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유심에 비해 여전히 비싼 국내 이통사 로밍 요금제, 왜?
현지 유심에 비해 여전히 비싼 국내 이통사 로밍 요금제, 왜?
  • 백연식 기자
  • 승인 2018.09.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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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유심은 알뜰폰 선불 요금제, 국내 이통사 요금제와 단순 비교는 무리"

[키뉴스 백연식 기자] #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로 여행을 떠난 A씨(35·남)는 SK텔레콤의 아시아패스를 이용해 휴대폰을 로밍했다. 아시아패스는 2만5000원의 가격으로 5일간 2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이다. 작년에 비해 데이터 혜택이 약 4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에 여유있게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여행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여행 중 만난 한국인에게 현지 유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여전히 국내 이통사의 로밍 요금제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슷한 수준의 데이터 또는 그 이상을 제공하는 현지 유심의 경우 한화 약 8000원~1만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로밍 요금제가 비싸다는 의원의 지적이 있고 난 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국내 이통사가 로밍 요금제 개선을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했지만 아직도 현지 유심에 비해 아직도 비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로밍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일정량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다 사용했을 경우 속도제한으로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정액 요금제를 선호한다.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예로 들면, 작년의 경우 하루 1만원 수준의 가격으로 100MB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5일 요금제를 사용하면 약 4배 정도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통3사의 로밍 요금제는 현지 유심 요금제에 비해 가격 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지 유심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알뜰폰(MVNO) 선불 요금제에 해당되기 때문에, MNO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들은 앞으로 해외 이통사와의 협상을 통해 로밍 요금제의 가격을 더 낮추겠다고 밝혔다.

2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지 유심을 사용할 경우 하루 1000원대의 가격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일정 용량 사용시 속도 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5일간 사용 기준으로 1일 이용료로 환산한 값이다. 베트남은 1600원, 태국은 1000원, 필리핀은 1200원 수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일본은 1980원 미국은 3400원이다. 물론 해외 유심 가격은 통신업체에 따라 또는 구매 장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국내 이통사의 경우 데이터를 무제한(일정 용량 사용시 속도 제한)으로 1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 가격은 KT가 3300원, SK텔레콤은 5000원, LG유플러스는 1만1000원이다. KT가 가장 저렴해 보이지만 KT는 모든 데이터에 200kbps 속도제한이 들어간다. SK텔레콤은 5일간 2GB(하루 400MB 수준) 소진시 400kbps로 속도제한이 걸리고 LG유플러스는 하루 300MB 소진 시 200kbps 속도제한이 시작된다. 국내 이통사 중 하루 기준 가격 대비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제공하는 곳은 SK텔레콤이라고 볼 수 있다.

이통3사의 해외 로밍 요금제는 재난 문자 수신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SK텔레콤)
이통3사의 해외 로밍 요금제는 재난 문자 수신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SK텔레콤)

최근 SK텔레콤은 괌·사이판 지역의 경우 국내 요금제의 데이터를 해외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괌·사이판 패스)을 출시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6만원대 요금제인 티플랜 라지에 가입해 월 기본 제공량 100GB를 사용하고 있다면 괌이나 사이판에서도 100GB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방식이다. 기본 제공량을 소진해도 400Kbps 속도로 추가요금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괌·사이판 패스는 국내 요금제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유심보다 좋은 요금제이다. 하지만 이는 SK텔레콤이 지난 6월 괌·사이판 이통사 IT&E에 약 3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괌·사이판 패스는 예외로 봐야 한다.

현지 유심 사용시, 한국서 오는 전화 못 받아...직접 비교 불가

국내 로밍 요금제가 현지 유심보다 비싼 이유에 대해 이통사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유심을 구매해 사용할 경우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없고 문자 수신도 어렵다”며 “로밍의 경우 현재 쓰던 스마트폰 그대로 별다른 조치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현지 유심의 경우 현지 가격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로밍 서비스의 경우 해외 사업자와 협의해 서비스 공급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구조적인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외교부 재난문자 수신 등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단순히 국내 이통사 요금제와 현지 유심 요금제를 비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의 경우 이통사 후불 요금제, 선불 요금제, 알뜰폰 후불 요금제, 알뜰폰 선불 요금제로 나뉘는데 이 중 가장 저렴한 것은 알뜰폰 선불 요금제다. 현지 유심은 현지 알뜰폰 업체의 선불 요금제에 해당한다. 알뜰폰이 아닌 국내 이통사 요금제와 알뜰폰 선불 요금제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이통사가 로밍 요금제의 금액을 낮추는 것은 영업이익의 비중이 낮은 요금제의 가격을 낮춰 이미지를 회복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작은 것을 잃는 대신 큰 것을 얻겠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기준, 이통3사의 로밍 요금제 매출(수익)은 연 3000억원대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에 비해 더 낮다. 매출이 3000억원이라면 영업이익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에게 로밍 요금제 수익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쌌던 로밍 요금제의 가격을 낮춰,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아직 현지 유심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해외 이동통신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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