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건설·부동산 계열사만 18곳…"롯데, 자본으로 땅값만 부풀렸다"
임대-건설·부동산 계열사만 18곳…"롯데, 자본으로 땅값만 부풀렸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4.16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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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14곳 더 확장… 토지자산도 2007년 6.2조→2017년 18.1조 '껑충'
경실련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재벌 부동산 투기-땅 사재기 촉발" 지적
일각선 "주거목적 아닌 상업용도로 부지 활용하려는 것…견강부회 궤변"

[키뉴스 신민경 기자] 롯데그룹이 지난 10년간 비제조업 계열사를 가장 많이 늘린 기업으로 꼽혔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상위 5대 그룹 중에서다. 이 가운데 자사 계열사 업종을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에 집중시킨 기업들의 선두에 롯데가 자리한다. 롯데의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 계열사는 총 18곳으로 이 회사의 현재 토지자산은 지난 2007년 6조2000억원에서 2017년엔 18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기화로 땅값을 부풀리는 등 성장동력 육성은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각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통계 상으로 대기업의 상업용지와 국민의 주거용지를 연결지어 비난하는 것엔 무리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실련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업종공시 등에 따르면, 국내 상위 5대 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늘린 계열사는 총 142개였다. 지난 2007년 227곳에서 2017년 369개로 약 1.6배 늘었다. 이 가운데 제조업 계열사는 32곳으로 약 22.5% 증가한 반면 비제조업 계열사는 77.5% 늘어난 110곳을 기록했다.

이같은 계열사 증가 수치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그룹은 롯데였다. 지난 10년간 계열사 46곳을 늘렸다. 증가한 계열사들 중 비제조업 계열사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도 롯데였다. 지난 2007년 롯데 내 비제조업 계열사는 27곳이었던 반면 2017년엔 65곳으로 증가했다. 제조업 계열사가 같은 기간 17곳에서 25곳으로 8곳 증가한 데 비하면 비제조업 확충 움직임이 크게 격화한 것이다.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 롯데자산개발 등 위치.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 롯데자산개발 등 위치. (사진=신민경 기자)

5대 그룹의 비제조업 계열사 증가 현황에 따르면, 자본력만 갖추면 진출이 쉽고 내부거래가 용이한 편인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이 특히 많이 확장됐다. 지난 2007년 8곳에 그쳤던 5대 그룹의 해당업종 계열사는 2017년 30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10년간 늘어난 이들 기업의 전체 계열사 142곳 가운데 15%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또 실제 사업 영위 중인 계열사까지 포함할 경우 기존 13곳에서 28곳 증가한 게 돼 전체의 20% 비중에 해당하게 된다. 이는 5대 그룹 계열사 중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으로의 진출이 가장 높았음을 방증한다. 5대 그룹 중에선 이같은 업종 계열사를 기존 4곳(관련사업 있는 계열사 포함)에서 14곳을 더 확장한 롯데가 선두에 섰으며 9곳 증가한 현대차와 4곳 증가한 SK 등이 뒤를 이었다.

롯데의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 계열사 18곳은 그린카(자동차임대),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부동산임대), 동교청기와피에프브이(호텔개발), 롯데건설(아파트건설·부동산임대), 롯데김해개발(부동산임대), 롯데렌탈(자동차··컴퓨터·사무용 기계장비임대), 롯데물산(쇼핑몰임대·시설관리), 롯데송도쇼핑타운(부동산개발·임대), 롯데수원역쇼핑타운(부동산개발·매매·임대), 롯데울산개발(부동산 및 복합환승센터 개발·운영), 롯데인천개발(부동산임대), 롯데인천타운(부동산임대), 롯데자산개발(부동산 개발 및 투자), 롯데타운동탄(부동산 개발과 공급·부동산 자문관리), 마곡지구피에프브이(비주거용 건물개발), 은평피에프브이(부동산개발), 제이지산업(건설·광업용 기계와 장비 임대), 롯데쇼핑타운대구(부동산개발·임대)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10년간에 걸쳐 5대 그룹 내에서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 등 비제조업 계열사만 늘어난 게 아니다. 같은 기간 이들 그룹의 토지(땅) 자산도 크게 불어났다.  2017년 기준 그룹별 토지자산 총액은 75조4000억원으로 2007년 23조9000억원에 비해 51조5000억원 증가했다. 10년 전보다 3.2배 늘어난 것이다. 이는 주요 그룹의 토지자산 증가가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 계열사 증대와 비례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들 그룹이 자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땅값을 부풀렸단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현재 장부가액 기준 토지자산은 현대차가 2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 순으로는 18조1000억원을 보유 중인 롯데로 집계됐다. 롯데의 현재 토지자산은 지난 2007년 6조2000억원에서 약 2.9배(증가액 11조9000억원) 증가한 값이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지난 10일 열린 '10년간 5대 재벌 계열사 증가와 업종변화 실태분석'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재벌의 부동산 투기와 땅 사재기를 촉발했고 롯데 등 주요 그룹사는 본업인 제조업을 외면한 채 임대업과 건설·부동산업종 계열사만 대폭 늘렸다"면서 "불로소득을 취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비업무용 토지만 늘린 탓에 지난 10년간 땅값과 아파트값 등이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사회 불평등은 토지와 부동산 등 공공재·필수재를 이윤추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서 기인하는데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규제를 느슨하게 했단 얘기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역본부 국장도 "재벌들은 고용 창출의 여지가 전무한 임대업과 부동산업종 관련 계열사로 업종을 전환 중이며, 제조공장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면서 "경제성장의 주역이 돼야 할 대기업들의 관심이 미래 성장동력에 있지 않고 땅으로 가고 있지만, 정부는 이같은 비건강적인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10일 경실련은 서울시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10일 경실련은 서울시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권 국장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계열사에 출자 받은 계열사는 여타 계열사에 출자를 할 수 없도록 2층으로 출자구조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각 그룹이 자사 주주들에게 보유부동산 자료 등을 공개적으로 알리게끔 정부 차원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대해선 자사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해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 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상시적으로 공시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도 "재벌들의 땅자산과 비제조업으로의 집중 등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제도야 말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일감몰아주기 규제보다도 중요하다"면서 "각 기업들이 주력사업과 무관하게 문어발식 확장을 이루고 토지를 매입하며 덩치를 키우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경실련의 입장과 상반되는 의견도 나온다. 심형석 미국 사우스웨스턴캘리포니아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에 따른 비용처리 때문에 유형자산 투자 감소폭이 큰 것이며 롯데는 유통업체로서 점포와 물류창고를 다수 보유해야 하므로 기업부동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의 경우 통상 기업부동산이 기업자산 가운데 25~40%인 반면 우리나라는 10%에 그치는데, 경실련대로라면 오히려 국내 재벌들은 땅 투자에 인색한 편"이라고 반박했다. 각 기업의 주력 사업군의 특수성을 고려한 자산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심 교수의 주장이다.

심 교수는 또 "과거엔 사내 관제팀이란 부서가 있었으나 점차 재산관리 영역이 커져 부동산자산관리 등 사업부를 별도로 분사하는 추세"라면서 "강성노조 경향과 경기 불황, 규제일변도의 정부 태도 등도 기업의 유형자산 투자 위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은 주거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상업용도로 부지 활용을 하려는 것인데 아파트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와 결부지으려는 것은 견강부회다"며 "롯데의 경우 유통그룹 특성 상 사업 진척을 위한 부지 확충은 당연지사이며 실제로 롯데 부동산 자산이 3배 확대되는 동안 기업규모 또한 3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 측은 "경실련이 주장하는 바와 근거가 배치되지 않아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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