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투명화 vs 경영권 강화…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에 '기대반 우려반'
경영 투명화 vs 경영권 강화…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에 '기대반 우려반'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10.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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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신민경 기자]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롯데의 주력 사업군인 유통부문의 실적 기여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 등 그룹내 이익 기여도가 높은 화학부문을 롯데지주 체제에 편입한 것이다. 이로써 롯데그룹의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위한 핵심 과제 일부가 해결됐다. 전문가들은 롯데의 이같은 행보를 '경영 투명화의 전조'로 보며 긍정적으로 진단하면서도 경영권 강화와 정경유착 잔재에 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호텔롯데 보유 롯데케미칼 지분 가운데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 보유 롯데케미칼 지분 중 386만3734주 등 총 796만5201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23.24%를 갖게 됐다.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 편입을 통해 그룹 지주 체제 안정화와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롯데 지분구조 변동추이 (이미지=키뉴스, 자료=롯데)
롯데케미칼 지분구조 변동추이 (이미지=키뉴스, 자료=롯데)

롯데케미칼 편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통과 식음료 업종에 편향해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기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유화 한국예탁결제원 객원연구원(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금융전임교수)은 롯데가 기존 유통과 식음료 부문에만 집중하고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안유화 교수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 내 롯데의 유통 부문은 약세였다. 하지만 롯데는 유통과 식료품에만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THAAD)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롯데가 사업 다각화를 꾀하지 않고 계속해 유통 일변도의 사업에 집중한다면 지탱이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안 교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실현하면 각각의 사업 성패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즉 순환출자 구도와는 달리 하나의 산업 부문이 휘청거려도 다른 산업이 잇달아 타격 받지는 않는다. 이사회 통과 문제에 있어서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반대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 성패가 분리성을 띠기 때문에 중국 내 롯데 유통 분야의 실적 감소 현상에 대해서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그는 "롯데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기회로 산업구조도 새로운 분야로 다각화해 포트폴리오를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공표한 바 있다. 이후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10월에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설립됐고 올해 4월에는 추가 분할합병 작업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순환출자가 모두 해소돼 지주 체제가 강화됐다. 7월에는 자회사인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이 이뤄졌다.

(로고=롯데케미칼)
(로고=롯데케미칼)

롯데지주는 문재인 정부가 역설한 친주주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춰, 그룹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일환으로 두 번에 걸친 대규모 사업결합으로 발생한 7조4000억원 가량의 자본잉여금 중 태반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상법상 자본잉여금은 배당재원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결손금 보전이나 자본 전입용도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보통주(발행 주식의 액면가액 합계액)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이르는 1165만7000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자본잉여금 4조5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자본잉여금이란 주주들이 주식 매입 시 액면가액을 초과하여 납입한 금액을 말하고, 이익잉여금은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 후 남은 사내유보금을 일컫는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롯데의 자기주식 소각 행보는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기업 차원에서 취득하면 주가가 올라 주주들에게 이득이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롯데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적은 자본으로 여러 기업을 지배하는 순환출자 방식은 재무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롯데가 자본 잉여금의 이익 잉여금 전환, 롯데케미칼 지주회사 편입 등을 이행함으로써 지주관계와 지배구조의 명확성과 투명성이 보다 보장될 것이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공정위가 발표한 2018 기업집단 소유지분도 '롯데' 갈무리
공정위가 발표한 2018 기업집단 소유지분도 '롯데' 갈무리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이번 조치의 숨은 목적 가운데 하나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강화일 것이다. 또 신 회장의 석방 후 마치 약속한 듯이 롯데에서 롯데케미칼 편입과 주주가치 제고를 공시하는 것을 볼 때, 정치적으로 상징성을 띠는 행보로 해석된다. 정경유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띠던 롯데가 오명을 벗어내려면 정치와 경제의 고리를 끊어내는 노력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지주는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분할합병 과정을 통해 자기주식 약 4576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로는 39.3%다. 이번 소각이 결정된 자기주식은 이 가운데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롯데는 자본잉여금의 이익잉여금 전환 문제를 결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오는 11월21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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