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만기 연장 거절 후 경영진에 책임 묻기
칭화유니는 사모펀드 컨소시엄으로 매각

한때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던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이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 전 회장은 YMTC(창장메모리)⋅유니SoC를 거느리는 칭화유니그룹을 현재의 반열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이 채무불이행 사태를 겪으면서 실각, 최고 49%에 이르던 그룹 지분도 모두 잃었다(KIPOST 2021년 7월 14일자 <칭화유니그룹, 베이다팡정 전철 밟을 것..."자오웨이궈만 용도 폐기"> 참조).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2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자오 전 회장이 이달 중순 베이징 자택에서 체포된 후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자오 전 회장의 혐의는 칭화유니 관계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설비를 구매할 때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 등이다. 그는 현재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웨이궈 회장은 원래 지앤쿤그룹 회장으로, 2010년 이 회사가 칭화유니그룹 지분 35.3%를 인수(이후 49%까지 확대)하면서 칭화유니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51% 지분은 중국 교육부 및 칭화대학이 소유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반도체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해 온 건 자오웨이궈 회장이다. 

2010년 이후 자오 전 회장을 전적으로 신임했던 중국 정부와의 사이가 벌어진 건 2018년 전후다. 칭화유니그룹의 자산 규모를 급속도로 늘리면서 10년만에 200배 이상 성장하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내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특히 그가 글로벌 M&A(인수합병)를 추진하던 시기, 미중 무역갈등이 벌어지면서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인수 시도 등이 좌절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외부 M&A를 통해 사세를 넓혀가는 자오 전 회장의 전략에 몇 차례 문제를 제기해왔고, 결국 2020년 칭화유니그룹 채무불이행 사태로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후 칭화유니그룹에서 자오웨이궈 회장 영향력을 축소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를 축출하는 작업이 벌어졌다. 우선 2021년 중국 양강산업그룹이 칭화유니그룹에 지분투자하면서 지앤쿤그룹(자오 전 회장측)의 지분율이 30%대로 내려 앉았다. 또 룽다웨이 공산당 서기를 칭화유니그룹 공동대표로 앉혀 회사 경영에 개입시켰다.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칭화유니그룹

지난해 6월 기준 채무가 1567억 위안(약 30조5000억원)에 달했던 칭화유니는 결국 법원의 파산구조조정 절차를 거쳤다. 이후 약 600억위안(약 11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지분이 100% 넘어가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컨소시엄에는 중국 내 여러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이 포함돼 칭화유니그룹은 사실상 국유화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자오 전 회장은 지앤쿤그룹을 통해 보유했던 칭화유니그룹 지분을 잃었음은 물론이고, 파산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완전히 배제됐다. 그는 회사를 새 전략투자자(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이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자오 전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권단 표결에서 90% 이상의 지지로 사모펀드 컨소시엄으로의 인수 방안이 통과됐다. 

한 중국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자오 회장이 물러나고 지분을 빼앗긴 과정은 중국 정부가 부실한 민관 합작 기업 오너십을 교체할 때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시중 은행들로 하여금 채무 연장을 막고, 그 책임을 기존 경영진에게 물어 축출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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