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만들 때 ASML의 고민 중 하나는 장비 내부에서 발생하는 진동·소음(잡음, noise)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였다.

마스크 스테이지를 좁은 영역에서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고출력을 낼 수 있는 철코어 선형 모터가 적합했지만, 모터 자체에서 나오는 잡음을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잡음을 기존보다 95% 이상 줄인 철코어 선형(Linear) 모터가 개발됐다.

 

윤준영 연세대 교수, 소리없이 강한 철코어 선형 모터 개발

 

ASML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ASML 테크토크(Tech talk) 2019’ 행사에서 윤준영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에게 ‘젊은 과학자상’을 수여했다.

윤 교수가 개발한 건 ‘초고가속·초저소음 마스크 스테이지용 모터’다. 기존 철코어 선형 모터보다 저주파 잡음을 95% 이상 줄였고, 발열도 적다.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잡음은 수율을 좌우하는 주 요인이다. 글씨를 쓸 때 책상을 건드리면 글씨가 삐뚤어지는 것처럼, 작은 잡음에도 수율이 크게 떨어진다.

ASML이 철코어 리니어 모터 도입을 고민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노광 장비는 빛을 고정시키고 마스크 스테이지와 웨이퍼 스테이지를 움직여 빛을 쬐는 영역을 달리한다. 이때 마스크는 웨이퍼보다 4~16배 이상 크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게 움직여줘야한다.

마스크 스테이지를 움직이는 모터로 가장 먼저 검토된 게 출력이 강하고 정밀도가 높은 철코어 선형 모터다. 

 

기존 철코어 선형 모터의 내부 구조./NPM
기존 철코어 선형 모터의 내부 구조./NPM

철코어 선형 모터는 철코일을 이빨같이 생긴 라미네이션에 감아 코일부를 만들고 아래 고정된 레일에 자석을 둔 구조다.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자기장이 형성돼 이 힘으로 움직인다. 이때 레일과 코일부에서 각각 형성된 전자기장이 부드럽게 합쳐져 모터를 움직여야 하는데, 두 전자기장이 서로 부딪히면서 사람 귀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저주파 진동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저주파는 소음과 진동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 철코어 선형 모터는 최소 수 나노의 정밀도를 가지고 움직여야하는 노광 장비에 활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국 MIT공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연구소 박사 시절 ASML과의 협력 아래 초저잡음 선형 모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먼저 기존 모터와 반대로 케이블을 연결해야하는 코일부를 고정시키고 자석을 움직이게 했다. 기존 코일부는 라미네이션 이빨이 두껍고 이빨 간 간격이 넓어 전자기장의 힘이 갑자기 확 커지거나 줄어들었다. 윤 교수는 라미네이션 이빨을 얇게 만들고 간격을 2㎜로 좁힌 다음 코일을 사선으로 여러 개 감는 기법(Full pitch double layer winding)을 채택, 전자기장의 힘이 부드러운 코사인 함수를 그릴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이는 볼베어링 등 에어베어링(Air Bearing)을 적용, 공기로 채웠다. 케이블을 이동부인 자석과 연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계적 마찰을 더 줄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잡음을 기존 모터 대비 가속 기준 95%, 등속 기준 94% 줄였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계측·물류 장비에도 적용 가능

ASML 테크 토크 2019에서 '젊은 과학자' 상을 받은 윤준영 연세대 교수.
ASML 테크 토크 2019에서 '젊은 과학자' 상을 받은 윤준영 연세대 교수.

이 모터를 노광 장비에만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그만 핀으로 웨이퍼 겉면을 훑는 계측검사(MI) 장비에도, 웨이퍼와 패널을 옯기는 물류 장비도 잡음에 취약하다.

윤 교수는 진공 장비에도 이 모터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에어 베어링 대신 마그네틱 베어링을 적용, 자석이 자기부상해 움직이는 모터도 개발 중이다. 물론 노광 장비에 비해 계측·물류 장비는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값비싼 철코어 선형 모터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윤 교수는 이 점을 겨냥, 모터 잡음을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레시피를 확보했다. 현재 유한요소 시뮬레이션대로라면 하나의 모델을 검증할 때마다 수분이 걸리지만 윤 교수의 기법을 활용하면 정확도는 유지하면서도 1초도 안 걸리는 시간에 검증을 할 수 있다.

윤 교수는 “기반 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외 로봇 등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며 “이 기술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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