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법도박 유도하는 가짜 코인방
[르포] 불법도박 유도하는 가짜 코인방
  • 이재익 기자
  • 승인 2018.05.23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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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대박 사라진 분위기 속 '일확천금' 유혹

[키뉴스 이재익 기자] 코인(가상화폐) 시장의 정보를 주겠다고 사람들을 유인한 뒤 실제로는 불법도박을 권유하는 가짜 코인방이 포착됐다. 취재를 해보니 일명 ‘사다리’로 불리는 불법도박으로 유인하는 곳은 한둘이 아니었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코인시장의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코인정보방, 일명 ‘코인방’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불 때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후 당시의 호황은 자취를 감췄고 현재 코인방에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수했다가 미처 팔지 못한 사람들과 다시 한 번 코인으로 재미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수 남아있다. 그리고 가짜 코인방은 그런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며 불법도박으로 유인한다.

■ 더 이상 찾기 힘든 코인 호황…낙담하는 사람들에게 ‘일확천금’ 유혹

기자는 직접 여러 코인방에 참가해 봤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누구나 검색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코인’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수십개가 넘는 채팅방들이 나타난다. 코인방 구성원은 정보를 공유하고 분위기를 파악하며 이득을 보기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채팅방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대박 정보를 공유한다는 글을 남기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채팅방을 개설한 '방장'은 메시지를 가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모티콘과 함께 글을 남기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강제로 남겨진 광고글은 교묘한 미사여구들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광고 메시지를 따라 들어간 코인방도 여느 채팅방과 다르지 않았다. 방장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코인 관련 뉴스를 링크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 분위기를 엿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되자 분위기가 변했다.

방장은 “잠시 서브픽을 공유하겠다”면서 그림파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홀짝 맞추기, 일명 ‘사다리’로 불리는 불법도박을 진행하는 상황을 캡쳐한 그림들이었다. 방장은 “보통 하루 1000만원 정도 가져가고 오늘도 벌써 100만원을 땄다. 확률은 절반이지만 패턴 분석을 통해 80%의 승률을 공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가짜코인방의 방장(노란색 원)이 부업이라며 불법도박을 보여주는 모습. 쉽게 목돈을 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유인한다.(자료=카카오톡 캡쳐)

■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까지, 도박 결과는 운영자 마음대로

누군가가 “여기는 코인방 아니냐”며 의문을 표하자 방장은 “코인방 맞다. 관심 있는 사람만 참여하면 된다. 코인이 메인이고 부수익일 뿐이다”라며 애써 정체를 감추려 했다. 하지만 5분 만에 100만원을 따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을 보면서 혹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반반싸움, 게다가 패턴분석까지 했다니 더 끌린다. 방장은 관심 있는 사람은 언제든 문의해달라며 1대1 채팅방 링크를 걸었다.

링크를 통해 1대1 채팅방에 들어가자 방장은 한 인터넷 사이트 링크와 가입코드를 알려주며 가입을 권유했다. 도박이 실제로 진행되는 사이트였다. 자신은 소개만 해주는 것으로 사이트 운영과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름과 계좌번호 등을 가짜 정보들로 기입해 회원가입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국제전화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사이트 운영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누구에게 소개받았는지를 물어봤다. 방장의 닉네임을 말하자 바로 알아들었다. 조직적으로 도박사이트로 유인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또 운영자는 대포통장을 막기 위해서라며 예금주 명의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요구했다. 국제전화인 이유를 물어보자 “해외에서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전화를 끊고나니 방장은 사이트에 충전을 해야 한다며 충전 방법을 알려줬다. 충전 후에는 사다리만 하는 메인방으로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코인방으로 위장한 불법도박방은 한둘이 아니었다. 또다른 가짜코인방에서 방장(파란색 원)이 불법도박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호응하는 모습.(자료=카카오톡 캡쳐)

■ 광고성 글도 이모티콘 같이 사용하면 삭제 못해

이같은 불법도박 유도행위는 어느 한 곳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오픈채팅방을 각기 다른 코인방처럼 만들어놓고 다른 곳에 방장이 삭제하지 못하는 광고글을 올려가면서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한 카카오톡 사용자는 “사다리사이트로 가입을 유도하는 사다리방이지 코인방이 아니다. 게다가 여기서 소개하는 사이트는 100만원이 넘어가는 돈을 인출하려 하면 인출을 막고 사이트 접속을 차단시키며 ‘먹튀’까지 한다. 돈을 잃어도 불법도박을 했으니 경찰에 신고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방 관리방법에 있어 ▲채팅방 이름‧닉네임 설정에 금칙어 적용 ▲링크 접근 사이트 출처 필터링 ▲쌍방향 신고 기능 제공 ▲강퇴 기능 제공 ▲메시지 가리기 기능 제공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제는 신고 건수에 따라 하루 이용정지나 발신 정지부터 최대 카카오톡 이용정지까지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관리자가 모든 채팅방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팅방 안에서 신고를 해야 관리자에게 전달되고 제재가 가능하다”며 “어뷰징을 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고 건수 기준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모티콘을 사용했을 때 방장의 메시지 가리기 기능이 무력화되는 오류에 대해선 “미처 알지 못했다. 다음 업데이트에 적용시키겠다”고 답했고 이내 다음 업데이트에서 진행될 것이라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광고글이 수없이 나타난다. 방장에게 메시지 가림 권한이 있지만 이모티콘과 함께 글을 남기면 가릴 수 없다.(자료=카카오톡 캡쳐)

■ 경찰-카카오 지속적 교류는 하지만...'사용자 신고' 없으면 무대책

경찰은 이같은 사이버 불법도박 행위에 대해 모니터링과 대응팀을 구성,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 20일 경찰청은 8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통해 총 3218건, 4033명을 검거한 바 있다.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형, 홍보 및 알선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운영조직의 경우 범죄단체조직죄로 법률을 적용해 더 강한 처벌을 받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경찰청 등으로 접수된 국민들의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선다”며 “현재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사람과 신고 대응팀이 있다. 카카오톡과 관련해선 따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카카오로부터) 관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는 불법도박 뿐만 아니라 음란동영상, 폭력 등 형사 처분으로 이어져야 하는 내용이 접수되더라도 카카오톡 관련 제제 등 내부에서만 사용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사용자들이 직접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관리자에게 신고했다고 경찰에게까지 전달되진 않는다. 사용자가 경찰에게도 직접 신고해야 한다. 절차를 원할 경우 안내는 해주고 있다. 카카오톡에 경찰신고 기능 추가는 고려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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