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지? ②] 구멍뚫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해썹'
[뭘 먹지? ②] 구멍뚫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해썹'
  • 고정훈 기자
  • 승인 2018.11.1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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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 개정안' 국회 발의…위해식품 판매 과징금 상향
"관리·감독 인력 증원…업체 스스로도 위생관리 강화해야"

[키뉴스 고정훈 기자] 케이크, 햄, 피자, 계란, 에너지바, 아이스크림. 이 상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먹거리 논란에 시달린 음식이라는 점이다. 내용도 다양하다. 대장균 등 세균이 검출되거나 못 같은 이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 상당수가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았다는 데 있다. 이에 식품안전 전반을 책임지는 해썹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썹은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를 말한다. 원재료 생산, 제조, 유통까지 식품의 모든 과정이 관리된다. 이를 위해 해썹은 위해요소분석과 중요관리점으로 나뉜다. 원료와 생산공정에서 위해가능성 요소를 찾고, 해당 위해요소 제거와 예방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해썹을 첫 도입했다. 해썹이 의무적 적용으로 바뀐 건 2002년부터다. 이후 매년 순차적으로 분야를 늘려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알기 편하게 정보 접근성도 좋아졌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는 15개 분야 공공데이터를 개방했다. 여기에는 식품안전정보, 환경영향평가정보 등이 포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1만여건의 해썹 인증 제품 이미지와 메타정보(제품명, 원재료, 첨가물, 알레르기유발물질, 영양성분 등 10가지 항목)를 개방했다. 이는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정보 제공을 위한 취지였다.

해썹 인증 분야와 연도(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해썹 인증 분야와 연도(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썹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일어난 식품 이물질 사건 업체 중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난 농가 10곳 중 6곳이 해썹 인증 농가다. 풀무원 식중독 초코케이크 사태 역시 제조업체가 해썹 인증을 받았다. 심지어 한 순대제조업체는 보건 인증도 없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해썹 인증업체 5403곳 중 977곳(18%)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

식약처 "인력부족" 호소

최근 발생한 식품 이물질 문제는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업체들의 도덕성 해이가 원인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식품정보원 관계자는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는 작년과 올해에 유독 심하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발생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계속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국감을 통해 해썹 관련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썹인증 신청업체 심사와 축산물 관련 업체의 사후평가까지 맡고 있는 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심사관은 총 69명이다. 맡아야하는 신청업체는 1년에 4000곳이 넘는다. 게다가 해썹은 인증 이후에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지켜보는 사후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1년 기준 축산물 관련업체 7844곳을 사후평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와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게다가 부실검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후관리는 보통 2인1조로 진행된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해 1명만 평가에 투입되는 경우도 잦다.

미리 예고한 업체를 방문하는 사후관리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식약처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사전예고를 하고 가다 보니 그때만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는 불시평가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인력부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방향을 다시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인력 충원 계획은 있다"며 "다만 관련기관과 협의가 필요해 충원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 이상을 발견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식품안전나라, 소비자보호원 등이 있다. 더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올라오기도 한다. 이렇게 접수된 사건은 해당 지자체 위생과, 식약처 등을 통해 검사가 진행된다.

최근 런천미트에서 대장균이 발견돼 사과문을 게재한 청정원(사진=청정원 홈페이지)
최근 런천미트에서 대장균이 발견돼 사과문을 게재한 청정원(사진=청정원 홈페이지)

앞서 기관들은 현재 통로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중 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와 업체의 사이에서 조율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권고에 그쳐 강압적인 수단은 아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일선에 있다보면 권고를 내려도 이를 불복하는 업체들이 더러 있다"며 "이럴 경우 좀 더 심의과정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업체에 대한 강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건 식약처가 거의 유일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식약처의 제재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식약처의 조치(1258건) 중 절반 이상이 시정명령(618건)이다. 이어 과태료 부과가 229건을 차지했다. 처벌 수위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품목 제조 정지(181건)와 영업정지(100건)는 전체 22% 정도를 차지했다.  

경미한 처벌도 문제

현행법상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이물질 혼입 식품에 대해서는 해당 제품 폐기 및 영업정지 5일의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이물 혼입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영업정지 3일, 영업정지 5일 순으로 처분이 이어진다.

식품 관련법에 가중 처분 규정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는 회사가 아닌 동일식품 기준이다. A회사의 B제품과 C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시정명령만 내려진다는 얘기다. 

이에 과징금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유해물질 또는 병을 일으키는 오염된 식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가공, 조리해 영업정지 등을 받은 판매자에게 과징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는 불법행위로 얻게될 이익보다 적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회에선 현재 위해식품 판매로 법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판매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한국식품정보원 관계자는 "지자체 위생과와 식약처 직원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업체 스스로도 자체적인 위생관리 강화를 해야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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