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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월, 제 2의 일본 소재 산업 역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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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월, 제 2의 일본 소재 산업 역풍 분다
  • 안석현 기자
  • 승인 2020.07.0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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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오는 8월 이후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재차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반도체 웨이퍼.
법원은 오는 8월 이후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이를 계기로 재차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반도체 웨이퍼.

1년 전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을 밝힌 직후, 삼성은 소위 ‘J리스트'를 작성했다. J리스트에는 삼성이 일본에 수급을 의존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가 총망라됐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천명한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외에도 수급난이 야기될 후방산업이 있는지 꼼꼼히 따졌다. 그 결과 삼성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부장 중 30%는 국내서 대체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결론냈다.

그나마 삼성은 자본⋅정보에 구매력까지 있으니 J리스트라도 작성할 수 있었다. 일본이 수출 규제 범위를 크게 넓히면, 대기업 이하 중소중견기업들이 볼 피해는 산정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시한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월 우리 법원은 일본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에도 불구, 신일철주금이 손해배상 관련 소송 서류조차 수령을 거부한 탓이다. 법원은 손해배상금을 강제로 마련,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작년 7월 일본 정부가 3대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한 명분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자체였다. 법원이 1년만에 당시 판결을 근거로 신일철주금 자산을 강제 현금화할 경우, 일본 정부가 다시 한번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건 예상 가능하다.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우리 원칙은 그 때나 이번에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아베 신조 내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각종 정치 스캔들 탓에 궁지에 몰렸다. 정치권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이슈를 찾고 싶어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전달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와 동률이다.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1년 전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제한 조치는 사실상 삼성⋅LG⋅SK하이닉스를 겨냥한 ‘핀셋’ 규제였다. 자국 업체들이 입을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 기술 리더십에 타격을 주기 위한 품목이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보복이었지만, 우리 산업에 미친 충격파는 대단했다.

이번에 일본이 자국 산업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제재 대상을 크게 확대하면, 제조업 분야별로 각개전투를 치를 수 밖에 없다. 전⋅후방산업이 거미줄처럼 엮인 국내 첨단 제조업 특성상 한 곳이라도 경색되면 산업 전체에 피해가 불가피하다. 삼성조차 소부장 30%는 대체하기가 어려운데, 중소⋅중견기업들은 오죽할까.

한 반도체 장비 업체 대표는 “장비 안에 들어가는 밸브류나 특수배관 등은 100% 일본에서 수입해 온다”며 “개발비 대비 시장이 크지 않아 국산화를 추진하려는 회사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LG⋅SK하이닉스는 그나마 우리 산업 연결고리 중 가장 두꺼운 부분이다. 일본이 우리 서플라이체인의 가장 약한 고리를 겨냥했을 때, 지난해 처럼 무탈히 넘어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앞으로 남은 한달에 첨단 제조업의 명운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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