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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이실리콘처럼 키웠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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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이실리콘처럼 키웠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 김주연 기자
  • 승인 2020.06.1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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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키웠듯,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를 키웠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게 올해는 역대 최악의 해다. 손익분기점(BEP)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갤럭시S20’ 시리즈 내수용 모델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납품하는 데 실패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돌면서 매출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내년 ‘갤럭시S21(가칭)’용 AP 공급 여부도 불투명하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칩/하이실리콘 제공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칩/하이실리콘 제공

10년 전만 해도 보잘 것 없었던 하이실리콘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도 불구, 하이실리콘은 지난 1분기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업계 10개사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회사는 이 기간 전년 대비 54% 증가한 26억7000만달러(약 3조197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스템LSI 사업부 내외에서는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집중 육성했듯,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말따나마 하이실리콘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태생부터 달랐다. 

하이실리콘은 새로운 시장을 뚫기 위해, 삼성전자는 가전·모바일 등 기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이 필요했다. ‘완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내재화’라는 목적은 같았지만 기술 내재화에 대한 절실함이 달랐다는 얘기다. 

보다 절실했던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의 AP 등 반도체를 전면 채용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힌 것과 달리, 시스템LSI 사업부는 항상 기존 반도체 공급 업체와 비교 당하면서 제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였다.

실제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모바일 AP로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모바일 AP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퀄컴에 대한 무선사업부의 가격 협상력 때문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기회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더 많았다. 갤럭시 시리즈에 엑시노스 AP가 들어간 지 올해로 딱 10년이다. 10년간 퀄컴을 뛰어넘진 못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능 차이를 좁혔다면 시스템LSI 사업부의 자생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얼만큼의 지원을 받았느냐보다 그 기간동안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갤럭시S10에는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모뎀을 넣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A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7나노 EUV 공정에서 생산됐다./퀄컴
갤럭시S10에는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모뎀을 넣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A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7나노 EUV 공정에서 생산됐다./퀄컴

오히려 절실함이 부족했던 건 사다 쓰는 무선사업부보다 공급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였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AP ‘엑시노스’는 발열 문제가 터졌던 지난 2015년을 제외하고서는 단 한번도 ‘스냅드래곤’의 성능을 넘어서지 못했다. 뒤쳐지는 성능에도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에 채택됐고, 그러는 사이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의 성능 격차는 점점 커졌다. 

게다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워낙 종류가 많아 마음먹은 만큼 제품군을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하이실리콘은 모바일AP부터 시작, 물량이 작은 다른 반도체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CCTV 카메라용 칩셋, 셋톱박스용 칩셋, 드론용 칩셋, 심지어 서버까지 화웨이의 제품 확장에 따라 하이실리콘의 포트폴리오도 넓어졌다. 

같은 상황에서 시스템LSI 사업부는 ‘삼성이 하기엔 시장이 작다’는 말로 R&D가 끝난 프로젝트마저 접기 일쑤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보잘 것 없었던 하이실리콘이 세계 반도체 매출 상위 10개사 명단에 오를 정도로 성장할 때, 시스템LSI 사업부는 무엇을 했는가.

모뎀 개발에 발목을 잡혔던 지난 2010년 시스템LSI 사업부는 최고의 모뎀 전문가였던 강인엽 현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영입해 위기를 넘겼다. AP부터 모뎀,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대부분의 제품군이 발목을 잡고 있는 2020년, 시스템LSI 사업부는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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