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순혈주의 벽' 못넘은 이정인 대표…후임은 홍원식 회장 꼭두각시?
남양유업 '순혈주의 벽' 못넘은 이정인 대표…후임은 홍원식 회장 꼭두각시?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1.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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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엔 대표이사 대행 중인 이광범 상무 유력 전망
"이 상무, 회장 지시엔 '두팔' 회사 변혁은 '뒷전'" 평가절하
일간선 "소유-경영 분리가 부활 방법…홍 회장, 물러나야"
학계 "내부서 변혁 못하면 외부서 배제되기 마련" 조언

[키뉴스 신민경 기자]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이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인사인 이정인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기업경영컨설팅 및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 그만큼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 대표는 11개월 만에 자리를 떴다. 그의 사임 뒤에는 남양유업의 고질적인 순혈주의와 수직경영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남양유업의 회장이 자사 일부 임원들의 소수의견에도 집중하고, 의사결정 과정 또한 투명하고 진취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정인씨는 지난해 1월 26일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남양유업의 대표직에 올랐다. 그는 본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경영자문 부문 부대표로서 재무 분야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이 회계법인에서 기업 위기·위험관리 자문 본부장도 지냈다. 또 기획재정부 성과평가위원회 위원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비상임감사 등을 거쳤다. 창사 이래 외부인사를 대표이사직에 내정한 바 없던 남양유업이 이정인씨를 대표직에 앉힌 것은 자사의 대내외적 부진 타개를 위해서다.

이정인 전 남양유업 대표이사 ⓒ남양유업
이정인 전 남양유업 대표이사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지난 2012년에 매출액 1조3650억원, 영업익 637억원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 5월 대리점 영업사원 폭언과 밀어내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2013년 실적은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1조2298억원, 영업손실은 174억원이었다. 다음해 남양유업은 적자 폭이 확대돼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맞았다. 지난 2015년 영업익 201억원으로, 그간의 하락폭을 반납해 흑자로 전환했으나 호재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사드 배치 논란이 일면서, 중국발 사드 보복의 여파로 국내 유가공업체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전년비 87% 급감한 51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그는 대표직 취임과 함께 고강도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선임 당시 "남양유업은 이제 변화를 넘어 상생 기반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대내적으로는 수익성 기반의 책임경영 시스템을 구현하고 대외적으로는 판매협력조직과 상생을 이루는 고강도 경영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또 지난해 3월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는 "이 회사에서 내 임무는 변혁이다. 사내 분위기부터 조직문화, 사업 방향까지 단계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대표로 취임한 후 남양유업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3분기 기준, 누적매출 8049억513억원과 영업익 49억7058만원을 기록한 것. 매출액의 경우 전년 동기비 8.4% 줄었으나 영업익은 전년과 비교해 약 50% 늘었다.

남양유업서 위기관리능력 발휘했지만…1년도 안돼 사임

이 전 대표는 또, 분유 이물질 파동에 맞서 위기관리 능력을 발현했다. 지난해 10월 말 한 소비자가 막 개봉한 남양유업의 임페리얼XO 분유에서 코딱지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발견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곧바로 공식 입장문을 통해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은 불가하다"며 외부기관의 이물질 정밀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전공정 자동화된 분유생산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해당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부유 이물질 억측이 소비자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논란을 오히려 기회 삼아 남양유업의 분유 설비와 생산과정의 필요성을 입증하겠다"고 확언했다.

이후 남양유업 측은 지난해 11월 9일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로부터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능하다는 의뢰 결과 보고를 받았다. 또 11월20일과 22일 양일간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공장과 분유생산라인의 견학 일정을 제공해 공정평가를 위탁키도 했다.

하지만 호실적과 적절한 위기관리·대응에도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돌연 사임했다. 업계는 남양유업이 혁신을 꾀하며 야심차게 영입한 외부인사가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상황에 놀라는 눈치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고위임원의 한 측근은 "홍원식 회장이 재무와 회계 관리자를 선호했다"며 "당시 마땅히 대표이사직에 오를 자가 없었기에 이정인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정인씨는 취임 후에도 거의 힘을 쓰지 못 했다. 홍 회장이 황제처럼 군림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고위 임원들은 혁신을 취하지 못하고 순혈주의 등 구식 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1일부터는 남양유업의 영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광범 상무가 대표이사 대행에 나섰다. 이 측근은 "현재 대표이사 대행을 맡은 이광범 상무는 실상 사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홍 회장의 꼭두각시처럼 그가 지시하는 바를 강하게 미는 데 집중하고, 회사의 변혁은 고려조차 않기 때문이다. 홍 회장 측 임원들은 입바른 소리 대신 달콤한 말만 전하고 있다. 때문에 홍 회장은 현재 남양유업의 위기상황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이상범 업무대행 역시 이정인의 지시를 받들지 않아 상호 충돌이 잦았다. 객관적으로 회사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서려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임원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부활하는 방법은 소유와 경영의 확실한 분리다. 홍 회장이 경영에서 일체 물러나지 않는 한 남양의 유아독존 경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 인사는 "외부인사 재영입과 이상범 상무의 자리 굳히기 가능성 등이 농후하다"면서도 "올 43세인 홍진석 역시 홍원식 회장의 장남으로서 대표이사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그럴 공산이 커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학계 "변혁 원한다면 구식·수직적 경영구조 탈피해야"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일어난 갑질 사태로 소비자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우유업계가 공통으로 겪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과 '중국 시장의 수익성 악화' 등에도 노출돼 있다. 이 시점에서 남양유업이 자사 최초로 영입한 외부인사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물러선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남양유업을 비롯해 수직적·구식적인 경영을 하는 많은 기업들이 변모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먼저 기업이 상부복종적인 경영 형태를 벗지 못하면 끝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은 "만일 남양유업의 인사권과 경영권이 소수의 임원에게 한정돼 변혁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일 경우, 시장에서 외면 당할 것"이라며 "한진칼과 한진의 사례처럼 투자 펀드가 사내 경영에 개입하려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내부에서 변혁하지 못하면 외부(시장)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라며 "앞선 기업들의 시장개입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구식경영을 계속하는 기업들은 미진한 성과지를 받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언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차원의 결정을 위해서는 다수와 소수의견 모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조직 경영의 중심이 의사결정권자인 회장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위해 상부 입장을 따르는 것을 순혈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상부의 판단이 항상 맞을 수도 없기 때문에, 기업의 회장은 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회장 측근에 '악마의 변론인' 역할을 하는 임원을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상대적으로 기업의 이해에서 자유로운 사외이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연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역시 다양한 사외이사 선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유업과 목축업 등 우유품질을 개선하는 경영인과 재무와 회계 분야에서 객관적 조언을 줄 수 있는 전문인 등을 사외이사에 선임해야 한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회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부 투자와 간섭을 받게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영환경의 변화에 진보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순수 족벌경영의 관행이 점차 희미해질 것이다. 미래지향적으로 기업을 이끌어야 기업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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