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벤처업종 제외' 놓고 찬반논쟁 '치열'
'가상화폐 거래소, 벤처업종 제외' 놓고 찬반논쟁 '치열'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09.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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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와 동일규제 온당치 않다 vs 노래방 보다 쉽게 만든다

[키뉴스 신민경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제외 업종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학계·업계의 반응이 양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코인을 평가하고 상장(ICO)을 통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데, 유흥업소와 동일선상에서 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블록체인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중기부의 결정을 옹호하는 이들은 가상화폐 관련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를 섣불리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표=키뉴스)
(도표=키뉴스)

정부 "규제는 않지만, 육성 대상도 아니다"

앞서 지난달 10일 중기부는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63999-1)'을 벤처기업 미포함 업종으로 분류하겠다며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당시 중기부는 규제영향분석서를 통해 "법적으로 벤처기업이란 투자를 유치하거나 연구개발을 적극 수행하는 기업인데, 투기과열 현상이 빈발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벤처생태계의 건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나 정부가 벤처기업으로 육성해야할 대상 업종은 아니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블록체인협회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는 같은 달 14일 공동입장문을 내며 즉각 반발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중국을 제외하면 가상화폐를 사행성 소지를 들어 규제한 곳은 우리나라 뿐이다. 실제 작년 세계 10위 거래소 가운데 2개곳이 우리나라 거래소였으나 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현재는 모두 10권 밖이다"면서 "현재 장외거래를 통해 만연하는 불법행위는 오히려 정부가 적절한 근거 없이 강력한 규제로 거래소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지난 11일 가상화폐 매매와 중개업만 제한하는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과는 거래소만 벤처기업 지원 제외 대상이며 여타 블록체인기술과 가상화폐 관련 모든 산업은 현행처럼 벤처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거래소의 투기과열,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 등의 현상이 줄지 않고 있다. 범법이 자행되는 상황에서, 거래소를 벤처기업 육성대상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이 결정은 ICO 업체에 대한 규제가 아니며, 블록체인산업 육성 진행과도 무관하다"고 했다.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현행과 개정안 (자료=중기부)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현행과 개정안 (자료=중기부)

전문가들, 벤처 제외 업종 지정 '시행 vs 철회' 의견 갈려

중기부와 블록체인협회가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도 두 갈래로 갈린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벤처 제외 업종 지정 '시행'과 '철회' 가운데 한쪽 입장만을 고수하는 흑백논리식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블록체인,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해 법의 테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블록체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시용하고 있는 규제 정책인 '스마트레귤레이션(Smart Regulation)'을 언급하며 "한국도 스마트레귤레이션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에 의하면 스마트레귤레이션의 주요 수칙은 ▲기업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직접 규제 하지 않고 ▲세심한 관찰을 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기술은 양날의 칼이다. 현명한 규제 원칙이라면, 우선 신 산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놓고 기업 규모가 작을 때에는 규제하지 않다가 커지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거래소는 불건전하고 일부 거래소는 건전하다. 거래소를 건전화하는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현재 정부의 방침은  모든 거래소를 일괄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불건전화에 가닿는 결정이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 역시 중기부의 결정 철회를 주장했다. 박 센터장은 "정부가 언급한 '투기'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하려는 시도부터 잘못됐다"며 "중기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투기과열 등을 지적하면서 관련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규제와 규제 개혁을 논할 수 있을 텐데, 현재 중기부를 비롯한 각종 정부 부처 위정자들은 블록체인·암호화폐 등에 무지하다"면서 "작년 정부가 범정부차원의 TFT(Task Force Team)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협력보다는 일방적인 규제만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더머클)
(사진=더머클)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 가운데 중기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민현 AI 네트워크(Network) 대표는 "거래소의 실상을 접했을 때 실제로 거래소가 과열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의 본질은 분산화된 체제다. 그런데 난무하는 거래소들로 인해 투기 세력이 몰려 가상화폐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거래소 자체가 블록체인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온당한 규제를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 거래소들 중에서도 분산화 기술을 이용하는 거래소가 있어, 그쪽을 응원하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한국 가상화폐의 미래에도 이런 논쟁이 지속된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은행에 해당하는 법적, 보안적 수준을 갖춰야만 거래소가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거래소는 굉장히 흔하게, 쉽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거래소처럼 보이게만 개발하는 불법행위도 자행되고 있어 해킹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부분들은 비단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보안 수칙 정비 혹은 조직 체계 개편 등의 사회적인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어 단순히 거래소를 허용하기에는 정부가 그만큼의 준비가 안 됐을 것이다"고 답했다.

원종현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충분히 분리될 수 있으며, 가상화폐 거래소는 규제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조사관에 의하면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에서 파생됐으나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다. 즉 코인이 블록체인을 대변할 수 없다. 블록체인의 보상은 반드시 코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폐가 있으며 최근에는 코인을 창출하지 않아도 되는 퍼블릭 블록체인도 개발됐다.
 
원 전 조사관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관계를 양귀비와 아편에 비유했다. 양귀비는 진통·진정 효과가 좋아 오래 전부터 진통 시 한약재로 쓰였으나, 아편의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재배가 전면 금지됐다. 가상화폐로부터 파생된 일부 문제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까지 사행성의 오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빈발하는 불법행위들 때문에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오명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거래소는 다수를 상대하는데도 노래방보다 설립하기 쉽다. 가상화폐 자체가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벤처로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엄격히 다뤄 규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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