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의견 달리하더니…" 한노총-민노총, '극적 화해' 진짜 이유
"사사건건 의견 달리하더니…" 한노총-민노총, '극적 화해' 진짜 이유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11.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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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움직임에 '동맹' 약속
"노동계 입지 뺏기지 않기 위한 대항"

[키뉴스 신민경 기자] 정부 여당과 노동계 간 정책 공조에 또 다시 균열이 가고 있다. 지난 5월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이 국회 문지방을 통과해 노동계의 반발을 산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지난 9일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대통령과 국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공식화하자, 이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노동계가 공조투쟁에 나선 것이다. 

바로 하루 전인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가 모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5일엔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모인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기업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조치에 대통령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 간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관련 입법을 국회가 주도한다.

지난 9일 양대 노총 위원장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지난 9일 양대 노총 위원장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여야정, 탄력근로제 확대 서두르는 까닭 

정부와 노동계 간 반목의 중심에는 탄력근로제가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도(이하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선별적으로 차등 적용되고 있어 큰 타격이 없지만, 사업장 규모가 작고 분기별 매출 추이가 심한 기업의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보완책으로 내놓은 것이 탄력근로제다.

탄력근로제는 업무가 집중되는 기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업무로부터 비교적 여유로운 비수기에는 단축근로를 하는 등 평균적으로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가 정한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즉 6주는 초과 근로, 다른 6주는 단축 근로를 통해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현행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해 유연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 경영계는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상향 조정 방침을 크게 반기는 모양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존재해 특정 기간에 노동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 직종은 생산력 축소를 최소화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결정이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한 업계 격려 차원의 대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자리 창출이 극대화돼야 한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하향유지하면 기업들의 부담만 불린다. 일자리 창출을 정책 기조로 내건 문 대통령의 의중과도 반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활황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탄력근로제 확대 입안을 서두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광석 오마이스쿨 대표강사는 "고용 창출과 근로조건 개선, 두 가지 항목을 함께 충족하는 것은 어렵다. 최저임금제와 탄력근로제 모두 근로조건의 일환인데, 노동정책에 집중해 온 정부가 이번에는 업계의 편에 섰다"며 "이는 현재 경기 불황의 심각한 수준을 방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친(親) 노동정책을 표방해 왔다. 그래서 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노동계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노동계의 큰 틀에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관계에는 진전이 없었다. 이들은 서로 더 많은 조합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을 벌여 왔다.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 출범을 앞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경우, 민주노총이 내부 절차를 이유로 합류를 연기해 출범이 미뤄졌다. 때문에 한국 노총이 민주노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임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문제에 관해서도 양편은 갈렸다. 한국노총 광주지부는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현대차 노조를 이끄는 민주노총이 파업 등으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9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지난 9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이처럼 사사건건 대립하던 한노총과 민노총이 탄력근로제에 관련해선 협력을 꾀하고 있다.

지난 9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김명환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양 노총은 국회의 일방적인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오는 17일 노동자대회와 함께 국회에 사회적 대화와 논의를 촉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오는 21일 총파업을 통해 투쟁 중심의 대응 전략을 펼치겠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 주 52시간 제 불이행에 따른 처벌이 연말까지 유예됐는데, 1차 시행 대상기업도 처벌 유예 대상이다. 여당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면서 건강권도 위협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 시행하고자 하고 있다"며 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부칙3조(탄력적근로시간제 개선을 위한 준비행위)는 '고용노동부장관은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탄력적 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여야 정치권의 탄력근로제 확대 일방추진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고 꼬집었다. 오는 2022년 말부터 모든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즉 탄력근로제 개선방안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4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단위기간 확대에 여야 간 합의를 마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양대 노총의 일시적 공조, 속살 드러나나

분개한 노동계가 양 노총의 공조를 발표하며 밝힌 단면적 이유는 많다. 먼저 주52시간제가 도입된 본질이 무시되고 나아가 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착륙하기도 전에 탄력근로제의 편의 범위를 확장한다면, 장시간 노동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창곤 전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6개월로 단위기간을 늘리게 되면 고용 창출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다. 탄력근로제의 의도가 주52시간 근로로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되, 불가피할 경우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단위기간을 확장할 수록 이를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하지 않고, 제도가 상시화돼 악용될 우려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 문제도 대두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기업 입장에선 비수기에 해당하는 3개월의 노동시간을 크게 줄여 평균 노동시간을 낮춰 매길 수 있다. 그러면 초과근로수당도 적어져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같은 노동자 대변 집단이면서도 상극의 형태를 띠었던 양대 노총이 공조를 도모한 데는 보다 실리적인 이유가 따른다는 의견이 있다. 노사 신경전에서 패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12일 민주노총이 재벌개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지난달 12일 민주노총이 재벌개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나라 경제를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경영자 편을 들었다. 고용 창출의 전제가 기업의 생존이기 때문이다"면서 "노동계는 이를 알면서도 현 정부에서 노동계의 입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 대항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노조 성향이 짙었던 문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등에서 노조 의견을 적극 반영하지 못 했다. 이에 탄력근로제 관련해서도 노조 의견이 묵살된다면 정국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사회 현안에 대해 양 극단의 입장만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률은 10%대다. 미약한 비율을 가진 양대 노총이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려고 하는 모양새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견 규모 이상의 기업들의 목소리가 업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면서 "극단적인 양편의 말만 듣고 의견 조율을 지속한다면 혼란만 야기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vs 정부 여당, 갈등 격화..."불통이 문제"

여야는 열흘 안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문제를 다룬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단위기간 확대 입법화에 속도를 붙인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일방적인 입법 추진'을 한다며 비판했다. 

김광석 오마이스쿨 대표강사는 지난 8일 여야 간 합의가 노동계의 의견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합의는 아니라고 말했다. 김 강사는 "모든 현안에는 반대가 따른다. 이러한 반대 의견을 수용해 중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탄력 근로제도와 관련해 충분한 기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수반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창곤 전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이번 양대 노총의 긴급 공조는 정부와의 불통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을 냈다. 최 교수는 "양편 간 대화가 부족했다. 업계와 노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번 현안 같은 경우에는 노사정이 모여 토론하는 시간이 다수 확보돼야 했다. 소통의 부재 탓에 갈등만 더 격화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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