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 벗은 고산, '3D프린팅 공유 플랫폼시대' 열다
우주복 벗은 고산, '3D프린팅 공유 플랫폼시대' 열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09.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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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제조업의 '온라인 서비스화' 구현할 것"

[키뉴스 신민경 기자] 우리는 온갖 사회적인 압력에 휘둘리는 무력한 꼬마로 삶을 시작한다. 이에 맞서 목놓아 울어대는 것이 꼬마로서는 유일한 보호책이다. 별을 사랑했던 한 꼬마는 별을 감추려는 현실에 저돌적으로 저항했다. 에이팀벤처스 고산 대표 얘기다.

고산 대표는 우주 밖에 몰랐다. 그런 그가 지난 2011년 돌연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 싱귤래리티대학에서 들은 수업을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인 '에이팀벤처스'의 대표가 돼 있다.

에이팀벤처스의 주력 서비스는 크리에이터블이다. 누구든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에이팀벤처스에 의뢰해 견적을 물을 수 있다. 고객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디지털 도면을 제작하고, 목표한 출력물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를 보유한 기업을 찾아 고객과 연결해 준다. 결과물은 주문자에게 배송된다.

'온라인 상'에 '공장'을 담았기에, 고객이 제조업체와 직접 만나지 않고도 프린팅 주문을 할 수 있다. 3D프린팅 산업에서의 공유 경제를 실현한 것이다. 문득 고산 대표가 그리는 한국 3D프린팅 산업의 청사진이 궁금해졌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아래는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

A. 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준다. 언제는 삼겹살 집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나만 잘 챙겨 주더라. 일행이 "왜 이 친구한테만 잘 해주느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에이, 고산 씨잖아"라고 하더라. 순간 당황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체로 기분 좋은 경험들이 많다.

Q. 에이팀벤처스를 소개해 달라.

A. 제조 분야를 혁신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제조업은 2차 산업이다. 3차 이상의 산업은 서비스와 연결 고리를 맺고 있지만, 1·2차 산업에는 온라인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소비자와 직접 맞닿을 여지가 없다. 우리는 제조업을 '온라인 서비스화'해서 제조업체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그 서비스 이름이 크리에이터블이다.

Q. 제조업의 '온라인 서비스화'? 잘 와 닿지 않는다.

A.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의 기본 컨셉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따른다. 공유에 집중했다. 값비싼 3D프린터는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런 프린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3D프린팅 회사를 찾아 우리 서비스 업체목록에 등록했다.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후, 이들의 프린터 장비들이 운용되고 있지 않는 시간을 활용해 출력을 한다. 장비가 쉬는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사측에서도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양질의 장비를 활용해 원하는 출력물을 얻으니 일석이조다.

Q. 제조업체와 고객을 연결만 하나.

A. 직접 제작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FFF(Fused Filament Fabrication, 융합수지 압출 적층 제조) 방식의 3D프린터 '크리에이터블 D3'을 직접 개발해 많은 학교에 보급해 왔다. 크리에이터블 D3는 디자인이 세련됐고 조작도 용이하다. 조인트 부분이 자석 탈착 방식으로 돼 있어 헤드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노즐은 간단한 조립으로 교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프린팅 시 필요에 따라 다양한 노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에이팀벤처스 자체 제작 3D프린터 '크리에이터블 D3'
에이팀벤처스 자체 제작 3D프린터 '크리에이터블 D3'

Q. 3D프린터 방식과 재료는 주문별로 다른가.

A. 고객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설계하는 재료와 프린터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상담 후 견적을 내는 과정에서 고객이 원하는 출력물에 쓰이면 좋을 프린터와 재료를 엄선한다. 그 후 해당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 연결하고, 만들어진 제품을 검수하여 고객에게 보내는 것까지가 우리의 일이다.

프린트의 경우 널리 쓰이는 고체 기반 방식의 FDM, 보다 정교한 부품을 만들 때는 액체 기반 방식의 SLA, 출력 속도를 높일 땐 DLP, 복잡한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고자 할 때는 파우더 기반 방식의 SLS 프린터를 차용한다. 재료도 실 형태의 플라스틱인 ABS, PLA부터 닌자플렉스, 필라플렉스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는 3D프린터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초기 아이디어와 흡사한 3D 출력물이지, 우리가 어떤 기계로 출력했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즉 디지털 도면(캐드 도면)을 받아 보고 그것을 디지털 제작 장비나 일반 장비를 통해 구현하는 과정에서, 출력 기계를 다르게 선정한다. 예컨대 그릴이 특정 고체 재료를 깎아서 만드는 CNC(컴퓨터 수치 제어) 방식의 공작 기계는 조형 정밀도가 높고 표면 조도가 훌륭하다는 점에서 일반 3D프린터와 비교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 3D프린터 외에도 각종 CNC 장비 등을 도입해 모델링을 출력하고 있다.

Q. 한 달 평균 주문량은.

A. 월 약 300건이다.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이므로 건당 거래 매출도 높은 편이다. 에이팀벤처스의 주요 고객층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다. 기업에서 들어오는 주문이 가장 많다. 요즘에는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주문도 많아졌다.

Q. 신 산업 가운데 3D프린팅의 발전은 특히나 더디다는 느낌이다.

A. 일반인이 체감하기에 3D프린팅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제조 산업은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3D프린터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 세간에서 "혁명이다",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녹아들 것이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의 보편화에 있어서 아직은 실패한 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상 물밑에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3D프린팅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궁극에는 고객과 맞닿은 지점이 있어야 궁금증과 관심이 생기는 법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돼야 한다. 그러나 이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시대의 생활패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커스텀 메이드'(고객맞춤형 제작) 방식을 선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당신은 이런 제품이 필요할 것이다"고 직접 속삭이는 서비스가 활황에 접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맞춤형 물품 제작의 필요성을 꾸준히 인지시키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서비스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에 있다.

Q. 3D프린터가 가정에 보급된다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텐데.

A. 감히 속단하자면, 분자 수준의 레이어를 통제할 수 있지 않은 이상 가정용 3D프린터 보급은 힘들다고 본다. 교육용으로 학교, 기업 등에만 보급이 될 것이다. 가정에는 보급되지 않지만, 3D프린터를 비치한 공간이 각 가정의 근거리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산업이 확대될 것 같다. 에이팀벤처스의 온라인 제조 공유서비스가 확산되면 굳이 가정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저작권 문제의 경우 비단 프린터 산업 상의 문제는 아니다.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계속해서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실상 저작권이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저작권은 만든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술 발전의 가속화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취해지고 있지만, 공유 경제를 화두로 하는 요즘 저작권은 오히려 기술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

에이팀벤처스 제조 포트폴리오
에이팀벤처스 제조 포트폴리오
에이팀벤처스 제조 포트폴리오
에이팀벤처스 제조 포트폴리오

Q.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서 대한민국 신 산업 규제개혁에 제언한다면?

A. 위법이 될만한 것을 명문화 해 두고 규제를 하되, 명문화 돼 있지 않은 항목들은 모두 허용하는 차원의 규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정책들은 대부분 포지티브 방식을 취한다. 공유경제를 추구한다면, 무한한 글로벌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한해서는 지나친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한국판 우버'가 되기를 포기한 사례를 보았다. 우리 기업 역시 '공유'를 키워드로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의 신 산업에 대한 정책 규제가 정치적인 논쟁으로 번지지 않았으면 한다.

Q. 이소연 씨는 미국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근황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먹튀 논란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그녀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부재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사실 왜 이소연 씨가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마다하고 미국으로 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녀가 희생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부 국민이 이소연 씨를 두고 헐뜯는데, 비방의 구체적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

창업자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세상에 쉽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정부나 이소연 씨나 우주 산업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이벤트다. 누가 누구를 비방할 것이 아니라, 함께 어떻게 만들어가야 했을지 고민하고 반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다. 정부가 우주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서 이소연 씨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과 같다. 이소연 씨는 260억 펀드를 받은 스타트업이다. 책임감을 다해야 했다. 정부의 후속조치 부재와 구조적인 여타 문제점들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아쉬움이 있다.

양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의 단계를 밟아 나갔더라면, 지금과 같은 모호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Q.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반면 우연들이 모여 기대 않던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A. 어떤 상황에 있던 자기 하기 나름이다. 내가 오늘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오늘부터 새로운 인생인 것이다. 내가 오전 4시 반에 태어나서 출근해 보니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당하고 있다. (웃음) 이렇게 생각하면, 매일이 즐겁고 설렌다. 아무리 버거운 일에 직면해 있더라도, 오늘 새롭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그저 열심히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즐겁게 버티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과거에 내가 한국 최초 우주인이었다는, 어찌 보면 엄청난 이야기를 갖고 늘 부담감에 눌려 살게 된다면, 그건 괴로운 삶이다. "난 이대로 살 수밖에 없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난 매일 새로 태어나"라고 생각한다면 훨씬 마음이 가벼워 진다.

나는 지금의 내 삶에 매우 만족한다. 하루하루가 역동적이고, 매일 새로 전개될 거대한 일들의 시작점에 다시 선다. 나는 과거보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5년 뒤의 미래, 즉 근거리의 미래를 바라보며 열심히 살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다른 길이 꾸준히 보인다. 그때마다 유의미한 선택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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