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뜨는 '긱이코노미'...쏠쏠한 돈벌이 vs 노동 착취
저성장 시대 뜨는 '긱이코노미'...쏠쏠한 돈벌이 vs 노동 착취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3.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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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석대건 기자] 직장인 박 모 (34)씨는 하루의 마지막을 ‘출석체크’와 함께 마무리한다. 

딱 자정이 되자마자 박 씨는 해피포인트, GS25, 티몬 등 앱을 하나씩 열어 로그인하고 해당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소량의 포인트를 받는 것. 이름하여 앱테크다. 

이외에도 박 씨는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앱, 스마트폰 잠금을 화면을 광고로 해두고 해제할 때마다 캐시를 주는 락스크린 앱 등 설치된 앱까지 더하면 23개에 달한다. 락스크린 앱도 7개나 걸려 있다. 

박 씨는 “따로 부업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없어,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크진 않지만,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할인을 받을 때마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경제 속 '긱이코노미'는 변형되고 확장한다

스마트폰 등 IT플랫폼이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하면서 ‘긱이코노미(Gig Economy)’가 심화되고 있다. 

매킨지는 ‘긱이코노미’를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했다. 앞서 앱테크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기업이 사용자에게 대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긱이코노미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긱이코노미 생태계로는 배달앱을 들 수 있다. 배달앱은 IT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 업주와 배달 근로자, 소비자, 그리고 중개자가 건당 혹은 시간당 비용으로 돌아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이후 5년 만에 2018년 약 87만 명에서 2,500만 명으로 약 29배 증가했다. 지난해 거래액 규모도 3조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정보보안 산업 시장 규모 수준이다. 

배달앱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면서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던 음식점 업주들은 ‘IT플랫폼'을 통해 배달대행업체에 의뢰를 하게 됐고, 배달대행업체는 ‘IT플랫폼’을 통해 단기 계약된 다수의 배달원을 호출한다. 그러면 그중에서 가장 먼저 응답한 배달원에게 배달 업무를 그때그때 할당하는 구조다. 

IT플랫폼이라는 강력한 연결성과 신속성이 노동력에 불안정성을 키우는 긱이코노미를 키운 것이다.

음식배달대행업 (사진=)
음식배달 대행업의 사업 형태 (사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나도 한번 해볼까? 쿠팡 플렉스 

최근 새로운 부업으로 떠오는 ‘쿠팡 플렉스’도 대표적인 긱이코노미의 일종이다. ‘쿠팡 플렉스’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쿠팡이 선보인 일반인 택배 배송 서비스다. 

쿠팡 플렉스 지원자는 자신의 차량을 배송차량을 활용해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할당 받은 택배를 수령해, 택배 수신자에게 배달하면 된다. 

별도의 자격 조건 없이 차량과 쿠팡 앱이 구동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라도 신청하고 일할 수 있다. 

‘쿠팡 플렉스’에서 긱이코노미 요소는 ‘쿠팡 플렉스’의 앱으로, 별도의 기기 없이도 일할 수 있다. 배달앱의 배달 할당 기능과 같다. 또 앱을 통해 배달 동선까지 지도를 통해 동선이 짜여지기 때문에 배달 지역의 지리 정보를 미리 알고 있지 않아도 된다.

쿠팡 측은 ‘원하는 요일에, 원하는 지역에 배송하고 소득을 올리는 공유경제형 일자리’라며,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서 낮 시간이 여유로운 육아맘, 방학을 맞은 대학생, 근무 스케줄을 조율할 수 있는 프리랜서’ 등이 쿠팡 플렉스에 적합하다’고 설명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유동성 때문인지 쿠팡 플렉스 지원자는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약 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쿠팡 측은 '쿠팡 플렉스'를 공유경제형 일자리’라며, 누구든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쿠팡)

1개 배송에 100초, 가능할까? 따져 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그러나 그 노동의 대가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프리랜서인 디자이너 오 모(38) 씨는 외주 작업을 쉬는 틈을 타 쿠팡 플렉스에 신청했다. 목표는 하루 4시간 동안 택배 60개를 배송해 4만 5천 원. 시급 11,250원 수준이다. 택배 배송 단가를 750원이다.

하지만 유류비를 제외하고 택배 할당 및 차량 적재 등 배송 시작 전에 2시간의 준비까지 근무시간으로 적용하니, 시급은 5500원에 불과했다. 

쿠팡은 쿠팡 플렉스 지원자 모집요강에 ‘시간당 2만 5000원 이상 가능’이라고 적고 있다. 이는 1시간에 34개 이상 배달해야만 가능한 금액이다. 택배 하나 배송 약 100초, 불가능한 시간이다. 

택배 1개 당 배송단가는 유동적으로, 최근에는 지원자가 몰려 약 3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박스당 배송단가는 기준단가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며, “물량과 배송 신청 인원에 따라 다르고”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산 배송센터 쪽은 박스당 1000원까지, 야간에는 1500원까지도 올랐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플렉스에 배정하는 물량 규모나 쿠팡 플렉스 참여자의 평균 수입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 경제사회단체 관계자는 “저성장 사회에서 IT플랫폼이 비용 절감의 도구인 동시에, 생산 수단으로 쓰일 수 있게 되면서 실제 주체인 사람의 노동 가치까지도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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