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로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기후 위기 극복은 이제 국제사회의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됐다. 애플, 구글, BMW, GM 등 글로벌 공급망을 거느린 업체들이 RE100(재생 에너지100) 도입을 선언했고, 부품 공급 업체들에도 RE100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RE100 제도 동참에 나서고 있다. LG화학과 SK 제조업 8개사, 한화 큐셀 등 기업들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RE100 가입을 신청했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정부도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키로 했다. 

RE100이란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전환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국제 비영리 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연합해 2014년 개최한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됐다. 

RE100의 신재생에너지는 바이오매스(바이오 가스 포함), 지열, 태양광, 수력, 풍력 발전 등을 말한다. 에너지 하베스팅 등을 통해 자체 생산된 전력도 포함된다.

RE100 캠페인은 가입 조건부터 까다롭다. 포춘 1000대 기업 등 국내외에서 브랜드 영향력 있는 기업이 우선 가입 대상이고, 구체적인 전력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전력량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목표와 타임테이블, 가입 후 12개월 안에 명확한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 조달 방법은 기업들 사정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 자체 전력 생산 설비를 투자해 조달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사용권 구매 등이 있다. 모든 기업들은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 대비 재생에너지 조달량이 어느정도인지 RE100 공동 주최사인 CDP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 기업들, 서둘러 가입 추진

2020년 기준 RE100 가입 기업은 291개사다. 애플, 구글, BMW,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국가별로 비교하면 2019년 기준 미국 79개사, 일본 39개사, 독일 및 프랑스 11개사, 중국 6개사 등이다. 

RE100 가입 기업들. /자료=RE100 홈페이지
RE100 가입 기업들. /자료=RE100 홈페이지

한국 기업들은 작년부터 가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해외 기업들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8개사와 자회사, LG화학, 한화큐셀이 RE100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RE100 가입 지도. 2019년까지 한국 기업 가입이 없었다. /자료=RE100 홈페이지

특히 해외 기업과 거래하는 이 업체들은 고객사로부터 RE100 준수를 요구 받아왔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서둘러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MW는 납품 조건으로 RE100 준수를 요구해 실제로 삼성SDI와 LG화학이 계약에 차질을 빚은 바 있고, 애플 역시 협력 업체들에 RE100을 요구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압박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자체 투자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한국전력에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제도를 활용한다. 

 

정부, 올해부터 한국형 RE100 캠페인 도입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기업 등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K-RE100)제도를 올해부터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형RE100 라벨. /자료=산업부
한국형RE100 라벨. /자료=산업부

 

한국형 RE100 제도 개요
참여대상: 모든 전기사업자  글로벌 RE100캠페인은 연간 전기사용량 100GWh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를 권고하고 있으나 K-RE100은 전기사용량과 무관하게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자 하는 산업용, 일반용 전기소비자는 에너지공단 등록을 통해 참여 가능.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이는 글로벌 RE100캠페인 기준과 동일하게 설정됨. 
에너지 조달 방법

△녹색프리미엄제 △제3자 PPA(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구매 △자가발전 등.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지분투자의 경우는 해당 발전소와 별도의 제3자 PPA체결 또는 REC 구매가 필요.

사용 목표 K-RE100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선언 없이도 참여가 가능하지만 산업부는 참여자에게 글로벌 RE100캠페인 기준과 동일한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고. 2050년까지 중간목표는 참여자의 자율에 맡김.
참여 지원 에너지공단은 기업 등이 제출한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에 대해 확인을 거쳐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할 예정. 확인서를 발급받은 참여자는 해당 확인서를 글로벌 RE100 이행 등에 사용할 수 있음.

재생에너지 사용 시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현재 환경부에서 구체적인 에너지원, 감축수단 및 방법 등에 대한 관련지침을 개정 중. 

인센티브  라벨링 부여 등 인센티브 지원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최소기준을 20%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 

 

에너지 조달방법 중 제3자 PPA는 1MW 초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한전, 전기소비자 간 전력구매계약을 맺는 것으로 이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1월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산업부와 한전은 고시 제정, 한전의 약관개정 등 후속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부터 제3자 PPA를 도입할 예정이다. 

녹색프리미엄은 전기소비자가 한전으로부터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제도로, 1월5일부터 한전 및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통해 2021년 입찰공고를 시행한다. 녹색프리미엄 판매량은 RPS(신새생에너지 공급의무화), FIT(발전차액 지원제도)의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설정되며 녹색프리미엄 구매 희망자는 2021년 연 단위 구매희망 발전량과 구매가격을 입찰할 수 있다. 낙찰된 발전량은 참여자별로 월 단위로 배분돼 낙찰된 가격으로 구매하게 된다. 

그동안 RPS 공급의무자만 구매가 가능했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도 올해부터 기업 등 전기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단 신에너지, 폐기물 등 비재생에너지 REC는 제외한다. 현재 에너지공단에서 RPS시장과 별도로 RE100 이행을 위한 전용 REC 거래플랫폼을 구축 중에 있으며 올해 1분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시급한 해결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늦은 감이 있다”면서 “올해부터라도 제도 시행으로 ‘녹색 무역 장벽’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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