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우선 순위를 둬라
기업에 우선 순위를 둬라
  • 심형석 미국 SWCU대학 교수
  • 승인 2019.03.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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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담판'이 깨지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쓸쓸히 평양으로 복귀했다. 문재인정부는 해결사를 자임하며 북한의 정확한 생각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호들갑이다. 김정은의 생각은 단순하다.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자는 것이다.

미국과의 핵 협상도 북한주민을 인간답게 잘 살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폭압적인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청와대는 어렵게 살고 있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라고 강변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북한정권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경제협력이라는 당근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유혹하지만 경제를 발전시켜 북한 주민들을 잘살게 만들자는 것은 이들의 머리 속에는 애초부터 없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는 자화자찬했다.

심형석 미국 SWCU대학 교수
심형석 미국 SWCU대학 교수.'

정말 그렇다고 믿고 이 말을 했다면 트럼프는 순진한 거고, 그냥 정치적 수사(rhetoric)였다면 협상에는 그리 도움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의 집권자는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별 관심이 없다. 발전은 개방이 필수지만 정권 안정에 지장이 된다면 다시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경제발전이란 체제유지를 위한 방편이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는 수준의 경제발전은 원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여기에다 계속 위대한 경제발전을 이야기했으니 회담은 처음부터 꼬일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포기하는 척하고, 트럼프는 믿는 척할 따름이다.

왜 아직도 정치권은 잘못된 신화에 사로잡혀 있을까. 본인들의 체제 보장을 왜 다른 국가에 담보할까. 보장해주는 국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체제보장은 미국도 할 수 없고, 한국과 중국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북한이 겉으로 내세우는 체제보장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이다.

하지만 핵을 가진 북한과 전면전을 벌이려는 국가 또한 상상하기 힘들다. 미국의 여러 군사작전도 단계적, 순차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상응 조치도 미국을 향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정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는 가정 하에서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미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과 도박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보장은 오롯이 내부의 문제다. 주민들이 못살겠다고 들고 일어나는 상황이나 집권층의 이반 또는 쿠데타 등이 그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하노이 담판이 끝나고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 위원장의 첫 행보가 사상통제 강화라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을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한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리비아 또한 내부의 정치적, 민족적 갈등을 카다피가 철권통치, 독재 등을 통해 통제하다 소위 '자스민 혁명', '아랍의 봄'으로 무너진 것이다. 북한의 체제보장은 궁극적으로 내부의 문제이며 북한만이 할 수 있다.

모든 협상과 정책은 목표가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김정은이 체제를 보장받고 싶다면 북한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들어가서 자유로이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북한에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가 성업 중일 정도이면 그 정권은 이미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적절한 수준의 개방과 투명성이 없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북한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면 이미 북한은 정상국가로 변모했다는 말이다. 북미회담에 나오고, 취재진에게 대답했다고 폭압적인 독재정권이 갑자기 정상국가로 탈바꿈할 수는 없다.

국가나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세금을 내는 기업이 많을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교육과 복지 등에 대한 투자도 이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풍년을 맞고 있다. 반도체 호황사이클에 올라탄 두 회사 덕분에 작년 본사와 공장이 있는 화성, 수원, 이천, 청주 등의 도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거둬들였다.

결국 기업이 '부자 나라', '부자 도시'를 만든다. 북한정권도 마찬가지다. 체제보장을 중국이나 미국을 번갈아 가서 구걸하듯이 해결할 일이 아니라, 북한 내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기업 중에서도 글로벌기업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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