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걸음마 뗀 AI챗봇, 콜센터 직원 일자리 뺏을까?
막 걸음마 뗀 AI챗봇, 콜센터 직원 일자리 뺏을까?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08.3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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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신민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난리다. 치열한 4차 산업혁명 열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너나없이 'AI 챗봇'이라는 고삐를 틀어쥐었다. 물론 재계 사정을 고루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도 이같은 행보에 한 몫 했다. 챗봇은 면대면 및 유선 상의 상담사를 대신해, 반복적인 질의응답을 학습하여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12월 소비자 맞춤형 쇼핑상품 추천 및 매장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로사'를 선뵀다. 아모레퍼시픽몰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뷰티 크리에이터'를 웹과 앱에 도입했다. 소비자들이 기존에는 상담원을 통해 확인해야 했던 운송장 번호, 주문내역, 뷰티포인트 등의 항목을 챗봇을 통해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는 챗봇 제작 플랫폼인 카카오i 오픈빌더를 내놔 지난 3월부터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8일 카카오가 발표한 중간 성과를 보면 챗봇 개설 후 고객센터 문의량이 약 10% 감소했다. 카카오톡 챗봇을 이용하는 제휴사로는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등이 있다. 인터파크 역시 재작년부터 제품 추천 및 최저가 구매 경로 등을 제공하는 챗봇 '톡집사'를 시행했다. 누적 이용건수 1000만 건을 앞두고 있다.

AI 챗봇 (사진=Medium)
AI 챗봇 (사진=Medium)

콜센터 상담원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날 것"

지금은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 인간은 기계를 정복했고, 급기야 인간이 기계에 복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복과 복종 사이에는 협업이 있다. 콜센터 상담원은 불안하다. 인간만의 능력이라 자부한 '상담'에서조차 로봇과 협업할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행정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수연 씨는 지난 6개월간 현대카드 고객센터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한 바 있다. 박씨는 우선 챗봇 도입을 반겼다. 그는 "단순문의 상담의 경우 청년 혹은 바쁜 직장인들은 바로 답변을 받아볼 수 있는 챗봇을 선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담물량이 조금 줄어들면, 맡은 상담에 한해 질적으로 보다 향상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는 산업 구조에 쉽사리 변동이 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결국 대부분의 문의는 상담원을 필요로 한다"면서 "챗봇기술의 고도화가 진행되더라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문의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담 내용의 난이도부터 억양, 발음의 어눌한 정도, 성격까지 천차만별이다"며거 "로봇이 이들의 의중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사진=CustomerThink)
(사진=CustomerThink)

정승철 씨는 남동케이블을 거쳐 우체국 우편택배와 SK캐쉬백 등에서 약 6년 동안 전화 상담사로 근무했다. 그는 챗봇도입을 두고 갖은 우려를 드러냈다. 정씨는 "상담원에게 주어지는 전체 상담물량이 약간 줄어든다고 해서, 감정노동 수치가 함께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편적인 문의가 챗봇으로 걸러지니 상담원은 불만사항 등 민원처리 콜 위주로 처리하게 된다"며 "무거운 민원만 받게 되면 감정노동의 강도는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나의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지만, 일을 계속 하는 한 체감 업무량 및 업무강도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즉 일자리는 줄어도 일이 줄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AI 챗봇은 갓난아기 수준"...고객은 사람 목소리를 원한다

강남역 부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심영진 씨는 평소 은행 등에 문의할 때 '상담원 바로 연결'을 선호한다. 그는 평소 자동응답시스템(ARS)조차 느리고 불편해 자주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심씨는 "챗봇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화가 일회성이기 때문에 앞뒤가 이어지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상담사와 대화하면 궁금한 것이 바로 해결되는데 챗봇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단한 정보가 궁금할 때는 주로 인터넷 검색을 활용한다"며 "앱에 접속해 챗봇과 대화하는 것보다 빠르고 편하다"고 말했다.

정기주 한국콜센터산업협회장 및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AI 챗봇의 기술 수준은 갓난아기 수준이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인공지능을 접목한 챗봇 가운데 인간에 근접한 경우는 없다"며 챗봇의 인간 대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챗봇이 콜센터 직원을 대신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상의 이익일 수밖에 없다. 마케팅과 영업 비용, 시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챗봇이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콜센터 직원의 일자리가 줄어들 확률은 전무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고객은 사람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면서 "주말 혹은 상담 외 시간대를 제외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상담사 연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공감을 전제로 한다. 상담자는 민원을 겪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서 노력을 시작한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고객의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인간 상담자'의 역할이다. 그러나 채팅 로봇의 마법 도구 상자에 공감은 없다. 고객은 공감 능력이 부재한 기계에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기계의 존재감이 피부로 와닿기 전까지는 현재의 전통적인 고객상담 메커니즘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챗봇 도입, 고객의 수용 여부는 뒷전이었다

인공지능 챗봇. 인공인 건 알겠는데 지능은 잘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는 자연 언어가 흘러 넘친다. 빈번하게 문장 형식이 파괴 혹은 생략되지만 거리낌 없이 대화를 잇는다. 문맥이 닿지 않아 잘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다양한 언어능력을 활용해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 챗봇은 다양한 형태의 발화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데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 대화가 엉뚱하게 진전되거나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사용자의 대부분은 챗봇에 호기심으로 접근한다. AI 챗봇은 아직 고객의 모든 니즈를 충족하지 못 하는 미완성 서비스이므로 정보 확보를 위해 이용하는 것은 강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챗봇 기술의 지향점은 고객의 '호기심 유발'이 아니라 '효용 가치 극대화'다. 기업은 고객이 챗봇 기술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따져보아야 했다.

인공지능 챗봇의 개인정보 보호 침해 가능성도 난제다. AI 챗봇 상담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민감정보 혹은 고유식별정보 등을 노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고객은 기업 전용 챗봇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챗봇 플랫폼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각도로 고객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책이 정립돼 있지 않다.

(사진=Barkodeprops)
(사진=Barkodeprops)

그들의 행군을 멈추게 할 이유는 없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AI 챗봇이다. 머지않아 다양한 직업군에 투입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인공지능 챗봇은 '지능'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도록 보다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할 필요가 있다. 역량을 충분히 기른 후 보안성을 갖춰 시장에 나와도 늦지 않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수요와 수용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인간의 기계 대체가 불가피한 직군에만 부분적으로 챗봇을 도입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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