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주말에 쉬고 싶다"…대형마트 노동자의 하소연
"우리도 주말에 쉬고 싶다"…대형마트 노동자의 하소연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11.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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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점제도 입법화 모색 토론회…"공휴일은 지정 휴일로"
"지역상인에 도움되고 노동자 건강권도 보장할 수 있어"

[키뉴스 신민경 기자]기자의 집 근처에는 복합 쇼핑몰인 스퀘어원이 있다. 스퀘어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층 규모의 대형매장이다. 이 가운데 지하 1층에는 홈플러스가 입점해 있다. 주말에 스퀘어원 지상 1층의 서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아차 날짜를 잘못 계산한 것을 깨달았다. 둘째 주 일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외출 채비를 한 것이 아까워 쇼핑몰까지 걸어갔다. 도착하니 홈플러스는 닫혀 있는 반면, 지상층인 스퀘어원은 정상 영업 중이었다.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물어보니 스퀘어원은 연중 무휴라고 한다. 바로 옆 옷가게 주인은 "하루도 안 쉬고 매일 열두 시간 일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소비자로선 정상 영업이 달가웠지만,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는 직원은 고생이 극심할 것 같았다.

면세점과 복합쇼핑몰은 연중무휴다. 의무휴업의 제도권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종사자들이 보장 받는 월 2회 휴일도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지난 2월에는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점에서 근무하던 아동복 브랜드 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중무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 누적이 원인이었다.

유통업 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의무휴업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의무휴업제의 쟁점은 유통재벌과 중소상인의 이해관계 상충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각을 달리해 '유통 공룡기업이 노동자가 누려야 할 휴무를 빼앗고 있는가'의 노동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캡쳐=스퀘어원 홈페이지)
(이미지=스퀘어원 홈페이지)

유통법 개정안, 10개월째 국회 방치...유통재벌은 출점 계속 늘리기만

지난 2013년 3월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전통시장 등 모든 유통업계가 참여하는 유통산업연합회가 출범했다. 이들은 단체의 지향점을 '상생협력'으로 삼고, 유통업계 분쟁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통재벌은 중소 유통업계와 전통시장 등과의 상생을 위해 신규 출점을 자제키로 입을 맞췄다.

하지만 유통재벌이 '상생협력'의 약속을 등한시했다는 점은 지난 1년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체인스토어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복합쇼핑몰의 점포수는 72곳이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139곳의 출점을 기록하며 93%의 증가율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세계·롯데 등 유통재벌은 복합쇼핑몰을 공격적으로 늘려 나갔다.

이처럼 유통 환경이 복합쇼핑몰 중심으로 형성된지 오래다. 하지만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은 여전히 대형마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통법 개정의 방향성도 유통 환경의 변화 추세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느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월 2회 휴일 적용 대상에 복합쇼핑몰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통 재벌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온 여당은 앞서 유통법 개정안 입법을 '정기국회 10대 우선 입법과제'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해당 법안의 처리는 오리무중 상태다.

김종진 부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키뉴스 신민경 기자)
김종진 부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제도 입법화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각 단체 대변인들은 입점 상인들과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가 차원의 보호의무 작동과 맞물리는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 주요 나라들은 포괄적으로 대형 소매점에 일요일 정기 휴점을 강제하고 있다. 이들 기업엔 공휴일 의무휴업과 평일 영업시간 제한이 익숙하다. 특히 독일은 제도적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소매점포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개점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점이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대형 점포 6가지 유형(대형마트·복합쇼핑몰·백화점·전문점·쇼핑센터·기타) 가운데 대형마트만 의무휴업을 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합쇼핑몰·면세점에도 의무휴업 적용해야"

이에 대해 이동주 참여연대 민생의망본부 실행위원은 "우리나라도 판매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의무 휴업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3000m² 기준의 대규모 점포라면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상관 없이 반드시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충렬 국회 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도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제도의 확대 적용에 동의했다. 그는 "(근래 과다 출점된) 복합쇼핑몰도 한 달에 두 번,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한다면 지역상인에 도움이 되고, 노동자의 건강권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산업발전법 5조와 7조, 12조에 의하면 유통업 종사자의 일과 삶의 균형과 건강 예방을 위한 필요 조치로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지정 가능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업태에 따라 구분을 두지 않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대규모 점포에 의무 휴업일이 전면 도입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유통법에 의거해 최소한의 제도 개선을 구상해야 한다"면서 "명절 당일이나 연휴기간은 의무적으로 휴점하도록 개정하고, 월 4회 정기적인 휴점일도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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