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생태계에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건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생태계에 있는 주체 중 유일하게 혁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투자금을 쏟아부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에만 쓸만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연재물에서는 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국내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②레이더(Radar)-스마트레이더시스템

레이더는 자동차에 적용된지 무려 60년이나 된 기술인데다 워낙 막강한 업체들이 버티고 있어 특히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대표 김용환, 이하 스마트레이더)은 독자 설계 기술로 부품을 덜 쓰고도 성능을 끌어올린 다차원 레이더를 개발, 시장 장벽을 허물고 있는 4년차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목표는 ‘라이다(LiDAR)’만큼 정밀하게 물체를 볼 수 있는 레이더를 만드는 것이다.

 

낡은 기술, 레이더의 한계

Cyclone 1959년 캐딜락은 전방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사이클론(Cyclone) 차량 앞에 항공기용 레이더를 처음으로 장착했다./캐딜락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게 이미지(카메라)·레이더·라이다·초음파 센서다. 이 중 레이더는 원거리·근거리 둘 중 하나만 볼 수 있는 다른 센서와 달리 최장 250m 거리에 있는 물체를 모두 볼 수 있고, 악천후에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레이더는 한계도 명확하다. 라이다는 깊이(Depth)를 인식해 물체를 3차원(3D) 형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이미지는 그 자체로 물체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지만 레이더는 최종 결과값이 2D 평면상에 ‘점’으로 나온다. 해상도도 낮아 말 그대로 ‘물체가 있다’ 정도만 인식하는 데 그친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레이더는 처음 자동차에 적용된지 60년이나 된, 낡은 기술이다. 이미지센서처럼 보편화된 기술도 아니라 시장에 있는 업체들도 한정적이다. 

최근에야 주류가 된 77㎓ 레이더는 지난 1998년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시스템만 해도 보쉬와 컨티넨탈이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레이더 칩 공급사는 인피니언·ST마이크로·텍사스인스트루먼트(TI)·NXP반도체 4개사 정도 뿐이다.

 

단순함으로 한계를 극복하다… 2D 넘어 4D로

김용재 스마트레이더시스템 CTO.
그 또한 휴맥스 출신이다./KIPOST

스마트레이더는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 휴맥스 출신 인재들을 주축으로 설립됐다. 휴맥스가 만드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셋톱박스는 모두 한정된 크기에서 가격 대비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레이더는 자체 레이더 시스템에 그 노하우를 녹여냈다.

레이더 시스템의 구현 방식은 펄스 도플러와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로 나뉜다. 차량용 레이더에서는 아날로그디지털컨버터(ADC) 등 부품 가격이 저렴하고 거리 계산이 간단한 FMCW 방식을 주로 쓴다. 

FMCW 레이더는 예를 들어 50m 거리에 축구공이 있으면 ‘50m 거리의 어딘가에 무언가가 있다’ 정도로만 인식한다. 여기에 다중송수신(MIMO) 안테나를 활용하면 각 안테나에 신호가 들어가는 시간차에 따라 위상차를 계산, 물체가 위치해있는 곳의 각도를 판단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기존 2D 레이더다.

MIMO는 보통 바둑판에 알을 놓듯 안테나 수십 개가 줄줄이 어레이(Array) 형태로 구성돼있어 그만큼 송수신 채널이 많이 필요하다. 

2D 레이더에서 해상도를 높이려면 이 채널 수를 늘려야한다. 이스라엘·미국 경쟁사는 대량의 송수신 MIMO 채널을 가진 독자 레이더 칩셋을 개발했지만 스마트레이더는 TI와 전략적 협력을 맺고 범용 레이더 칩셋을 여러 개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체 개발은 투자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대량 양산 가능성도 낮아 스타트업이 하긴 위험부담이 크다고 여겼다.

대신 안테나에 손을 댔다. 각도를 계산할 때는 어레이 전 영역에 모두 안테나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 위상차 계산을 위해 필요한 값들만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안테나를 놓으면 된다.

스마트레이더는 이 점에 착안, 특정 위치에만 송·수신 안테나를 배치한 ‘비정형(Non-uniform) 안테나 어레이’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안테나 개수 등 부품 비용을 줄이면서도 물체의 크기와 속도까지 알 수 있는 4D 이미지 레이더를 개발했다.

김용재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비정형 어레이는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핵심 기술”이라며 “어레이를 확장, 채널 수를 늘리면 레이더 칩과 안테나를 많이 배치하지 않아도 거리·각도·속도·크기를 알 수 있는 레이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다만큼 정밀한 레이더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4D 이미지 레이더 '레티나'./스마트레이더

그렇게 개발된 게 4D 이미지 레이더 레티나(RETINA) 제품군이다. 레티나 제품군은 2~4개의 레이더 칩으로 전방 장·단거리에 있는 물체를 관찰한다. 4개 칩셋이 적용된 제품은 MIMO 채널이 192개에 달한다.

자동차·로봇의 모서리에 부착해 360º로 100m 내 주변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코너 레이더 모듈 ‘아이리스’도 내놨다. 모두 76~81㎓ FMCW 방식을 쓴다.

4D 이미지 레이더의 결과값은 기존 2D 레이더와 달리 마치 라이다처럼 점들의 집합으로 나타났다. 해상도를 더 높이면 3D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다. 회사가 ‘4D 레이더’를 ‘4D 이미지 레이더’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회사의 다음 목표는 라이다 수준의 4D 이미지 레이더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내년까지 최장 350m 이내를 수직·수평 각각 100º 시야각(FOV)으로 관찰할 수 있는 4D 레이더를 개발한다. 수직·수평각도 해상도는 라이다와 비슷한 수준인 각 0.5º, 1.5º로 높여 물체 탐지(Detection) 및 이미지 처리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제품 안에는 8개의 칩이 탑재될 예정으로, 채널은 768개에 달한다.

김 CTO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업체들과 협력을 지속하고 있고, 현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한다”라며 “국내 대기업 출신 공정·양산 전문가도 영입,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내실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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