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제품 시장으로 알려진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 거리. 최근 도시 봉쇄령이 내려진 뒤  모습.
▲세계 최대 전자제품 시장으로 알려진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 거리. 최근 봉쇄령이 내려진 뒤 모습.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 조치로 국내 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공급망 차질과 연쇄적인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엎친데 덮친 격이 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공급망 애로 해소 원스톱 창구’를 설치해 기업들의 애로를 풀어나가기로 하는 등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온 중국은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지린성 창춘시, 산둥성 웨이하이시, 더저우시, 광둥성 선전시 등 주요 도시를 봉쇄했다. 또 창춘시와 인접한 지린시가 봉쇄 수준으로 통제되는 등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4대 도시이자 IT 산업 중심인 선전시는 봉쇄에 따른 공급망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18일부터 봉쇄 조치를 일부 해제하기는 했지만 봉쇄의 여파는 여전하다.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 제조업체인 폭스콘의 선전 공장은 애플의 아이폰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폭스콘 외에도 화웨이, 텐센트, 지티이(ZTE), 비야디(BYD), 다장(DJI) 등 주요 기업들이 사업장을 두고 있는 탓에 봉쇄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 16일 중국 내 오미크론 확진자 증가로 상하이와 선전이 봉쇄 단계에 들어간 상황을 언급하며, 자칫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선전 봉쇄가 미국·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던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주요 외신들의 우려섞인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벌써부터 눈에 띄는 영향권에 들어갔다. 기아는 K8·쏘렌토·모하비·레이·봉고 등 주요 모델 생산에 필요한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 산둥성 일대를 봉쇄하면서 현지 협력사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영향이다. 현대차도 이번주부터 주요 모델 감산에 들어갔다. 인기 모델인 팰리세이드는 물론 제네시스 GV60·GV70·GV80의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년 전에도 와이어링 하니스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는 악몽을 겪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협력 업체의 셧다운이 이어졌고,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면서 완성차 공장도 멈춰섰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슬라 상하이 공장도 코로나19 여파에 지난 16~17일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는 아직 도시 전체를 완전 봉쇄하지 않았지만,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사 대상 인원의 이동을 통제하려고 이틀 가량 대상 지역을 부분 봉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유일한 중국내 생산 시설인 상하이 공장은 모델3와 모델Y를 전담 생산하는데, 작년에만 48만4000여대를 출하했다.

도시 봉쇄가 이미 시작된 창춘에서는 이치자동차, 훙치 등 중국 토종 브랜드 생산 공장들과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를 비롯한 외국기업 합작 생산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공급망 차질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의 수출금지와 중국 지역 봉쇄 등과 관련, 정부 부처에 사전 준비와 대응을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중국 코로나 봉쇄 대응 ‘공급망 애로 해소 원스톱 창구’로 지정하고, 현지 재외공관(상무관), 코트라(무역관), 무역협회(현지 지부), 한국 상회(현지 진출 기업 모임)와 협업해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밝혔다. 이를 통해 발견된 수급 애로에 대해선 코트라 등 네트워크를 동원해 대체 수입국 발굴 및 계약 성사를 지원하고, 범 정부 차원의 신속 통관, 주 52시간제 적용 유예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또 중국의 봉쇄조치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오는 21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업종별 협회와 함께 ‘주요 산업공급망 영향 분석 회의’를 열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전 대응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이날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도시봉쇄 조치에 따라 선사·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등과 긴급 현안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IPA는 선전항의 물류 적체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 4위 수준의 항만인 선전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2천876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규모다. 지난해 인천항에서 처리한 대(對)중국 컨테이너 화물은 총 201만8천TEU이며, 이 중 선전항의 물동량은 17만2천TEU로 8.5%를 차지한다. 인천항의 66개 컨테이너 정기항로 가운데 20개 항로가 선전항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PA는 앞으로 선전항의 운영현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적체현상이 심화하면 대체 운항경로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인천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비상 대응체계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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