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은 검고, 시니어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스마트폰 화면은 검고, 시니어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4.24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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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IT가 바꾼 세상, IT로 바뀐 세대
시니어들이 스마트폰을 배우는 이유는? 외로워서...배우고 나니 과의존에 빠져
디지털 격차, 고령화 시대 속 고용, 복지, 세대 단절 관점으로 접근해야

[키뉴스 석대건 기자] “전화나 하고, 해봐야 카카오톡이지”

74세의 G씨가 최첨단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은 명확하고도 단순했다. 문자 달린 전화기다. G씨는 영상도 보지 않는다. “딸애가 알려주기는 했는데 까먹었어. 화면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아.” 

전 국민 스마트폰 시대다. 그러나 누군가 가졌을 뿐, 사용하지 못한다. 그들은 시니어다.

시니어는 IT가 빠르게 발전할수록, 빠르게 지체된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프리 로저스는 자신의 저서 ‘혁신의 확산(1962)’을 통해 기술 수용 과정을 설명한다. 각 단계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순서대로 <혁신가(Innovator)-초기 수용자(Early adopter)-초기 주류(Early majority)-후기 주류(Late majority)-지체 수용자(Laggard)>로 구분했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도 ‘얼리 어댑터’도 여기서 비롯됐다.

S커브로 만들어진 그래프는 IT 기술의 수용 곡선과 동일하다. 디지털 격차는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서 비롯된다.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응되기도 전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지체 수용자(Laggard)가 신기술에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는 것이다. 지체 수용자는 또 한 번 지체되고 만다. 그리고 지체 수용자는 시니어다. 

로저스 기술 수용 곡선.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라 지체 수용자인 시니어는 계속 지체된다. (사진=wikipedia)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디지털 격차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1902년 3월 한성(서울)과 인천 간에 전화가 개설된 이래, IT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동시에 사회도 변화했으며, 사회 구성원은 적응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인한 디지털 격차가 특별하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정현 NIA 디지털포용본부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시니어 세대의 특이한 기술 습득 과정을 주목한다. 그는 “지금 스마트폰을 가진 시니어들은 PC 활용 기술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채 스마트폰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TV와 유선 전화기부터 인터넷 보급,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 등 지금 우리 사회를 이루는 IT 발전 과정 직접 경험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이 때문에 IT활용력이 높아 스마트폰의 초기 수용 기간도 짧고 확산 규모도 컸다. 

그러나 시니어는 달랐다. TV나 유선 전화, 혹은 버튼식 폴더폰 수준에서 급격하게 기술 이동을 한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지금의 시니어는 PC나 인터넷이 없이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던 것.

스마트폰, 가졌다고 해서 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냐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3세 이상 인구의 87.8%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50대는 97.1%, 60대는 79.1%에 달하며, 70대 이상은 약 30%이지만 이또한 점점 증가 추세다. 또 5,60대가 70대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5년 내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앞선 세대와 같은 90%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연령대별 스마트폰 보급률(자료=과기정통부)

그러나 디지털 격차의 발생 원인은 활용성에서 비롯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디지털 활용성은 접근성보다 확연하게 낮다. 스마트폰을 가졌다고 게 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 것.

과거처럼 집합 교육 등을 통해 일괄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정책적인 접근은 쉽지 않다.

우선 법적으로 시니어, 즉 고령층의 정의가 다르다. 고용법에는 55세, 노인복지법에는 65세를 고령을 정의한다. 또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2세다. 또 소득 차이, 학력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으나, 실상은 다양한 집단인 셈.

디지털 활용 수준이 디지털 접근 수준보다 확연하게 낮다. 연령별, 부문별 디지털 격차 (자료=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 활용 수준이 디지털 접근 수준보다 확연하게 낮다. 연령별, 부문별 디지털 격차 (자료=한국정보화진흥원)

13~18세 사이 청소년 세대가 비슷한 문화적 취향과 디지털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시니어 집단 내 구성원들은 이질성은 상당히 강하다.

고정현 NIA 수석연구원은 “시니어들을 보면 생활 장소도 베이비 부머는 50플러스 센터를, 60대는 노인복지관을 간다. 70대 넘어야 경로당에 간다”며, “하나의 관점에서 시니어에게 볼 수 없고, 정책도 보다 정교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의 다양한 사용법, 애플리케이션의 복잡함 등도 디지털 격차를 메울 수 없는 이유다. 

고정현 NIA 수석 연구원은 “그나마 PC와 폴더폰은 자판이라도 보였지만 스마트폰은 아무것도 없다”며, “바로 옆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한 가르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시니어가 사용법을 알아 가더라도 와이파이와 데이터 개념을 몰라 요금 폭탄을 맞고 무서워서 못 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격차,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시니어는 외롭다’

그러나 시니어는 공식적인 사회경제 활동이 끝났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활용에 대한 다른 세대와 체감이 다르다. 여전히 스마트폰 없이도 충분히 생활 가능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배우려고 할까?

바로 외롭기 때문이다.

고 수석연구원은 “시니어의 강력한 스마트폰 이용 욕구는 정서적 소통 욕구와 일치한다”며, “노인 3苦 중 하나인 외로움을 스마트폰을 통해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령층의 인스턴트메신저 이용률(82.1%)이 다른 스마트폰의 용도인 SNS(24.1%)나 인터넷쇼핑(9.5)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시니어의 스마트폰 이용 욕구를 방증한다.

고령자 · 비고령자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 비교 (자료=과기정통부)
고령자 · 비고령자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 비교 (자료=과기정통부)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활용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외로워서’ 스마트폰을 배웠는데, ‘외로워서’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또 독립생활을 하는 시니어가 많기 때문에 통제자도 없어, 결국 과의존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 중 50대 이상의 유튜브 시청 시간 10대와 20대 이어 3위를 차지했다. 50대 이상 시청시간은 64억 분으로, 65억 분으로 나타난 20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사회적 자원 활용해야

고정현 수석연구원은 가족, 기업, 공공기관 등 사회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디지털 격차는 일자리, 세대 단절 등 고령화 시대의 사회 대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용, 소득, 복지 정책과 맞물려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부가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를 풀어내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 자원 활용 사례로는 캐나다의 ‘사이버 시니어스(Cyber-Seniors)’가 있다. 두 자매가 시작한 이 활동은 IT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와 젊은 세대를 연결해주고 서로 도움을 주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는다.

영상 속의 시니어와 젊은 세대의 소통 과정은 현 시대의 시니어들이 처한 디지털 격차 문제를 사회 전반에 거론하는 동시에,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는 관점에 대해 사회에 울림을 줬다.

디지털 격차, 장벽이지만 동시에 세대 단절 푸는 열쇠

NIA도 ‘1·3 세대 소통’이라는 주제 아래, IT를 매개체 삼아 시니어와 청소년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모 초등학교 아버지회와 함께, 자녀-부모-시니어를 스마트폰 교육으로 묶어 진행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교육(사진=고정현 수석 제공)
NIA가 추진한 1·3세대 스마트폰 교육 모습 (사진=고정현 수석 제공)

고정현 NIA 수석연구원은 “젊은 세대가 가르치고 시니어가 배우는 방식은 서로를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크게 도움을 줬다”며, “IT는 세대 간의 불통 요소이고 장벽이지만 동시에 세대 간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의 IT관련 학과나 사회복지과 등 충분히 강사는 충분하다”며, “정부나 교육 기관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주면 호응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NIA 고령층 ICT 사회 참여 활동의 일환으로, IT 활용력이 높은 시니어가 익숙하지 못한 시니어를 1대1로 가르치는 ICT 시니어 봉사단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019년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키오스트 등과 같은 무인화 시스템 사용법도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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