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허창수 회장, ‘노인’이라는 이미지 프레임에 갇혀진 ‘재계의 신사’
GS 허창수 회장, ‘노인’이라는 이미지 프레임에 갇혀진 ‘재계의 신사’
  • 배재형 키뉴스 상무,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 승인 2019.05.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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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건곤소(眼大乾坤小), 심고대악비(心高岱岳卑)’. GS그룹 회장이자 2011년부터 8년 동안 전경련을 이끌어 온 허창수 회장이 연초 제주도에서 열린 GS 신임 임원들과의 신년 만찬에서 강조한 말로 안목이 크면 천지가 작아 보이고, 마음이 높으면 태산이 낮아 보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난 해 GS그룹 신년모임에서는 칼로 다듬고 줄로 쓸며 망치로 쪼고 숫돌로 갈 듯이 각고의 노력을 다하자며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정신을 말했다. 둘 다 의미 깊은 명언이지만 근래 리더들이 주로 사용하는 짧은 표어식 화두나 영어와 한글의 혼합 용어 혹은 감각적인 서술식 어록 등에 비해서 어렵고 낯설다.

요즘 젊어진 재계 오너들은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격의 없는 소통을 하고 있고, 톡톡 튀는 신세대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캐주얼한 신조어를 공유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장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타이틀 아래 격식, 틀을 깨고 각종 이벤트 및 소통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와 함께 하는 젊은 기업 이미지’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 리더십’을 현재 경영 트렌드로 본다면 허 회장의 한자성어 메시지는 모든 세대와 공유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자 세대가 아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겐 ‘공자왈 맹자왈’하는 식의 사자성어는 그저 ‘어르신 말씀’ 혹은 ‘옛날 말’로 느껴져 어필이 안되고 해석 역시 어려워,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계의 총수’ 허 회장의 대표 이미지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주위 사람을 배려해 ‘재계의 신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허 회장은 실제 나이에 행동 언어까지 더해져 그의 대표 이미지가 ‘노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것으로 나타났다. 키뉴스와 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가 자체 조사한 ‘언론 매체에 나타난 허창수 회장의 이미지 요소 분석표’에 따르면 허 회장의 대표 이미지 키워드는 ‘노학자, 어르신, 노인’이다. 노인이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으로, 전체적으로 ‘힘 없는, 맥이 없는’ 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경영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비전과 카리스마, 추진력, 열정 등의 긍정적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먼 용어이다.

허창수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키뉴스 전예지)
허창수 회장 이미지 요소 분석(출처=사람과이미지 PI연구소, 그래픽=키뉴스 전예지)

허 회장이 외적 요소 키워드인 ‘노학자’로 보이는 이유는 그가 전체적으로 지적인 느낌의 외모에 선한 인상으로 고매한 학자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깨끗한 하얀 피부에 혈색이 좋아 단정한 인상이며, 웃을 때 치아가 가지런하게 드러나고 눈가에 주름이 곱게 져 ‘노 교수’ 혹은 ‘인자한 교장 선생님’처럼 보인다. 그리고 아래를 향한 코 선과 눈매는 순한 인상을 주지만 집념과 고집도 엿보여 학자와 같은 느낌을 더 강하게 나타낸다. 의상 역시 내츄럴 체크무늬 셔츠, 페일톤의 넥타이, 컨트러스트가 없는 배색 코디의 아이템을 돌려 입어 온화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런 요소들이 그를 경제인이라기 보다는 고상한 학자에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가운데)은 깨끗한 피부에 하얗게 센 머리, 소박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재계의 신사’로 통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룹 총수로서 지녀야 할 카리스마, 추진력, 열정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사진=GS그룹)
허창수 GS그룹 회장(가운데)은 깨끗한 피부에 하얗게 센 머리, 소박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재계의 신사’로 통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룹 총수로서 지녀야 할 카리스마, 추진력, 열정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사진=GS그룹)

여기에 살이 없고 왜소한 얼굴과 아래로 처진 좁은 어깨는 그를 노인의 이미지에 가깝게 보이게하며 염색을 하지 않아 하얗게 샌 머리와, 마찬가지로 하얗고 아래로 처진 숱 없는 눈썹은 그를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 올해 71세로 그의 나이가 적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허 회장보다 3살 많은 74세임에도 불구, 당당하고 활기찬 걸음걸이 및 외형적 요소 어필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한 카리스마나 열정을 느끼게 만든다. 현역의 활기찬 리더의 느낌이 아닌 뒤 선으로 물러난 노학자 이미지로 보여지는 것은 허 회장의 외형적 리스크라 할 수 있다. 

내적 요소의 ‘어르신’이란 키워드는 그가 언론에서 ‘재계 맏형’으로 표현되며 얻어진 이미지 때문이다. 실제로 이건희, 정몽구 회장 등 2세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가운데 이재용, 최태원, 구광모 등의 젊은 오너들 사이에서 허 회장의 나이는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나이차에서 오는 연륜과 책임감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일들을, 소위 ‘총대 메고’ 하는 허 회장의 맏형 행보는, 그의 내면 속에 ‘윗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고 어른 역할을 해 내는 것으로 비춰져 ‘어르신’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적폐로 전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의 경우, 재계 총수들이 모두 고사해 후임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가 다시 떠 맡은 점이나 청문회 당시 뇌물 관련 질의 중 모두 머뭇거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현실에서 기업은 돈을 달라면 줄 수밖에 없다”라고 전체 기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 또한 그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윗사람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더 이상 ‘노인’의 이미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돼

행동언어의 스피치 부분에 있어서는 종종 발음이 부정확하고 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하관이 긴 구강구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 역시 그를 노인처럼 느껴지게 한다. 공식적인 자리인 대통령과의 만찬이나 청문회 출두 등에서 조차 발음이 뭉개지거나 말끝을 웅얼거리듯 흐려 기운이 없어 보이고, 간혹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허 회장을 노인 이미지로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그의 제스처이다. 큰 키에 보행 시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드는 습관 때문에 휘청거리고 맥없어 보이는 팔짓과 마른 무릎을 힘겹게 올려 걷는 전형적인 노인의 걸음걸이, 느리고 구부정한 자세는 그를 더욱 노인 이미지에 가깝게 한다. 또 이동 시 주변의 사물을 의지해 짚고 다니는 제스처 역시 노인 특유의 행동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부드러운 미소, 편안함, 맏형 등 온화한 느낌의 긍정적 이미지 요소조차 ‘나이 든, 연륜이 있는’ 이라는 노인 이미지 요소로 변환되는 것이다.

허창수 회장은 적폐 세력으로 몰려 다른 재벌 총수들이 기피한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하는 등 ‘책임감 강한 맏형’ 행보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노학자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은 허 회장의 외형적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사진=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적폐 세력으로 몰려 다른 재벌 총수들이 기피한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하는 등 ‘책임감 강한 맏형’ 행보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노학자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은 허 회장의 외형적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사진=GS그룹)

미국 UCLA대학의 심리학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그의 저서 <Silent message> 에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법칙에 따르면 ‘4초 이내에 사람 인상의 80%가 형성되고, 그 중 시각적 요소가 55%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중들이 판토마임 속 몸의 움직임을 보고 그 사람의 캐릭터를 가늠하고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의 제스처가 그 사람의 ‘정체성의 꼴’을 지어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미지 측면에서 보면 비 언어적 행동은 언어적 메시지보다 더 강력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 종합해볼 때 허 회장의 경우 나약하고 노쇠해 보이는 다수의 제스처로 인해 ‘노인’이라는 프레임의 이미지가 더 굳어진 것으로 진단된다.

2019년 3월 22일 열린 15회 주주총회에서 허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됨으로써 그는 GS그룹 대표이사 자리를 2022년까지 이어가게 되었고, 업계에서는 이후 GS그룹의 후계자 구도가 ‘안개 속’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연초에 허 회장은 “변화를 파악해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혁신 GS그룹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앞으로 2022년까지 3년, 혹은 그 후로도 더 이어질 GS의 수장 자리가 허 회장의 몫이라면, 그의 이미지 개선은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왜냐하면 혁신 그룹으로 뻗어갈 GS그룹의 리더 이미지가 더 이상 ‘노쇠한 학자, 노인’의 이미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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