 과거의 어떤 경험을 환기한다.

플로렌스는 작은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위로를 준다. 플로렌스 안에 설계된 경험은 그녀에게 ‘아름답게 살며 사랑했던 어느 순간’을 전달한다. 행복한 기억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내일을 버티기 위해 쉬는 것조차 온 힘을 다해야한다. 그들에게 위로야말로 가장 필요한 가치다. 

따뜻한 색감을 가진 플로렌스의 일러스트도 유수민 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거기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연주곡들은 주인공과 유수민 씨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마운틴스는 플로렌스의 배경음악을 위해 음악감독과 플룻,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 섭외했다.

말 없는 소통이 주는 위로

사랑에도 끝이 있듯 플로렌스도 끝난다. 유수민 씨 역시 플로렌스의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그녀는 계속할까?

“플로렌스를 하면 할수록 말 없이 전해지는 말을 듣는다. 마치 ‘너는 어떻게 기억하니?’라고 내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그 말 없는 소통이 정말 좋다.”

최근 유수민 씨는 만성 장염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 그녀는 술담배도 즐기지 않는다. 최근에는 상담센터도 다니며 생활에 지친 마음도 달래고 있다. 여느 직장인의 삶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플로렌스의 시간은 위안이자 위로였다.

“적어도 작은 액정화면에서만큼 안전하니까요” 

유수민 씨는 ‘저니(Journey)’라는 게임에서도 비슷한 편안함을 얻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저니’는 힐링 게임으로도 알려져 있다. ‘저니’는 댓게임컴퍼니에서 제작한 어드벤처 인디 게임으로, PSN(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을 통해 출시되었다.

‘멀리 보이는 사막의 빛기둥을 따라간다’가 저니의 전부다. 친구와도 동행할 수 있지만, 대화는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무언의 동행일 뿐이다. 하지만 유수민 씨는 말 없는 동행이 실제처럼 편안했다고 말했다.

저니는 수려한 그래픽으로도 플레이어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사진=소니)

사실 두 게임은 구성상 못하려야 못할 수 없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조용하고도, 편안하게, 안심하며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게임 밖의 세상은 시끄럽고, 불편하며, 불안한 곳이라는 뜻이었다. 길을 걷다가도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세상이다. 유수민 씨는 작은 액정 화면 안에서만이라도 안전하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그게 ‘플로렌스’와 ‘저니’에 찾는 이유다.

위로의 IT가 필요하다

아직 유수민 씨는 ‘플로렌스’와 ‘저니’의 엔딩을 만나지 못했다. 물론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안다. 하지만 그녀는 급하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 현대인은 너무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은 이 상처의 치유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금은 위로의 IT를 더욱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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