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간판 3번 바꾼 대우전자, '大'자 욕심내는 속내
30년간 간판 3번 바꾼 대우전자, '大'자 욕심내는 속내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12.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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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전략' 영향 저가 이미지 고착화 우려

[키뉴스 신민경 기자] 지난 30여년간 대우전자는 간판을 3번이나 바꿔 달았다. 1999년 터진 대우사태로 그룹 전 계열사가 몰락하는 가운데, 대우전자(대우모터공업)는 8월에 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거쳐 2002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3년 4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올해 4월 동부대우전자는 대유그룹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사명이 회복됐다. 대우전자가 법인명으로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은,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 선고를 받기 직전인 2006년 이후 12년만이다.

대유그룹은 지난 2014년 대유위니아(옛 위니아만도)를 품에 안고 올해 대우전자까지 인수하며 종합가전회사의 틀을 갖췄다. 대유위니아는 딤채 냉장고와 위니아에어컨을 보유한 중견 가전업체다. 대유그룹 내에서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는 별도 법인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한때 국내 가전업체 빅3였던 대우전자가 매각과 구조조정에 허덕이고 있을 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굳건한 '빅2 체제'를 완성했다. 대유위니아의 딤채 역시 1995년 출시 이래 확립한 '최초와 최고'라는 브랜드 로열티(기업가치)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상황이다.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가 중견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앞선 양대 주축의 궤도를 허물 수 있을까.

대우전자는 '고급형 미니 가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업계 처음으로 15리터 크기의 초소형 전자레인지를 내놨다. 기존 20리터 제품보다 외관은 35% 줄었지만 조리가 가능한 내부 실용면적은 동일하다. 출시 6년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102리터급 소형 가전 '클라쎄 스마트 컨버터블 김치냉장고'도 있다. 출시 5년 만에 누적 판매 9만대를 초과했다. 지난 9월 2019년 신형으로 선뵌 제품에는 혼술족(혼자 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을 위한 술장고 기능도 들어갔다.

'미니 가전' 대명사된 대우전자

이밖에도 대우전자는 소형 복고풍 냉장고(120리터, 80리터)인 '더 클래식 냉장고'를 출시하고, 지난해 6월에는 32인치 소형 인테리어 텔레비전인 '허그'를 시장에 내놨다. 지난달에만 500대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55만원의 싼 가격이 1인가구의 구매력을 부추긴 것으로 읽힌다.

업계에서 대우전자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미니 전략화 제품들이 실제로 최근 출시한 대우전자 제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중이다. 가성비와 차별적인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력에 영향을 준 듯하다"고 밝혔다. 

대우전자의 각종 미니 가전제품들
대우전자의 각종 미니 가전제품들

하지만 대우전자 직원들은 '미니가전의 인기'가 마냥 반갑지는 않은 모양새다. 대우전자에서 수년간 몸 담은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 다음으로 규모가 큰 가전업체가 대우전자다. 그런데도 대우전자는 대형가전 출시 등의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못하고 초소형 가전으로만 인지도를 쌓고 있는 상황이 못내 못마땅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우전자는 줄곧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가성비'로 관심을 받아 왔다. 다나와 사이트의 최저가 비교에 따르면, 대우전자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DWD-03MCWR)' 화이트 모델 기준 36만3680원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용량 드럼세탁기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 26kg 플렉스워시 드럼세탁기 (WR26N9976KV) 최저가는 201만9200원이다. 대우가 자사 미니가전 여섯 대를 팔아야 삼성의 1대 값이 나온다. 이는 대우제품 소비자들 가운데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1인 가구의 구매층이 유독 두터운 까닭이기도 하다.

'대우표' 미니 가전의 잇단 흥행도 의도된 바는 아니었다. 대우전자는 대형·프리미엄 가전들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었다. 올해 1월 10kg급의 대형 '클라쎄 건조기'를 내놨고, 3월엔 60㎡ 면적의 중형 클라쎄 공기청정기를 선뵀다. 지난 6월에는 클라쎄 UHD(고화질 해상도) 텔레비전 65인치형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연쇄 출시에도 주목 받는 것은 '미니 가전'뿐이었다. 이에 대해 대우전자 측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구매력이 곧 시장경쟁력이 될 만한 대형·프리미엄 가전 출시에만 몰두한다. 대우전자도 빅3로 진입하기 위해 대·중형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이미 빅2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소비자 확보가 어렵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빅2의 영역권 밖에 있는 미니 가전에 대한 주목도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가 미니가전 특화 출시 전략을 세웠다"는 업계 소문은 대우전자의 존재감을 높인 동시에 저가브랜드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내 고위 임원들도 이런 애매한 평판을 탈피하기 위해 고심 중인 듯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우전자의 기업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낯선' 해외에선 '승승장구'

우리나라 20~30대 청년에게 대우전자는 낯선 기업이다. 지난해 4월부터 선봰 '아이폰 액정 당일 수리 서비스' 덕에 인지도가 쌓였지만, 대신 아이폰 수리 대행 업체로 오해 받아야 했다. 대우전자 측은 전국 18개 센터에서 전면 강화유리 파손, 터치 불량 등의 액정 품질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척박한 분위기의 내수시장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대우전자를 반긴다. 대우전자는 현재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100개국에 생산법인 4개, 판매법인 11개, 지사와 지점 20개를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우전자의 매출액은 1조 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80%가 해외 매출액이었다. 개중에서 남미와 중동지역 등 신흥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30%를 웃돈다. 

대우전자 자물쇠 냉장고 ⓒ대우전자
대우전자 자물쇠 냉장고 ⓒ대우전자

대우전자 제품이 중남미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현지 특화 전략'이 대두된다. 멕시코 수출용 냉장고에는 국화인 다알리아 꽃 문양을 넣었고, 페루 수출용 세탁기에는 잉카 유적지인 마추픽추 문양을 차용했다. 지난 2009년에 나온 '셰프멕시카노 복합오븐'의 경우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어 현재까지 멕시코 전자레인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에서 손에 꼽히는 제품은 자물쇠 냉장고다. 중동인은 자기 물건에 손 대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아이들이나 하인 등이 함부로 음식물에 손을 대지 못하게 냉장고에 자물쇠를 장착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판매 150만 대를 넘었고, 중동지역 냉장고 매출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지만...국내서도 자리잡을 궁리해야

삼성과 LG의 뒷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코웨이와 쿠쿠전자 등 종합가전기업을 표방하는 중견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독특한 현지화 전략으로 외수 시장을 뚫은 대우전자도 이제 내수 시장을 돌볼 때가 됐다는 의미다. 

임규남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부대학원장(전 대우전자 홍보·영업팀 과장, 전 제스프리 코리아 사장)는 대우전자가 국내 수요를 높이기 위해선 단계별 전략을 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임 부대학원장은 "오랜 기간 삼성과 LG가 구축한 영상 가전 부문의 고급 이미지는 소비자에 각인돼 있다. 특히 가전제품 구입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안목은 보수적이다. 초기 몇년 동안은 '미니'로 특화한 냉장고, 세탁기 등을 내 1인 가구를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실용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가전 제품 위주로 출시해 대우전자의 브랜딩 작업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에게 대우전자의 부활과 존재감을 각인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후 삼성과 LG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 접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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