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얽매인 사회, 그리고 빅데이터
기술에 얽매인 사회, 그리고 빅데이터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8.12.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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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데이터 = 더 높은 예측가능성

[키뉴스 석대건 기자]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법정, 무소유 中)

법정 스님은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 덧없음을 전했다. 무소유는 마음의 해방이자, 몸의 극복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있어 ‘소유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물건을 취한다는 뜻을 넘어선다. 

기술 역시 소유의 대상이 된다. 무엇인가를 ‘살 수 있는’ 결제 능력을 카드로 상징된다. 우리는 페이스북 계정을 소유하고, 끊임없이 피드를 내리며 정보와 가십을 읽는다. 또 데이터를 소유하고 인터넷을 사용한다. '무제한'이란 말은 얽매임의 극복과 같다. 하지만 지난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통신으로 ‘연결’된 교통, 안전, 금융 등 생활은 마비됐다.

현대 사회는 기술을 통해 발전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술에 얽매이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현대 사회는 기술을 통해 발전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술에 얽매여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기술에 얽매인 이는 시민뿐만이 아니다. KT 아현지사 화재 이틀 전, 22일 AWS는 ‘내부DNS 오류’로 먹통이 됐다. 클라우드가 막히자, 기업의 서비스도 막혔다. 

이로 인해 쿠팡을 비롯해 나이키,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업비트 등 기업의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는 모두 마비됐다. 삼성전자의 ‘빅스비’도 84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번 AWS 먹통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 관계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며, “내부 사고를 막기 위해 클라우드는 사용했는데 생각이 짧았다”고 토로했다. “속수무책이었다.”

기술에 얽매인 사회의 단면들이었다. 

하인리치 법칙은 300번의 징후를 보이고, 29번의 작은 사고가 생긴 후에, 1번의 대형 재난이 발생한다고 통계를 통해 증명했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IT 기술 마비'로 인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2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더 많은 데이터는 더 높은 예측가능성

하지만 그 기술이 우리를 보전하기도 한다. 자연적 현상이든, 기술 피해든 재난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기술을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면, 재난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 

KT 아현지사 역시 경보시스템 미비로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 화재가 난 지하 통신구에는 스프링쿨러·화재경보기·소화기 등 연소 방지시설이 없었다.

재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은 빅데이터와 AI다. 

지진해일대응시스템을 통해 지진 발생 시, 미리 대비할 수 있다.(사진=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진해일대응시스템을 통해 지진 발생 시,미리 대비할 수 있다.(사진=국립방재연구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진해일대응시스템(TDRS, Tsunami Disaster Response System)’을 구축, 지진 후 해일이 도달하는 예상시간과 최대 예상파고를 예측한다.

예상파고를 알게 되면, 침수 예상범위를 유추할 수 있고, 시민들의 대피 동선에 혼선을 막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진해일대응시스템(TDRS)는 동해안 주요지점 43개소에 대한 침수예상도 및 재해정보를 DB화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수치모델링을 통해 11개의 지진 예상 지역에서 4단계의 규모의 지진해일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하여 총 44매의 침수예상도를 각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100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또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한국근대지도를 디지털화하여 제공 중이다. 단순히 신문기사나 정부 수립 이후의 기록된 정보가 아닌, 말 그대로 100년의 빅데이터를 재난 예측을 위한 DB로 삼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16년부터 1927년까지 조선토지조사국 육지측량부에서 발행한 지도와, 종로도서관에 소장된 전국 59개 권역의 633도엽의 지도(1/50,000)를 디지털화했다.

2016년 태풍 ‘차바’로 피해가 컸던 울산 태화 시장 부근은 1918년 지도에서 보면 유곡천 등 물길 지역이었다. 빅데이터만 잘 분석했더라도 위험지역이었음을 파악해 선제적 재난 방어가 가능했던 셈이다.

(사진=
1918년의 울산 지역 고지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물길 지역과 피해 예상 지점(자료=국립재난안전연구원)

“문제 없지만, 대책은 완비 中"

그럼에도 재난과의 전쟁은 패하지 않는 게, 이기는 길이다. 유비무환이면 백전백승이라 아니라 백전불패,

재난으로 생긴 취약점은 또 다른 취약점은 낳는다.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보안. 만약 KT화재처럼, AWS 오류처럼 KISA의 사이버침해대응본부(KISC)에서 사고가 발생해 시스템이 마비가 된다면, 우리나라 보안은 구멍 수준이 아니라, 무너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ISA의 박상환 실장은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대책은 있다. 

현재 KISA는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서울청사의 KISC와 동일한 시스템이 나주 본부에 구축해두고 있다. 

박상환 실장은 “KISC 내 침해 모니터링 정보는 물론, 악성코드 및 디도스 공격 탐지 활동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주 본부로 전송하는 등 백업해두고 있다”며, “그럴 일 없지만,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서울청사에서 물리적 손상 등을 비롯한 파괴가 일어나더라도 운영에는 문제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상시적 훈련 외에도 1년 2회 자체 훈련 중이며, 정부 차원의 비상대비 훈련인 ‘을지연습’에서도 동일한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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