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메갈 한남...인터넷이 삼켜버린 '이수역 사건의 재구성'
여혐 메갈 한남...인터넷이 삼켜버린 '이수역 사건의 재구성'
  • 김효정 기자
  • 승인 2018.11.1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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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남녀 성대결로 비화된 이수역 쌍방폭행 사건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남북 문제, 강서구 PC방 및 전처 살인사건, 집단구타 당하던 중학생의 투신 등 사회적으로 사안이 중대한 이슈들 마저 묻혀버릴 정도다. 그 이유는 이 사건이 어느덧 '남녀간 성대결' 문제로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전국 각지에 온갖 사건사고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도시)의 한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몸싸움이 일어났다는 사건은 애교(?)스러울 정도다. 극악무도하고 끔찍한 사건사고는 항상 벌어지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편의상 폭행사건이지, 그 실체는 아직 드러난 바가 없다. 공식적으로는 쌍방폭행으로 경찰에 입건됐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폭행사건의 경우 그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법적 판단에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던 간에 몸싸움 자체에 대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즉 '물리적 접촉을 누가 먼저 했는지'와 '쌍방폭행에 있어 누가 책임이 더 큰지'가 이 사건의 열쇠가 될 것이다. 

다만 쌍방폭행 피의자 중 한쪽인 '여성'이 다른 한쪽의 피의자인 '남성'에 대해 청와대 게시판에 여성혐오자의 일방적 폭행이라고 주장하면서, 평범했던 사건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변질됐다.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올라온 청와대 청원게시판 화면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올라온 청와대 청원게시판 화면. 벌써 34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 사건이 과연 '남녀간 성대결로 확대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혹은 '성대결을 대표할 만한 사건인가?'라는 의구심을 내려 놓을 수 없다. 그냥 소모적인 논쟁 거리라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다. 

인터넷에 공개된 사건 전후의 동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한쪽의 주장 대로' 남성이 여성(머리 짧고 화장을 안 한)을 혐오해 시비를 걸고 일방적으로 때렸다고 보기 힘든 상황만 드러난 상황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다. 

한가지 확실 한 것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대립해서 시시비비를 따질 만한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인터넷(SNS 포함)을 통해 남녀 성대결 프레임이 씌여진 것일 뿐이다.

물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자리잡은 '잘못된'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여성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대한민국에 있어 인터넷의 힘은 위대하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 산업의 발전 뿐 아니라 '미투' 운동과 같은 혁신적인 사회변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순기능이 악용되는 일은 철저히 경계를 해야 한다. 드루킹 댓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수역 폭행사건도, 최종 판결에 따라서, 악용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메갈' '한남' '여혐' 등의 용어 또한 인터넷 상에서 남녀를 가르며 생겨난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인 용어들이다. 지금은 인터넷(사이버)-현실 세상 간의 구분이 어려운 시대다. 인터넷에서 생겨난 이러한 용어와 적대감이 현실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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