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포괄임금제 보다 게임장애에 더 '뿔났다'
개발자들, 포괄임금제 보다 게임장애에 더 '뿔났다'
  • 유다정 기자
  • 승인 2019.05.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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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유다정 기자] 게임장애 질병코드화 논란에 개발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게임 대국민 인식 개선 사업 및 국민 참여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게임장애가 도박 장애와 같이 중독 행위의 일환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28일 오후 5시에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질병 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개발자 대표들과 게임 개발자 출신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 등이 함께했다.

배수찬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장은 "게임업계 노동자 전부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입을 뗐다. 

그는 "게임 산업이 커지면서 개발자 뿐만 아니라 사업, 마케팅, 음악 제작 등 여러 분야가 있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넥슨 노조를 대상으로 투표를 한 결과, 포괄임금제 폐지 때보다도 참여율이 높았다"며 "업계 숙원이었던, 저희의 처우와 관련된 것보다도 놀이의 하나인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서는 게임이 전체 국민의 70%가 이용하고 있는 건전한 국민 대중 문화이자 국민 놀이 문화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28일 오후 5시에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질병 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28일 오후 5시에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질병 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차상준 화섬식품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장은 "게임은 명확한 룰,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긴장감과 즐거움, 그에 맞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한다. 현실 사회는 우리에게 게임만큼의 피드백을 주고 있는가"라며 물었다. 그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 혹은 무신경함, 취미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힘든 일상을 떠나 게이머들은 그나마 공정한, 위로받을 수 있는 게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고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명진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회장은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같이 게임을 하곤 했다. 내가 퇴근할 때가 되면 아이는 닌텐도 위 컨트롤러를 들고 현관문에서 기다리곤 했다. 이 아이는 게임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아빠와 놀고 싶었을 뿐이다"라며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이제 아버지를 기다리는 맘으로 '오버워치'(게임)에서 친구들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전명진 회장은 "아이들에게 게임은 하나의 사회 생활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진솔하게 이야기 나눈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봐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이다. 아이 손을 붙잡고 병원에 가서 정신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훈 한국인디게임협회장은 게임산업 전반의 위축을 우려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WHO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게 되면 게임산업이 위축돼 향후 3년동안 1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인디게임 개발사가 1~5인으로 소규모이고 자금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에 산업 규모 축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인디게임산업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훈 회장은 "인디게임은 상업적 접근보다는 독창성을 지닌 순수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질병코드화는 결국 인디게임 개발자를 위축시키고, 이용자들에 선택의 폭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계의 악재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외부 비판...현장 목소리 낼 것" 

게임 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게임 개발자 출신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 씨는 "영국에선 훌리건(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이 사회적으로 문제기도 하고, 콜롬비아에선 자책골을 넣은 선수가 살해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축구 때문에 전쟁을 하는 곳도 있는데 축구를 규제하자는 말은 없지 않느냐. 게임도 그저 축구나 웹툰, 영화처럼 많은 이들이  즐기는 놀거리 중 하나라는 정도로 봐주셨으면"이라며 게임 업계를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슬롯머신에 껍데기만 씌우는 꼴'이라며 회사를 나오는 개발자들을 많이 봤다"며 "자본, 기업의 경영논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게임들이 많다. '진짜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서 당당하게 나설 때"라고 조언했다. 

이에 게임 제작자 대표 그룹은 ▲제작자를 대변하기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향후 대국민 인식 개선 사업 및 국민 참여 운동 사업을 추진 ▲현재 보건복지부 주도가 아닌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민관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구 ▲게임질병 도입 반대 공동대책 위원회와 함께 연대하여 앞으로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끝까지 동행할 것이라는 세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그동안 게임 장애에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쉽고, 내부적으로 비판도 많이 나온다"며 "게임을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은 돈 많이 벌겠다고 하는 것 이전에 건강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게임 질병 코드화와 관련해 저희들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당당하게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도 29일 출범한다. 공대위는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53개 학회 및 협단체를 비롯해 31개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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