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자율주행차 배송' 예고에 학계·노동계 '시끌'
이마트 '자율주행차 배송' 예고에 학계·노동계 '시끌'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1.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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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혁신의 시발점" vs "보여주기식 물류 혁신"

[키뉴스 신민경 기자] 신세계 이마트가 올 하반기부터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배송서비스를 선뵌다. 자율주행차 창업기업인 토르 드라이브와 손을 잡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토르 드라이브와 계약을 맺고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시험 점포를 선정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근거리 당일 배송 시범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토르와의 협업을 통한 시범 운영은 본격적인 자율주행 배송서비스 개발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 실험인 셈"이라고 밝혔다. 

시범 기간 동안 대상 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는 물건을 차에 직접 싣고 가지 않아도 된다. 근거리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매장 자율주행차량이 구매 품목들을 집 앞까지 당일 배송한다. 

토르 드라이브는 국산 자율주행차량인 '스누버'를 처음으로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가 지난 2015년에 설립했다. 이로부터 2년 후 스누버는 서울 여의도 일대의 일반 도심도로를 달렸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에는 건자재 체인 기업인 '에이스 하드웨어'와 손을 잡고 미국 실리콘밸리 곳곳에 자율주행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량에서 배송된 물건을 직접 가져가는 모습 ⓒ토르 드라이브 유튜브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량에서 배송된 물건을 직접 가져가는 모습 ⓒ토르 드라이브 유튜브

해외에서는 자율주행차량과 배송 서비스의 결합이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에선 자율주행차량 기술 스타트업인 '누로'와 대형 종합 유통업체인 크로거가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해 식료품을 구매하면 자율주행차량이 상품을 싣고 배달한다. 주문 시 받은 숫자를 입력하면 차 문이 열려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배달료는 5.95달러(약 6680원)이다. 서비스 도입 이후 현재까지 1000건 이상의 식료품 배달이 이뤄졌다. 다국적 유통업체인 월마트 역시 자율주행차량을이용한 배송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마트는 해외의 자율주행차량 상용화 사례를 적극 참고해 가까운 미래의 유통과 구매 환경을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형태준 이마트 지원본부장은 "그동안 이마트는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유통과 첨단 정보통신기술 접목에 앞장서 왔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새로운 쇼핑환경을 앞당겨 체험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학계와 노동계의 시각 달라...혁신 vs 보여주기식

이마트가 자율주행차량 배송서비스 개발 착수 계획을 밝힌 데 대해 학계 의견은 긍정적이다. 미래의 구매·배송환경 개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새로운 모빌리티의 상용화에 기여한다는 것. 박정섭 청운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물류학회 회장)는 "월마트와 아마존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기술혁신의 경합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통환경의 변화가 미진하고 자율주행차 기술 역시 걸음마 수준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표준화된 물류바코드를 도입하는 등 물류 기술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 시도 역시 모빌리티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라스트마일(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접점) 경쟁이 국내 유통업계 물류망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비스의 주체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편리성을 추구하려면 노동력과 기술혁신이 적절히 조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할 때 얼마나 더 근접해 있고, 신속하고 편리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율주행차량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차량 앞까지 와서 물건을 가져가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편리성은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마트의 물류 혁신 움직임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가 보여주기식 물류 혁신만 꾀한다는 것이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이마트는 무인결제와 자율주행카트 등 구매와 물류 환경의 기술 변화를 대내외적으로 예고하고 있다"면서도 "직원들의 환경은 여전히 지난 1990년대 방식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정 사무처장은 "매장 내 직원들은 직접 2L짜리 물을 겹층으로 쌓아 온전한 사람의 힘으로 운반해야 한다. 진열·운반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운반대차 몇대 뿐"이라며 "4차산업혁명의 선도 주자로 꼽히는 이마트가 정작 직원들의 고생은 눈을 감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트 노동조합은 4차산업혁명과 기술발달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무조건적인 인원감축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주와 노동자,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정 사무처장의 입장이다.

이마트 자율주행차량 배송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 사무처장은 "롯데마트는 서울 양평점 등 일부 지점에 한해 3만원 이상 구매자의 물건은 문 앞까지 배송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량은 소비자가 직접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편리성이 완전히 담보됐다고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서비스를 착수하면 기업 차원에서는 차량 구성의 단순성, 운반·배송 인력의 감축 등으로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소비자와 노동자가 편리와 효율 측면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편 이마트 측은 자율주행차량 배송 시범서비스에 관해 말을 아꼈다. 이마트 관계자는 "토르 드라이브가 기술력을 보유 중이고 해외에서도 시범 운행을 한 바 있어, 한국에서도 협업자를 찾던 와중 우리와 손을 잡게 된 것"이라며 "이제 막 착수하는 단계라 비용, 소비자의 물건 포장 여부, 기업 차원의 수익성 완화 등에 대해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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