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부른 '디지털 전환'…"그래도 유통혁신 위해선 무인화 밀고 가야죠"
노사 갈등 부른 '디지털 전환'…"그래도 유통혁신 위해선 무인화 밀고 가야죠"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5.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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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현재로선 '노동자와의 갈등'보단 '경쟁력'이 우선"
"재교육-재구조화, '휴먼터치' 영역 인력 배치해야"

[키뉴스 신민경 기자] 유통업계 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은 물류·유통업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뜻한다. 이같은 디지털 전환 흐름이 최근 유통가의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데 일조하는 모양새다. 정체된 매장 현실을 인정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적인 유통 공룡과 근래 들어 온라인 몰 정상 궤도에 오른 쿠팡 등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중이다. 이들이 초저가와 빠른 배송 등과 관련한 경쟁을 빌미로 서로의 입지를 흔들 때마다 소비자들은 어디로 눈을 돌릴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경제 신간 '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디지털 경제지도'를 출간했다. 이 책은 비대면화·탈경계화·초맞춤화·서비스화·실시간화 등 알기 쉽게 항목을 나눠 각 주요 산업군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게 된 양상을 풀어 쓴 게 특징이다. 앞서 펴낸 '한 권으로 먼저 보는 2019년 경제 전망'과 '경제 읽어주는 남자'도 수많은 애독자를 끌어 모았다. 그에 의하면 대형마트보다 모바일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유통규모가 커지면서 정보의 비대칭성 또한 모습을 감췄다. 오프라인 구매가 득세할 당시엔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정보가 저마다 다르고 충분치 않았지만 온라인 쇼핑이 대두되면서 '어디가 가장 싼지' '어떤 쿠폰을 쓰면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돼서다. 김 실장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비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으며 소비와 결제, 거래 등 유통 전반의 기준이 되는 플랫폼 역시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모했다"고 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 상암동 부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실장은 우리 경제를 관통하는 고용과 혁신 문제를 다룰 적임자로 평가를 받는다. 현대경제연구원과 삼정KPMG경제연구원 등을 거치며 경제·산업 분야 연구 경험을 쌓았다. 김 실장에게서 디지털 전환을 맞이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다시 환영받기 위해선 어떤 식의 이해당사자간 노력과 회사 차원의 조치들이 따라야 할지 들어봤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사진=김광석 실장 제공)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사진=김광석 실장 제공)

<다음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

Q.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가 붙었다. 유통가의 주요한 변화를 무엇으로 보는가.

A. 유통업이 디지털 전환의 영향권에 본격 진입함에 따라 소비자가 재정의됐다. 현재 소비자는 디지털 세상만을 경험한 '디지털 네이티브'와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났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해온 '디지털 이미그런트' 등 두 가지 계층으로 나뉜다. 디지털에 빠르게 적응 중인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내 유통사들도 이들에게 최적화한 디지털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 전환에 의한 유통업계 패러다임이 맞은 첫번째 변화의 국면은 '비대면화'다. 소비자들은 서비스 수급의 수단으로 대면보다 비대면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에 대면을 통해 제공됐던 서비스들이 새로운 디지털플랫폼을 거쳐 점차 비대면화하는 추세다. 두번째 유통가 변화는 '초맞춤화 서비스의 증가'다. 이제 매대에 수많은 제품들을 늘어놓고 원하는 것을 취하게 하는 방식은 고루하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바를 기업이 알아서 충족시켜주는 초맞춤화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빅데이터를 종합해 소비자가 만족할 법한 제품 구성과 서비스, 판촉전략을 내놔야 한다. 세번째 변화는 '탈경계화'다. 유통가는 현재 이종산업 간 융합이나 적극적인 신산업진출 등을 시도하며 탈경계 경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격진료와 공유자동차, 지급결제서비스,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산업군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산업군 진출이 예상되므로 업계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를 적극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Q.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서비스는 세계적 선도국가로 부상 중이다. 이런 가운데 5G가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 흐름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A. 5G는 기존 4G LTE 시대와는 달리 빅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통신환경을 구현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유통업은 스마트유통으로,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로, 농업은 스마트팜으로의 전개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통산업에서 핵심은 여러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온라인 디지털플랫폼 등에서 구축되는 갖은 소비자 데이터다. 이를 잘 보전해 5G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Q. 롯데는 세븐일레븐을, 신세계는 이마트24와 스타벅스 등을 갖고 있다. 유통 업계가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A. 스마트오더 기능을 전면 도입한 카페업계나 전국에 고르게 편재한 편의점업계는 소비자 데이터를 끌어모으기 쉽다. 이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내세우는 경영전략의 최대 장점은 초맞춤화 서비스가 가능하단 점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소비자가 어떤 시점에 어떤 위치에서 어떤 유통서비스를 요구하는지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어서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과 상품전략을 기획하면 되는데, 참조 사례로 '비자카드'를 꼽을 수 있다. 비자카드는 위치기반 소비자 빅데이터를 갖고서 해당지역 인근 쿠폰을 발행하고 해당 휴대전화로 소비를 유인하는 마케팅 전략을 취한다. '소비자 자신보다 소비자를 더 잘 아는 듯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사소할 정도로 구체적인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롯데와 신세계 등은 이미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게 된다.

Q. 역성장을 거듭 중인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쿠팡과 위메프의 약진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A. 쿠팡과 위메프,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가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건 소비자의 욕구를 그대로 충족시켜서다. 소비 행태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편의성과 비대면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가운데, 이들 온라인 유통기업은 해당 형태의 유통 공급을 실현했을 뿐이다. 이들은 공격적인 가격할인과 빠른 무료 배송 등 전략을 추진하며 당장의 순이익을 내고 있진 않지만 시장 내 지위를 획득한 뒤 점차 차등적인 유료 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취할 듯하다.

다만 이커머스는 선도적인 배송속도와 가격과는 달리 제품의 질이 보장돼 있지 않아 늘어나는 물건 수급에 따라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은 양질의 제품 재고와 탄탄한 수급여력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겐 기회가 된다. 소비자들이 쿠팡과 위메프 등을 선호하는 이유는 해당 기업을 더 선호해서가 아니라 서비스가 더 편리해서다. 유통 재계가 소비자의 디지털플랫폼 기반 소비 선호 수요를 잘 꾀하고 온라인 구매환경의 비중을 크게 늘린다면 오프라인 채널도 온라인 채널 못지 않게 득세할 것이라고 본다.

Q. 소비자와 바로 맞닿아 있단 점에서 유통업계가 갖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특히 디지털 전환을 접목하면서 무인화·자동화 등과 관련해 노동계와 상충하는 때가 많다.

A. 버거킹과 맥도날드 내 설치된 키오스크와 각종 대형마트업계 내 확산한 무인셀프계산대, 전화 상담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챗봇 도입 등과 맞물려 사라지는 일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요구되는 일자리도 있다. 연구개발·설계·보급인력 등 무인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인력 등의 고용이 증가할 것이다. 궁극적으론 일자리의 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축의 정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기업이 자사 직군 내 사라질 위험이 있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인력들을 책임지고 재교육시켜 다른 유사한 부문의 전문성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개별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파견하는 게 관건이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직군 재구조화를 통해 일자리의 영속성을 꾸준히 추구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회사의 혁신 움직임도 지속할 수 있다.

Q. 회사 차원의 유통혁신 움직임에 힘을 싣는 듯하다.

A.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노동자를 위한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늦춘다면 갖은 위험이 수반될 수 있다. 글로벌 유통사들의 성장이 지체될 뿐더러 경쟁력 열세와 불경기가 맞물려 기업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로선 노동자와의 갈등보다도 국내외 경쟁력 성장을 염두에 둬야 하므로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돼야 한다. 기업은 노동자의 이해를 수용하는 노력으로 직원들에 대한 재교육과 재구조화에 힘써야 한다. 휴먼터치(사람이 처리해야 할 영역)가 필요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인력 배치를 한다면 원만한 노사 협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Q. 키오스크나 무인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가운데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A. 기업 차원의 대응 방식과 소비자 차원의 대응 방식 등 두 가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회사 차원의 기술적 대응을 통해 무인시스템의 고도화를 꾀해야 한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IC칩과 무선을 통해 전자태그가 붙어있는 사물의 정보를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장치) 방식을 활용해 스마트카트 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노사 갈등을 촉발하는 무인계산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소비자 대응 능력도 생각해볼 수 있다. 키오스크와 무인셀프계산대 등의 도입은 가격경쟁력 형성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재의 기업 혁신 과정을 불편으로 느낄 게 아니라, 궁극적인 비용 절감 혜택을 얻는다는 생각을 갖고 행보를 맞출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가 친환경적 기여를 위해 종이빨대 사용을 강권하는 것도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소비자 의식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 물론 유통가들은 최종적으로 소비자 지갑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을 기술 혁신과 연계해 보다 널리 홍보하고 강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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