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툴이라면 '주 52시간' 한계 넘을 수 있다
디지털 툴이라면 '주 52시간' 한계 넘을 수 있다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8.06.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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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석대건 기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선택적,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근무 방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진행되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업과 노동자의 직무에 따라 노동의 성격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인정되는 근로 시간의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의 정의를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으로 해석한다. 여기에서 지휘, 감독 여부는 묵시적인 사항까지 포함하며, 업무 지시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근로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일이라도 각각 기업마다 근무시간 인정 여부는 천차만별로 다르게 정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확한 지침 없이 기업에만 책임을 주고 있다는 불만이다. 명확한 지침 없이 법에만 맞추라고 정부가 강요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은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고, 대기업 계열사도 (준비) 되어 있다”고 발언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6월 말에나 배포될 예정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에 재직 중인 문용후(가명) 대리는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근무 시간만 줄이는 꼴이니 적응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하루 근무 시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실제 업무 시간을 본인이 입력하는 방식의 근무시간 관리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바보야, 중요한 건 효율성이야.

아인슈타인은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른 접근법을 강조하는 과학자다운 발상이다.

'주 52시간 근무시간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일 자체도 줄지 않고 일하는 방식도 이전과 같은데, 근무 시간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전과 같은 성과를 낸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하루아침에 업무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몰래 야근’의 수순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은 야근자의 수와 비례한다. (사진=플리커)
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은 야근자의 수와 비례한다. (사진=플리커)

결국 업무 효율성의 상승만이 근로시간이 줄이고도 기존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업과 정부 모두 ‘주 52시간’이라는 틀에 갇혔다. 따라서 보완 대책 역시 업무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일하는 도구(tool, 이하 툴)의 전환이다. 

바꾸면 확실히 달라진다.

마케터 설라진(가명) 씨가 다니는 디자인 스타트업 기업은 적극적으로 디지털 업무 툴을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업무 툴의 시작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기를 원했던 스타트업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 씨의 회사가 사용 중인 툴의 개수만 해도 다섯 가지가 넘는다. 면면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에서 호응을 얻은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Slack), 지메일, 구글 닥스, 캘린더가 포함된 구글 G 스위트(Google G Suite), 지출 결의 처리 툴인 자비스(Jobis), 업무 트랙킹 툴인 지라(Jira), 팀 협업 소프트웨어 컴플루언스(Confluence) 등 모두 생산성 지원을 위해 고안된 업무 툴이다.

설 씨는 “많아 보여도 각각의 툴이 가진 기능이 강력하다”며, “적응만 되면 본래의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디지털 업무 툴은 일반적인 기업관리 시스템인 ERP 프로그램으로 비교해봐도 효율성은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전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해도 우리 팀끼리는 카톡으로, 다른 팀과는 사내 메신저로 진행했다”며, “지금은 슬랙으로만 일하니 효율성은 확실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슬랙은 메신저는 물론, 다른 업무 프로그램과도 연동하여 쓸 수 있다. (사진=슬랙 홈페이지 갈무리)
슬랙은 메신저는 물론, 다른 업무 프로그램과도 연동하여 쓸 수 있다. (사진=슬랙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이연수(가명) 씨는 설 씨와는 반대의 경우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공익 재단으로 이직한 이 씨는 달라진 업무환경 탓에 고민이 한가득이다. 이직 전 이 씨가 일했던 회사는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으로, 기획이나 편집, 파일 공유 등을 위해 슬랙, 구글 G스위트, 드롭박스(Dropbox)와 같은 다양한 공유 협업 디지털 툴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글(hwp) 문서를 만들어 프린트한 다음, 수기로 결재를 받아야 한다. 둘의 환경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의 업무 환경에 대해 이 씨는 “업무 보고를 해도 온라인 팀장, 사업부 팀장, 국장 등 모두 따로 해야 한다”며, “조직이다 보니 이해되지만, 비슷한 업무도 예전보다 시간이나 업무량 소요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또 이 씨는 “재단 활동 홍보 이미지나 관련 파일도 카톡으로만 전달하다 보니 효율성은 더욱 떨어진다”며, “드롭박스만 활용해도 업무 외 소요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롭박스는 파일 동기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웹 기반의 파일 공유 서비스다.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통한 업로드와 저장을 제공한 최초의 기업이다. 전 세계 가입자는 약 5억 명이며, 기업 가치는 126억 달러(약 13조 4467억 원)에 달한다. 

무조건 쓰면 좋을까?

그렇다면 디지털 툴을 쓰기만 하면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고 근로 시간도 짧아질까?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근무하는 박지현(가명) 씨는 “어떤 사람이 쓰는 지가 중요하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박 씨는 “본인이 아무리 디지털 업무 툴을 잘 써도 같이 일하는 사람이 같이 쓰면 답이 없다”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애꿎은 직원만 두 번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의 사례와 비교하자면, 설씨처럼 구글 G 스위트로 문서를 처리하고, 그걸 이 씨처럼 종이로 프린트해서 결재하는 경우다. 

회사 구성원이 디지털 툴에 얽매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디지털 툴을 사용하게 되면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눈치를 살피고 더 신경 쓰게 된다”며, “일에 집중하기 보다 내가 놀지 않는다는 걸 알리기 위해 디지털 툴을 사용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또 “소통이 어려운 상대의 경우 구구절절 텍스트로 설명해야 하니 오히려 일이 늘어나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지금으로서는 기업 조직이 구성원의 업무효율성을 더 이상 높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미 정부의 ‘온나라’ 업무시스템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시간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의 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ERP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게다가 현장직이나 영업 같은 경우 위에서 언급한 슬랙이나, 구글 G 스위트 같은 디지털 툴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사실 진짜 문제는 2020년 이후다. 2020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 2021년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모든 곳에서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이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약 26만 6000명의 인력 부족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만약 기존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한다면 연간 12조 3000억 원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300인 이하 중소기업이 부담하게 될 예상 비용은 8조 6000억 원으로, 약 70.3%에 달한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12조 3000억 원을 아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말이다.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업무 툴은 충분히 많다.

제대로 된 ‘주 52시간 근무시간제’의 핵심은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 상승이 관건이며, 향후 기업의 생존 여부 역시 여기에 달렸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같은 방법만 반복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시대의 변화를 포착해 조직 구성원과 함께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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