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 여성혐오로 뭉친 비인간성...그 중심에 선 '오카방'
성범죄와 여성혐오로 뭉친 비인간성...그 중심에 선 '오카방'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5.29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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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석대건 기자] 얼마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충격)OO에서 진행한 오픈채팅 실험....jpg’이라는 게시글이 올랐다. 카카오톡 대화 목록을 갈무리한 이미지 파일 모음이었다. 

이미지 파일 속에 담긴 내용은 누군가 ‘제목’을 달리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열고 나서, 방 개설자에 대화를 건넨 상황을 비교한 것. 개설자가 ‘제목’을 바꿔 실험한 대상은 다름 아닌 ‘어떤’ 조건을 가진 여성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우리 사회 속 극도의 비인간성이 담겨 있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이는 총 5개의 방을 열었다. 실험 방식은 카카오톡 내 오픈채팅방 기능에서 1:1 채팅방으로, 검색을 통해 피실험자인 남성들이 자신에게 대화를 걸게 설정했다. 채팅방은 방 이름과 소개, 태그를 통해 찾을 수 있도록 공개했다.

실험자의 실험 조건이었던 오픈채팅방 이름은 다음과 같다.

· 287kg 뚱여…나도남자..오빠들와줘ㅜ
· 인천 345kg 뚱녀.. 연애하고싶어..
· 1024kg빅걸..고민상담해줄 남자..
· 대장암 3기..만나실 남자분만
· 에볼라 바이러스/21살 여자/장난 사절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목으로 추정컨대, 개설자의 오픈채팅방 실험 의도는 ‘남자들은 뚱뚱한 여성과 병에 걸린 여성 중 누구와 섹스할 것인지 궁금하다’이다.

오픈채팅창은 익명성과 접근성으로 일부 불법 유흥업소 브로커의 성매매 안내 창구로 사용된다. 일종의 성매매 광고인 셈이다. 또 불법 마사지 업소 등 성매매 정보방으로 사용되기까지 한다. 채팅방 개설자는 이렇게 카톡 오픈채팅방을 자주 검색하는 남성층을 노린 것.

실험은 성공했다. 개설자의 의도대로 남성으로 예상되는 다수의 카톡계정이 ‘병에 걸렸다는 여성’ 쪽보다 ‘뚱뚱한 여성’이라고 속인 쪽에 더 많은 대화를 걸었다. 이들은 평범한 “안녕”, “무슨 고민 있어요?”부터 “ㄹㅇ야?” “나이가 마나서 지송~~^”이라며 카톡을 보냈다. 

비인간성은 ‘대장암 3기’ 여성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비교하면서 극에 달했다. 전자에 비해, 하나의 대화창만 열린 후자를 들며, 게시글의 마지막에 “에볼라바이러스 win..”이라고 적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IT플랫폼 타고 사방으로 퍼지고, 복잡하게 결합하는 성범죄와 여성 혐오

일반 시민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해당 게시글을 처음 본 박 씨(31)는 “가짜 아니냐”며, “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 및 외모 차별 등 혐오의 총집합”이라며, “무력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한 관계자는 “실험 의도가 무엇이었든 카톡 오픈 채팅방 개설자는 혐오의 대상을 여성으로 상정했다”며, “여성 자체를 마루타로 인식하고 있다”고도 문제로 지적했다.

마루타는 제2차 대전 중 일본이 생체 실험의 도구로 삼았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당시 일본은 수천 명의 포로에게 출혈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감염 실험을 위해 세균을 투입하는 등 비인간적 인체 실험을 자행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여전히
성매매로 의심되는 대화방이 다수 발견된다.
(사진=카카오톡 갈무리)

남녀 갈등 유발, 즉 분노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조작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열린 인터넷을 통해 저 게시글이 유머처럼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와 가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성 갈등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 감춰진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오픈채팅 막는다지만 실효성 의문

이어 “그러다 보니 ‘오픈채팅’과 같은 익명성 IT 플랫폼이 사회 혐오나 성범죄 관련 이슈를 거름망 없이 뿜어내는 배출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4월 1일 여성가족부는 오는 5월 31일까지 60일 동안 오픈채팅방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알선, 불법촬영물 유포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집중 단속 중이다.

하지만 점검 방식이 음란성 문구나 성매매 등 이를 암시하는 문구가 발견되면 경고 메시지를 송출하고,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사업운영자에게 해당 채팅방에 대한 차단ㆍ폐쇄 요청 절차 수준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성매매를 암시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불법 성매매 창구로 의심되는 채팅방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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