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vs 롯데, '후행 물류비' 놓고 정면 충돌…학계도 찬반 '팽팽'
공정위 vs 롯데, '후행 물류비' 놓고 정면 충돌…학계도 찬반 '팽팽'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1.2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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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납품업체에 과다 물류비 부담…갑질"
롯데마트 "통상적 업계 관행을 외면한 조처"
학계도 "문제 없다" vs "부담 전가" 의견 갈려

[키뉴스 신민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재벌개혁 군단과 롯데의 불도저 군단이 정면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공정위가 '보관물류비 떠넘기기' 혐의를 근거로 롯데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롯데마트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과다 물류비를 부담케 하는 갑질을 행사했다고 본 것. 이에 롯데는 "오랜 유통사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처"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내달 초 롯데마트측 의견 회신을 받은 후 오는 3월 중 위법성과 과징금 규모 등을 판단할 계획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해 12월 롯데마트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혐의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올렸다. 롯데마트가 지난 5년 동안 자사 납품업체 약 300곳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겼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제재 대상기간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유통 과정은 크게 물류센터를 기준으로 입고까지의 물류과정과, 출고 이후의 후행 물류로 분류된다. 후행물류비란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전국 개별 매장까지 드는 운송비·포장비·보관비 등의 물류비용을 일컫는다. 납품업체서부터 물류센터까지 드는 비용은 선행물류비다. 공정위는 선행물류비 부담은 납품업체의 몫이라고 해도 후행물류비까지 이들 업체에서 충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물류센터 구축도 자사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것인데,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기화로 물류비 부담까지 덜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오랜 유통계 관행…최종 인도지를 점포로 봐야"...유통업계도 '비상'

통상 유통업에서 선행 물류비와 후행 물류비의 부담 주체를 가르는 분명한 기준은 없다. 때문에 롯데마트측은 "공정위의 제재가 업계의 통상적 관행을 정면으로 외면하는 조처"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류센터를 기점으로 선행과 후행의 물류로 나눌 것이 아니라, 물품의 최종 인도지는 점포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또 "중소 납품업체들은 우리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활용해 배송비를 절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것보다 큰 비용이 절감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납품 계약서와 별도로 물류계약서를 작성토록 진행하고 있다. 계약기간과 물류요금 비율을 정확히 명시한다. 다만 직납을 하거나 다른 물류사를 취하는 납품업체의 경우 물류계약서는 작성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금천점 내부 모습 ⓒ신민경 기자
롯데마트 금천점 내부 모습 ⓒ신민경 기자

강경한 대응을 예고키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원회의 결과 실제로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이 과징금으로 확정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당시 보관물류에 대해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게 유통업 중론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유통업계가 과징금을 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리측 전원회의 결과도 '문제 없음'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만일 부당 편취가 인정될 경우, 롯데마트는 납품대금 위반금액의 70%인 약 4000억원 가량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9월 14일자로 시행된 '대규모유통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에 따른 것이다. 롯데마트측 반발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칼끝이 롯데마트를 겨누자 비슷한 관행을 유지해온 여타 온·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납품 제조사가 가져온 물품을 물류센터 차원에서 포장·보관 후 각지로 배달하는 것이 양편 모두에 이득인 조치였다"며 "배송대행에 대한 수수료 개념으로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하는 건 오랜 관행이었다"고 했다. 물류센터가 구축되기 전에는 납품업체가 전 과정의 물류비를 부담해 왔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허브 물류센터를 만들자 협력 납품업체는 이들의 전국적 물류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재고보관비와 운송비의 절감 효과를 본 납품업체가 후행 물류비를 대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납품업체 대표 "매장 직납 원했지만 롯데측이 물류센터 이용 의무화했다"

그렇다면 실제 롯데마트와 거래를 했던 납품업체의 생각은 어떨까. 공정위에 롯데마트의 물류비 과다 청구 문제를 최초로 신고한 윤형철 신화(육가공업체) 대표는 "롯데측의 주장은 강자의 궤변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롯데마트에 삼겹살을 납품하다가 끝내 경영난에 처한 인물이다. 그는 '납품업체 또한 유통업체 물류센터를 통하는 게 이득이다'는 롯데마트의 주장엔 "어폐가 있다"며 "롯데마트와 납품·물류계약 시 물류센터로의 입고는 의무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우리 업체는 가까운 매장과 10~20분 거리에 있어 굳이 용인과 오산 등지에 있는 물류센터를 거칠 필요가 없었다. 물류센터까지 가는 데 3시간 반이 걸리기 때문에 가까운 매장에 직접납품(직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롯데측에서는 우리 회사가 '임의대로 직납을 택했다'며, 납품가에서 물류비를 공제해버렸다"고 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애초에 납품과 물류 계약서 작성 시, 우월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직납과 관련한 항목을 언급할 수 없다. 롯데마트는 먼저 중소납품업체들에 물류센터를 활용한 납품 과정을 통지하고, 이후 계약을 치르는 수순을 밟는다. 때문에 손해볼 것이 확실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갑의 요구에 반강제적으로 서명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대표의 주장이다.

롯데마트 오산물류센터(왼쪽)와 김해물류센터(오른쪽)
롯데마트 오산물류센터(왼쪽)와 김해물류센터(오른쪽) ⓒ롯데마트

윤 대표에 의하면 납품업체가 물류센터로 이동해 물품 입고를 하면, 롯데측에서 검수를 거쳐 인수를 한다. 롯데 소유가 된 육가공식품, 청과, 공산품 등 모든 물품들이 분류 절차를 거쳐 전국 각지 매장에 운반된다.

윤 대표는 "사측에서 인수를 통해 물건들을 지점에 공급하는 후행 비용을 왜 중소납품업체들이 대야 하는지 모르겠다. 롯데는 후행 물류비로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떼어 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사측의 판촉행사 땐 물류 거래량이 급진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경우에도 납품단가를 꾸준히 낮추고 물류비도 납품업체 측에 청구한다"고도 했다. 윤 대표는 이러한 불공정 거래를 신고한 이후 현재까지, 롯데의 보복조치로 인해 상호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6년 기업회생절차 회계법인 감사에서 롯데마트가 입힌 109억원의 손실을 인정 받은 바 있다.

전문가 "물류공동화로 절감한 값 내야"...일각선 "마진율 제고 위한 경영전략이니 사측 책임" 주장도

롯데마트와 공정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행 물류비의 적정한 부담 주체'를 짚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먼저 물류대행 수수료로서 후행 물류비를 부과토록 하는 것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박정섭 청운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물류학회 회장)은 "과다 비용을 청구한 경우라면 공정위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면서도 "대형유통업체가 물류대행을 수행함으로써 협력 관계의 납품업체들이 각종 수고를 덜게 된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롯데마트가 물류공동화를 구현했기 때문에, 해당 물류망을 활용하는 납품업체가 그에 따른 운영비 등은 제공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입장이다. 

반면 일각선 유통과정에서 후행 물류비는 롯데마트가 부담할 몫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물류센터 구축'이 자사 이익에서 비롯된 것이며, '출고부터 각 지점으로의 전략적 배송' 또한 롯데가 구상한 경영방침의 일환이어서다. 김병한 천정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는 "납품업체가 물류센터에 물품을 입고한 뒤 보관·재고관리에 관한 수수료 정도만 롯데마트에 대면 된다. 입고한 순간부터 물품은 롯데측의 소유가 되고, 이로써 납품업체의 관리 권한은 떠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고 이후에 발생하는 후행 물류비까지 납품업체가 부담토록 하는 것은 롯데 측의 갑질이 맞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마진 경쟁이 심한 할인점 사업에서 물류센터는 가격 경쟁력의 쏘시개 역할을 한다. 즉 오산·김해 등의 물류센터를 구축에는 기업 이윤 극대화를 위한 목적이 반영돼 있다. 아울러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는 구매력을 활용해 납품업체의 물품 판매를 대행한다. 그리고 일정 비율의 상품마진(판매가격에서 구입원가를 뺀 매매차익)을 받는다. 이에 대해 김 세무사는 "물류센터 구축은 납품업체를 상대로 마진을 크게 남기기 위한 롯데마트의 장기적 투자다. 사측은 허브를 거쳐 물품을 전략적으로 분류·배송함으로써 매출액 증대를 위해 힘쓴다. 매출액에 따라서 사측이 취할 수 있는 상품마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고를 비롯해 각종 판촉활동 등에 쓰인 후행 물류비는 롯데마트가 부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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